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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게임 리뷰] 엔픽셀 그랑사가, 게임 완성도를 가리는 운영

  • Editor. 김지훈 기자
  • 입력 2021.06.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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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지훈 기자] 게임 강국 한국에선 매주 새로운 게임이 쏟아진다. 신작이 나오면 언제나 냉정한 평가가 따른다. 학창시절 함께 게임방을 드나들던 기자(K)와 32년 지기(L), 그리고 유저들이 함께 체험여행을 떠나본다. 추억 속 고전부터 신세계를 개척하려는 출시작까지 장르 불문, 솔직담백한 리뷰로 독자유저와 접점을 찾게 된다면 더없이 즐거운 여정이 될 터. 인사이트를 깨우는 신선한 충격과 매력, 또는 눈에 거슬릴 법한 부족함과 아쉬움이 오버랩되는 업&다운 포인트에 리뷰 포커스를 맞춰본다. <편집자주>

엔픽셀 '그랑사가'를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단체 채팅방에서 대학 신입생 때 친구들과 청춘을 바쳤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오랜만에 즐기고 있는데 시간 가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게임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들을 설명하다가 L이 플레이 중인 게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랑사가 게임 로딩화면 [사진=그랑사가 캡처]

L은 PC로 모바일게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그려졌다. 모바일게임을 PC로 한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따로 써서 돌린다는 것인가?

어린 시절 가상디스크를 돌렸던 추억의 프로그램들을 떠올렸는데 비슷한 맥락의 프로그램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평소에 L은 블루스택, LD플레이어, 녹스 등을 이용해 모바일게임을 PC로 실행한다고 했지만, 그랑사가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PC가 지원되는 모바일게임이다. 이에 컴퓨터에 부하가 적어 무리없이 작업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호기심에 그랑사가의 정보를 습득했다. 이 게임은 엔픽셀의 야심작으로 방대한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 전투 모션과 이펙트 등을 표현하는 핵심요소인 그랑웨폰의 속성을 활용한 수집과 육성, 전투 등 다양한 재미요소를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언리얼4 엔진(3D창작 플렛폼)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작품과 같은 그래픽을 자랑한다. 게임 음악의 대가로 알려진 시모무라 요코를 비롯 서유리, 김지율 등 국내 정상급 성우진이 참여했다.

그랑사가는 150여명의 개발진이 3년간 개발한 게임으로 가상의 대륙 에스트로젠을 배경으로 그랑나이츠 기사단의 활약상을 그린 멀티플랫폼 MMORPG(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다. 그랑사가는 신규 지적재산권(IP)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사전등록자 5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또한 공식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TV CF 연극의 왕은 조회 수 1000만회 이상을 기록하며 출시 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랑사가 PC 플레이 장면 [사진=이상록 제공]
그랑사가 PC 플레이 장면 [사진=김지훈 기자]

K는 그랑사가를 PC로 먼저 입문하게 됐다.

그래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D에 최적화된 애니메이션 풍 그래픽은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 디테일이 잘 살아났다. 특히 타격감이 잘 표현됐다는 것이 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재미있고 무엇보다 속도감이 느껴졌다. 콘텐츠 소비가 빠르다고 말해도 되겠다. 저 레벨부터 이동수단이 제공되는 게임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에 이런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초창기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은 이동수단을 빨리 타기 위해 게임에 동기부여를 했을 정도였다.

모바일게임 특성상 청각보다 시각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음악에 집중해 게임을 즐긴 적이 드물었던 K다. 하지만 그랑사가는 달랐다. 공을 들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고풍스러운 음악이 귓가를 맴돈다. 반면 L은 소리를 끄고 게임을 해서 잘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캐릭터 성장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우선 할 게 많은 게임이다. 나중에는 숙제처럼 느껴질 정도다. 캐릭터를 육성하다가 지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다각화돼 있다. 특히 게임 '패스 오브 엑자일(POE)'을 연상케 하는 강화 트리는 흥미로웠다. 유저에 의해 전혀 다른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POE를 생각하고 강화한 K는 망했다.

이 게임의 최고의 장점을 물었을 때 L뿐만이 아니라 연맹원들도 대기열이 없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랑사가 오픈 때부터 게임을 즐긴 유저는 "대기열 탄적이 있던가?"라는 말을 내뱉었다.

