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선집중] '파운드리 톱 도전' 삼성전자, '반도체 제국' 인텔 추격에 응전은

  • Editor. 이세영 기자
  • 입력 2021.03.24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이세영 기자]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 적잖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반도체 제국' 인텔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파운드리 1·2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 ‘톱’을 노리는 삼성전자로선 TSMC와의 격차를 좁힘과 동시에 추격자로 급부상한 인텔의 행보까지 예의주시해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인텔이 1·2위 업체 수준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애플·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끼리 협력한다면 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글로벌 미디어 브리핑에서 파운드리 사업 진출과 새로운 종합 반도체 업체로 탄생하는 내용의 ‘IDM 2.0’ 비전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가동하는 평택 2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

지난 2월 취임한 엔지니어 출신의 겔싱어 CEO는 이날 첫 공식 석상에서 200억달러(22조7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두 개의 새로운 팹(공장)을 지어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또한 연내 미국·유럽 등 다른 지역에도 파운드리 역량을 제공하겠다며 향후 팹 추가 확장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수십년 간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을 독점하며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에 자리한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본격화를 선언한 것은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이날 발표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로 불리며, 현재 인텔 선임 부사장인 랜디어 타쿠르가 진두지휘한다.

2025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텔은 파운드리 진출을 통해 재도약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인텔은 예전에도 파운드리 사업을 시도했지만 자체 제품 생산에 안주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은 집중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더블 팹 건설을 통해 실질적인 시장 재진출을 공언하고 나섰다. 

겔싱어 CEO는 "현재 대부분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제조시설을 미국과 유럽에서도 확보할 것"이라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는 모바일 장치에 사용되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아키텍처 ARM 기술 기반 칩과 자체 아키텍처인 x86칩 등 다양한 칩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파운드리 고객사로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퀄컴·애플 등을 확보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텔 로고. [사진=EPA/연합뉴스]

인텔이 이 같은 전향적 행보를 펼친 것은 그간 시장경제를 외치며 연방정부 차원의 보조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던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을 준비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이 미국의 정책적인 지원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고 원활한 반도체 공급을 위해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아시아 기업들이 파운드리 부문을 사실상 독점한 것이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추정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18%)와 대만의 TSMC(56%)와 UMC(7%) 등이 상위 3위권을 모두 차지해 전체 시장의 81%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텔이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초대형 IT 기업들을 고객사로 거느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당장 기술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의 첨단 미세 공정 기술 경쟁이 5나노에 이어 3나노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인텔은 7나노 제품 생산에서도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이 단기간에 TSMC와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을 따라오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지구촌 최대의 IDM으로서 대규모 자금력까지 보유한 인텔이 기술력 격차를 좁히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TSMC와 삼성전자의 첨단 미세 공정 기술 경쟁이 3나노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인텔은 7나노 제품 생산에도 애를 먹고 있다. [자료=SK증권 제공]

삼성전자는 미국에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늘리는 맞불작전으로 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19조2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논의 중이다. 텍사스를 비롯해 애리조나, 뉴욕 등이 후보지로 꼽힌다. 2019년 ‘시스템반도체 2030’ 비전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관련 인원 1만5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앞으로 외형 확장에 힘을 쏟을 공산이 크다.

다만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이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이 끊긴 뒤 한 달 동안 셧다운 상태를 맞은 것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적잖은 악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스틴 공장의 가동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며 “현재 설비를 점검하며 공장 재가동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공장 재가동을 위해 직원 60명과 협력업체 직원 240명 등 총 300여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증권가에서는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확장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결국은 미국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지원이 TSMC·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유치 및 인텔의 미국 내 생산설비 확대 지원으로 가는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TSMC와 삼성전자가 미국의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인텔이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