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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강한 배우, ‘서도영’을 만나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0.04.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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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크고 선량한 눈매, 부드러운 미소…. 서도영, 처음 그를 만나기전 그에 대한 이미지는 영락없이 <봄의 왈츠>속 윤재하였다. 말 수 적고, 까칠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남자. 하지만 그를 대면해 첫 말문을 트는 순간부터 그런 생각은 저만치로 날아가 버렸다.

지난 4월 15일 서울의 강남. 첫 영화 주연을 맡은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라는, 짧고 힘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좀 더긴 답변을 예상한 터라 당황해하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너무 짧았나요? 근데 그게 솔직한 생각이라서.” 그 순간 서도영이라는 배우를 가리고 있던 불투명한 얼음판이 ‘쩍’하고 갈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선입견을 걷어낸 뒤 좀 더 솔직하고 순수한, 그래서 더 멋진 배우 서도영을 만날 수 있었다.

 

▶ ‘배우’ 서도영, ‘남자’ 서도영을 말하다
“실제로는 많이 달라요. 원래 장난도 잘 치는 성격이고….” 상상했던(?)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약간 억울하다는 듯 자신의 실제 성격을 대변했다. “그간 맡았던 역할이 좀 정적인 캐릭터라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저 곱고 귀하게 큰 엘리트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는 말도 덧붙였다. 군대도 조교로 제대했고, 거기서 만난 모델 출신의 후배가 꽤 큰 무대에 섰었다고 한 말에 자극(?)을 받아 ‘나도 못할 것 없다’는 생각에 모델이 될 결심을 할 정도로 ‘오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자 하루 11시간을 쌀국수 집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 모델 학원에 등록하는 ‘근성’도 발휘했다. 그가 처음 배우를 하게 된 계기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라고 한다. 또한 학창시절에도 훤칠한 키와 외모 덕에 주위로부터 연기나 모델을 해보라는 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왔다고. 몸매 관리 비결을 묻자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런데, 제가 먹어도 살이 안찌거든요.” 한마디로 타고났다는 소리다. 하지만 최근 <추노>에 나온 장혁의 몸매를 보며 깊은 반성(?)을 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 서도영, <전라의 시>를 말하다
그가 이번에 주연을 맡은 <전라의 시>는 프로필이 다소 독특한 영화다. 일본인 감독에 한국인 스태프와 한국인 배우, 그리고 전라도에서의 촬영. 평소 서도영은 감독인 가와구치 히로구미를 좋아하던 차에, 이번 작품에 캐스팅 되어 재일교포 2세 유키히사(이현수)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는 유키히사의 어떤 점에 끌렸던 것일까.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재일 동포의 삶 이란 게 어떤걸까, 궁금했어요.” 그가 유키히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측면 역시 ‘재일동포로서의 삶’이었다. “사실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받는 차별이란 거, 무시 못 하잖아요. 그래서 차라리 버리면 편할 텐데, 그러지 않고 끝까지 가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죠.”

그는 유독 작품에서 ‘예술가’와 관련이 깊다. <봄의 왈츠>에선 촉망받는 천재 피아니스트, <전라의 시>에선 섬세한 감수성의 재일 교포 시인을 맡았다. 그 감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선택했던 방법은 ‘무조건 듣고, 읽기’였다. 특히 <봄의 왈츠>에서 쇼팽의 연주곡은 그냥 통째로 외워버렸다고. “원래 클래식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요. 지루하고 따분할거라는 생각이요. 그런데 일반 유행가처럼, 클래식도 자꾸 들으면 흥얼거리게 되고, 그런 매력이 있더라고요.” 특히 <전라의 시>의 유키히사 역할을 위해서는 닥치는 대로 시집을 읽었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 시라는 게 노력이나 배우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그 감성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죠.” 원래 소설은 즐겨 읽지만 시에는 영 관심이 없어 걱정이었다는 그에게 가와구치 히로구미 감독은 “편하게 하라.”는 주문을 했다. 그 말을 듣고 난 뒤 처음에 가졌던 부담감에서 한결 자유로워졌고, 덕분에 확실히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 질 수 있었다고 한다.

촬영 중 힘들었던 일로는 추위도, 밤샘 촬영도 아닌 ‘파리’를 꼽았다. 겨울인데 웬 파리가 그리 꼬이는지 힘들었다고. 강수 엄마와 밥을 먹는 신에서는 파리 때문에 연기가 안 돼 애를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동료배우나 감독 및 스태프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워 했다. 특히 또 다른 주연인 김민준과는 모델 선후배 사이이자 드라마 <친구>에서 동고동락 하던 사이. 덕분에 편하고 즐거운 촬영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전라의 시>촬영 내내 그는 “내 자신이 굉장히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요즘 같이 항상 바쁘게 살아가는 이런 환경에 놓여 있다가 이런 곳을 벗어나 한없이 조용하고 청정한 곳에서 촬영을 하니까 내 자신이 달라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 서도영, 스스로 만드는 청사진
그는 연기 변신에 대한 욕구가 강한, 천상 ‘배우’였다. 그간 맡아온 멜로와 다르게 액션이 강한 스릴러 물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추격자>의 하정우 선배같은 역할을 맡아보고 싶어요. 아주 사이코 같은 그런….” 아주 잘생긴 사이코가 탄생할 것 같다는 말에 그는 멋쩍은 듯 웃었다. 왜 여태 그런 역을 맡지 못했느냐고 하자 그런 역할 제의가 온 적이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그의 부드러운 외모 때문이었다. 좀 더 ‘액션’에 강한 외모를 만들려는 생각은 안 해보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역할을 맡게 되면 액션스쿨에 다니는 등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결의에 차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 전에는 힘들어요. 저는 무엇보다 동기 부여가 중요하거든요. 게다가 이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고 하다 보니 이미지 변신을 섣불리 시도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는 ‘조용한’ 한류 스타이기도 하다. 이미 일본에서 여러 차례의 팬 미팅을 가진 바 있다. 다른 한류 스타에 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대해 묻자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곧이어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저는 그분들을 마주 대하면 정말로 좋거든요. 그 분들도 절 정말 좋아해 주시고. 그러니까 진심 같은 게 저도 모르는 새 전해지는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에게선 다소 느리지만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데뷔 이후 늘 같은 모습으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배우. 그는 대부분 ‘feel’에 의존해 작품을 선정한다고 한다. 그런 그가 또 어떤 작품으로, 어떤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설지 기대가 된다. 이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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