지난 10일 출시된 제2의 나라는 플레이해보기도 전에 대기 중 잠든 경험이 있다. 그랑사가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이다. 경험상 한 번도 대기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알겠지만 긴 기다림은 분노와 함께 환희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엔픽셀에서 서버관리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랑사가 인던 전투장면 [사진=그랑사가 캡처]

L과 함께 플레이한 14일 동안 그와의 레벨 격차는 더 벌어졌고 80만렙을 앞둔 77레벨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에 게임을 즐기지 못하기에 주말에는 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스토리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넘기기 바빴다. 비교적 오래 이 게임을 즐긴 L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모바일게임 특성상 대부분 자동 플레이를 해놓고 한 번씩 확인을 한단다.

장시간 게임을 하다 보니 적은 시간을 투자할 때와 달리 단점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먼저 게임 플레이 때 편의성이 떨어진다. 대표적으로 공격 시스템에서 타깃을 변경할 때 너무 불편하다. 또한 파티 초대 과정에서 누구는 초대되고, 또 누구는 초대되지 않는 현상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K처럼 처음 시작하는 유저(뉴비)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부족하다. L이 던진 미끼를 물어 입문했지만 신규 유치에 소극적인 운영방식이라고 생각했다.

L과 연맹 유저들 모두 최소 신규 유저 변신웨폰 캐릭당 명함은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명함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변신웨폰이라는 상급웨폰을 바로 쓸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다.

한 그랑사가 유저는 "천사변신도 나왔으니 격차가 충분히 유지될 것"이라며 "엔픽셀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랑사가 게임화면 [사진=그랑사가 캡처]

그럼 그랑사가의 아킬레스건은 무엇일까?

무과금으로 게임을 즐기는 K를 제외한 L을 포함한 많은 유저들이 지적한 부분은 일명 '픽뚫'이다.

9명의 캐릭터에는 그랑웨폰과 아티팩트(무기 성능을 돕는 보조 아이템) 각 4개씩을 기본으로 맞춰줘야 한다. 등급별·속성별로 성능이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최고 등급인 SSR을 원한다. SSR 게이지 100%를 채운다고 해도 원하는 그랑웨폰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오르타 이후 출시된 모든 가챠(무작위 뽑기 시스템)는 70%이며, 나머지 30%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다른 캐릭터의 웨폰을 받게 된다. 그랑사가 유저들이 웨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게임 특성상 공격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테오도라 서버에서 활동 중인 한 유저는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이고 그랑사가 유저들이 가장 많이 게임을 떠나는 이유"라며 "한 번에 100만원을 쓴 연맹원이 있는데 SSR이 하나만 나와 실망감에 게임을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과금요소가 타게임과 비교해 오히려 적어 장점으로 언급하는 유저도 적지 않다"며 그 이유로 "무과금과 중소과금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설명을 보탰다. 

다음으로 AP에 대한 문제 제기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AP의 경우 주로 왕국 퀘스트를 통해 골드와 소울을 얻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울은 한계돌파나 잠재능력 개방 등 캐릭터의 성장에 큰 영향을 주기에 필수적인 강화수단이다.

테오도라 서버의 한 길드원은 "AP를 놔둔 상태에서 자사패널티 및 효율을 높이면 될 것"이라며 "AP사냥은 보상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이고, 경험치나 랭크업을 어느 정도 가능하게 만들어 주면 유저가 선택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지금은 왕국 퀘스트 외에는 효율적인 레벨업 수단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엔픽셀 로고 [사진=엔픽셀 제공]

그랑사가는 분명 잘 만든 게임이다. 제작사인 엔픽셀은 지난해 600억원 투자 유치와 기업가치 4000억원으로 평가받았고, 원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는 등 기록을 써내려갔다. 하지만 현재(25일 기준)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순위 39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 9일 그랑사가 광고 방송 태도 논란이 있는 등을 포함해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흡한 운영과 경쟁작으로 분류되는 제2의 나라의 출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엔픽셀은 모바일 RPG(역할수행게임) '세븐나이츠'를 제작한 핵심 인력이 설립한 게임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보완해 나가며 성장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는 의미다. 엔픽셀은 탄탄한 게임 라인업을 구축한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엔픽셀은 '크로노 오디세이' 등 차기작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앞서 던파, 배그 등 운영 미숙으로 게임사들이 큰 곤욕을 치렀다"며 "엔픽셀의 경우 최근 불거진 이슈들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게임업계에서 연달아 게임을 성공시키는 일은 쉽지 않지만 차세대 4N으로 불리는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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