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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남양유업 새주인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족경영 벗어났지만 과제 산적

  • Editor. 김혜원 기자
  • 입력 2021.05.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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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잇단 구설로 위기에 빠진 남양유업이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팔린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포함해 가족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한앤컴퍼니에 넘기면서, 남양유업은 1964년 창사 이후 57년 만에 오너 일가와 완전히 결별하게 됐다. 폐쇄적인 가족 중심 경영에서는 벗어났지만, 무너진 소비자 신뢰 회복과 피해를 입은 대리점 및 낙농농가 지원책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남양유업은 한앤컴퍼니와 홍원식 전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 전체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고 27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매각 대금 일은 선행조건이 완료된 후 13영업일이 되는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정했다. 단 최종 매각 날짜는 오는 8월 31일을 넘기지 못하게 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수 대상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지분을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 53.08%다. 매각가는 총 3107억 2916만원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퇴를 선언한 지 한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건설사 리베이트, 아들 병역비리, 손녀 마약 투약 혐의 등 여러 논란에 이어 불가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 홍보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회사 매각을 결정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남양유업은 벼랑 끝에 몰린 상태다. 지난해 매출은 9489억원, 영업이익은 –771억원, 순이익은 –535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1년 만에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식 우유 납품에 차질을 빚은 가운데 불가리스 사태로 제품 생산의 약 40%를 담당하는 세종공장이 2개월 영업정지 등 법적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컴퍼니는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한앤코19호유한회사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남양유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을 효율화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것"이라며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 임원을 독립적으로 둬서 이사회를 감독하고 집행부 책임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분과 함께 경영권도 모두 인수하기로 한 한앤컴퍼니는 국내 기반 매물에만 투자하는 사모펀드다. 그간 쌍용양회·대한시멘트·한남시멘트, SK해운·에이치라인해운, 웅진식품·동부팜가야·대영식품 등 25건의 기업 경영권을 인수했다. 총자산 규모는 24조2000억원이다. 계열사 매출은 13조3000억원, 고용인력은 약 3만명이다.

2013년 웅진식품을 950억원에 인수해 5년 만인 2018년 지분 74%가량을 대만 식품회사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하는 등 기업 가치제고 성과를 보였다.

이번 매각으로 남양유업이 폐쇄적인 가족 중심 경영에서는 벗어날 것이란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매 운동으로 확산된 소비자의 거부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다. 일부 소비자들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 남양과 관련된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며 불매 운동을 독려하고 있고, 남양유업이 만든 제품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어플리케이션 '남양유없'을 제작, 유통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불가리스 코로나19 저감 효과 발표로 타격을 받고 있는 대리점과 낙농농가에 대한 구체적 지원책도 나오지 않았다. 낙농사들은 유일한 공급처가 영업정지를 받으면 매출이 끊기고 원유도 폐기할 방법이 없다며 애만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는 다음달 24일 관련 청문회를 거쳐 남양유업의 영업정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연이은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남양유업이 새로운 남양으로 출범하기 위한 대대적 체질 개선에 나선다. 한앤컴퍼니를 새주인으로 맞은 남양유업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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