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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 업어친 조구함 '패자의 품격' 그리고 은메달의 의미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1.07.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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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5년 전 리우의 불운은 업어쳤다. 하지만 마지막 상대가 너무 셌다. 575초 대사투 끝에 한판패를 당하고서는 한동안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 이내 승자에게 다가갔고, 왼손을 잡고 치켜들며 올림픽 챔피언 등극을 축하해줬다. 땀 흘린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스포츠맨십, 올림픽 정신의 정수를 보여줬다. 

한국 유도의 중량급 강자 조구함(KH그룹 필룩스)이 보여준 '패자의 품격'에 일본 유도의 산실 도쿄 무도관에는 그렇게 소리없는 감동이 물결쳤다. 부상에서 재기해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꿈을 이뤘지만 눈시울 뜨거운 은메달의 의미를 한 번 더 도전하라고 해석하면서 3년 뒤 파리에서의 금빛 매치기를 다짐했다.

조구함은 29일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유도 남자 100㎏ 결승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애런 울프를 상대로 골든스코어(연장전) 대접전 끝에 안다리 후리기 한판을 내주며 은메달을 따냈다.

애런 울프에게 한판패를 당한 조구함이 한동안 아쉬움에 호흡을 고른 뒤 승자의 팔을 치켜 들며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런 울프에게 한판패를 당한 조구함이 한동안 아쉬움에 호흡을 고른 뒤 승자의 팔을 치켜 들며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도계에서는 조구함이 2년 전 무도관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애런 울프를 만나 이긴 적이 있기에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9분30초 넘게 이어진 혈투에서 조구함은 상대의 주특기에 허를 찔리며 한판패를 당했다. 이 승부는 이번 대회 결승 중 가장 길었던 혈투였다.

한동안 경기장 바닥에 드러누워 아쉬움을 삼켰던 조구함은 벌떡 일어나 승자의 팔을 번쩍 들어올려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준결승에선 패배의 충격을 받은 포르투갈의 폰세카를 안아주면서 따뜻하게 위로했던 조구함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구함은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울프가 저를 잘 연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저보다 준비를 더 많이 한 것 같고 부족함을 느낀다"며 말했다. 이어 "국가대표 선수 생활 10년 이상을 했는데 만나본 선수 중에 제일 강했다"며 상대를 인정했다.

조구함은 도쿄의 은메달로 한 번 더 도전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파리 올림픽 준비를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조구함은 도쿄의 은메달로 한 번 더 도전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면서 파리 올림픽 준비를 다짐했다. [사진=연합뉴스]

조구함의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은 찬란했다. 도전의 아이콘으로 남고싶다고 스스로 새겼던 다짐을 은메달로 보상받았다. 그는 2016 리우 올림픽을 석 달 앞둔 시점에서 왼쪽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불운을 겪었다. 결국 16강에서 한판패를 당한 기억이 있기에 이번 도쿄의 도전은 더 절박했다.

유도의 성지라 불리는 무도관에서 조구함은 하루 앞둔 29번째 생일을 금빛으로 자축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동기를 찾을 수 있었다.

조구함은 "노메달이 제가 계속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다면 지금 은메달은 또 한 번 도전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다음 대회인 파리 올림픽을 준비할 것"이라며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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