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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게임리뷰] 블리자드 디아블로2: 레저렉션, 그래픽·디테일은 '강화포션' 편의성·콘텐츠 한계는 '독포션'

  • Editor. 김지훈 기자
  • 입력 2021.08.1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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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지훈 기자] 게임 강국 한국에선 매주 새로운 게임이 쏟아진다. 신작이 나오면 언제나 냉정한 평가가 따른다. 학창시절 함께 게임방을 드나들던 기자(K)와 32년 지기(L), 그리고 유저들이 함께 체험여행을 떠나본다. 추억 속 고전부터 신세계를 개척하려는 출시작까지 장르 불문, 솔직담백한 리뷰로 독자유저와 접점을 찾게 된다면 더없이 즐거운 여정이 될 터. 인사이트를 깨우는 신선한 충격과 매력, 또는 눈에 거슬릴 법한 부족함과 아쉬움이 오버랩되는 업&다운 포인트에 리뷰 포커스를 맞춰본다. <편집자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4일부터 '블리자드 디아블로2: 레저렉션'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전 체험 일정은 예약 구매자와 얼리 엑세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테스트는 5일 정도 이어진다. 이후 모든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오픈베타 테스트가 실시될 예정이며, PC뿐만 아니라 콘솔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베타와 오픈베타에서는 아마존, 야만용사, 원소술사, 드루이드, 성기사 등 5개 클래스를 플레이할 수 있다. 블리자드는 정식 출시를 통해 암살자와 강령술사를 추가해 총 7개 클래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4일 오전 2시부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게임화면 캡처]

먼저 디아블로2는 2000년 6월 29일에 발매한 디아블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액션 RPG(롤플레잉게임)의 정점이자 디아블로 시리즈 최고작이라고 평가받는 게임이다. 디아블로2 마니아들은 꾸준히 리마스터 버전 개발을 블리자드에 어필했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져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라는 타이틀로 재탄생했다.

2000년 6월로 시침을 돌려보자. 추억이라는 이름 아래 이 게임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 존재한다. K와 L은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고 함께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일과를 마치고 내무반으로 복귀하는 군인처럼 매일같이 PC방으로 향했다. 당시 부산 서면지하상가에는 전자상가가 즐비했는데 예약한 디아블로2 CD를 받아들고 동네 불량배에게 빼앗길까 봐 노심초사하며 집으로 내달렸던 것도 함께 떠오른다. 학창시절 이 게임을 즐기면 '성적 탈곡기'가 시동을 걸었다는 말이 돌았고, 그렇게 탈탈 털리면서 K의 학교 성적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명 '악마의 게임'으로 불렸던 게임이다.

K는 블리자드 게임을 자주 즐기는 만큼 배틀넷 게시물을 통해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지난달 말 예약구매를 했다. 예약 구매자에 한해서 8월 중 미리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문구를 접하면서다. L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같은 날 구매를 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 캐릭터 선택 화면 [사진=게임화면 캡처]
디아블로2: 레저렉션 캐릭터 선택 화면 [사진=게임화면 캡처]

K와 L은 메신저로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자"고 다짐했다.

14일 새벽 2시40분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게임에 접속했다. 시네마틱은 오리지널과 같은 버전이었지만 영화 한 편을 감상하듯 생생한 그래픽을 자랑했다. 메인 화면 역시 동일했고 7개 클래스가 나를 선택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듯 역동적이었다. 암살자와 강령술사를 제외한 5개 클래스는 선택 가능했기에 하나씩 선택해봤다. 부드러운 움직임과 살아있는 표정에 전율이 느껴졌다.

악마와 내통하는 붉은 문이 열렸고 액트1 마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래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21년 전 즐기던 그 게임이 맞나 싶었다. 눈을 씻고 다시 볼 정도로 화려했다. 새로운 게임이라고 불러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명암에 놀랐고 심지어 바닥에 고인 빗물과 피에도 캐릭터와 몬스터가 비쳤다. 디테일에 반하는 순간이었고 이 게임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BGM(배경음악)과 녹아들며 배가 됐다. 프레임이 개선된 만큼 과거에 문제가 됐던 렉 현상이 줄어들었고 외형과 마법 등 기술에서도 역동성이 살아났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서 가장 큰 변화는 그래픽이다. [사진=게임화면 캡처]

최신 게임에 익숙한 Z세대(1997~2012년생)에게는 조작 방법이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상점에서 물건을 팔 때 '답답해 죽겠다'는 커뮤니티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과거에 이 게임을 즐긴 30~50대 연령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게임 편의성 부분은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져 딜레마에 빠진다. 리마스터 버전인 만큼 과거 디아블로2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아니면 최신 게임에 맞춰 비교해야 하나.

K와 L은 "개발자들이 고민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며 "최대한 변화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고 공통된 의견을 냈다.

오래 전부터 디아블로2를 즐긴 정모(부산 해운대구·40)씨는 "최대한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불편한 점을 보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몬스터가 떨어뜨린 돈의 경우 클릭하지 않고 근처만 가더라도 자동으로 획득된다"며 "특히 공유 창고가 생긴 것은 신의 한수"라고 덧붙였다.

그래픽과 디테일에 신경을 쓰면서 게임 내 날씨 변화에 큰 장점이 부과됐다. 일상생활에서도 날씨가 분위기를 좌우하듯 이 게임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 역시 날씨다. 베타 테스트에서는 엑트1·2만 플레이 가능하지만 액트1의 비오는 날의 음산함과 액트2의 화창하고 메마른 사막이 풍기는 뜨거움과 갈증은 플레이어도 지치게 만든다. 낮과 밤의 대조도 한몫했다.

불이 남기는 강렬함과 동굴 등에서 느끼게 되는 어둠은 특정 공포증을 불러일으킨다. [사진=게임화면 캡처]

이번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특히 불과 어둠이라는 중심 키워드가 자리한다. 불이 남기는 강렬함과 동굴 등에서 느끼게 되는 어둠은 특정 공포증을 불러일으킨다.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것은 이 게임 본연의 가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유저들을 위한 한글화 작업이 이뤄졌다.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당시 디아블로2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한다는,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댔다가 부모님에게 혼쭐이 난 적이 있다. 예컨대 정확도는 덱스 등 영어를 모르면 육성하는 캐릭터가 잘못 키워지기도 했다. 한글화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데 불편함을 없앴다. 다만 한글 아이디는 생성할 수 없다. 

게임 내 상점  [사진=게임화면 캡처]
게임 내 상점 [사진=게임화면 캡처]

블리자드 게임을 20년 이상 즐기고 좋아했던 만큼 장점만 바라보고 싶었지만 단점도 수없이 발견됐다.

베타 테스트 시작부터 시련이 시작됐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컴퓨터에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깔았지만 중간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새로 다운받아 설치했지만 되지 않았다. 결국 포맷을 한 후 새로 설치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K와 함께 게임을 즐긴 사람들은 편의성 부분에서 K와 반대의견을 냈다. K의 경우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버전이기에 과거 게임의 연장선으로 보고 편의성이 예전에 비해 개선됐다고 의견을 냈지만 다른 유저들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블리자드 측에서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 개발과정에서도 기존의 디아블로2에서 거의 바꾸지 않고 출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하지만 유저들의 생각은 달랐다. 과거의 영광을 담아내더라도 게임을 즐기는데 이용자가 불편을 느끼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베타 테스트 동안 플레이를 한 서모(서울 노원구·38)씨는 "상점에서 물건을 팔 때 여전히 드래그 앤 드랍 방식을 채택해 놀랐다"며 "공유창고, 금화 자동습득 외에는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방식이나 콘텐츠가 조금이라도 추가·변동이 있길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캐릭터가 사망한 모습  [사진=게임화면 캡처]
캐릭터가 사망한 모습  [사진=게임화면 캡처]

디아블로2는 액션 RPG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예전부터 어느 정도 파밍이 끝나면 메피스토, 디아블로, 바알을 반복적으로 잡거나 카우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이상을 넘어선 플레이어에 한해 필드 PvP를 통해 우월감과 재미를 느꼈다. 이처럼 콘텐츠 한계에 대해서 꾸준히 지적이 있었다.

L은 "지금은 엑트2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설렘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며 "추후 정식 출시 후 똑같은 콘텐츠에서 난이도(노말-나이트메어-헬)만 달라질 것이 뻔해 지루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K뿐만 아니라 많은 유저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엔 하드코어도 무난히 키웠는데 생각보다 자주 사망했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하는데 시체를 찾을 때 근처에 웨이포인트가 없거나 파티원 혹은 차원문을 열어 놓는 기지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게임이 지옥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베타 테스트를 즐긴 한 유저는 "플레이 도중 사망하면 시체를 찾는 과정을 되풀이 하게 되는데 이 부분은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버그와 서버 렉도 문제다. 특히 벽 사각지대에 플레이어가 끼면 몬스터와 전투 중 갑자기 벽 화면이 나온다. 결국 화면이 번갈아 교차되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또한 용병의 경우 한번 벽이나 장애물에 끼여 플레이어와 일정거리가 멀어지면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 경우 또 용병을 추가 비용을 내고 영입해야 하는 문제가 꾸준히 반복됐다.

액티비전블리자드 CI [사진=액티비전블리자드 제공]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유저들의 불편함이 제기되더라도 게임 내 즉각 반영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리자드 코리아의 경우 게임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인력 또한 없다"며 "블리자드 본사에서 차츰 문제점을 보완할 것으로 보이는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블리자드의 지주회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사내 성폭력과 성차별 방치 혐의가 알려지며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에 해외 매체 몇 곳은 액티비전, 블리자드 콘텐츠의 보도를 중단하겠다며 보이콧까지 선언했다. 연이은 주주 집단소송이라는 악재가 이어진 가운데 결국 액티비전블리자드 앨런 브렉 사장이 지난 3일 불명예 퇴진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블리자드의 분위기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추억을 환기시키며 아재들의 지갑을 열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다음달 24일 글로벌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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