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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OS강요' 구글에 과징금 2074억...'혁신 저해' 공룡 플랫폼에 전방위 칼날
공정위, 'OS강요' 구글에 과징금 2074억...'혁신 저해' 공룡 플랫폼에 전방위 칼날
  • 장용준 기자
  • 승인 2021.09.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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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플랫폼기업 구글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고, 혁신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를 확정했다. 국내 네이버와 카카오로 시작해 해외의 구글까지 독점을 통해 혁신을 가로막아 온 공룡 플랫폼들에 대해 전방위 규제의 칼날을 뽑아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등 기기제조사에게 안드로이드 변형 OS(운영체제, 포크OS) 탑재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 OS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한 구글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잠정)을 부과했다고 14일 발표했다.

구글이 공정위로부터 혁신 저해를 이유로 2074억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사진=AP/연합뉴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모바일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한 2011년부터 현재까지 경쟁 OS인 포크 OS의 시장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기기제조사에게 파편화 금지 계약(AFA) 체결을 강제해 왔다. 기기제조사에게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안드로이드 사전접근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AFA를 반드시 체결할 것을 요구해 왔던 것이다.

AFA는 제조사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경쟁사인 포크 OS를 쓰지 못 하게 했고,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도 없도록 만들었다. 아울러 포크 기기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앱개발도구(SDK)를 파트너사나 제3자에게 배포할 수 없다. 오직 제조사만이 SDK를 활용해 포크 기기에서 구동되는 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의 점유율을 무기로 전 세계 주요 기기 제조사와 AFA 체결 비율을 2019년 87.1%까지 확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 등 안드로이드 계열이 아닌 OS는 줄줄이 이용자 확보에 실패하는 등 포크 OS의 시장 진입은 불가능했다. 이를 통해 구글은 모바일 분야 점유율을 97.7%까지 끌어올리며 독점 사업자가 됐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구글을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 유지를 위한 반경쟁적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공정위는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이미 출시된 경쟁 상품의 원재료 구입을 방해하거나 유통 채널을 제한하는 방식이 대부분인 반면, 구글의 행위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쟁 상품의 개발 자체를 철저히 통제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경쟁제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구글이 유력한 경쟁 OS가 될 수 있는 포크 OS의 모바일 시장 진입을 봉쇄해 모바일 플랫폼 분야에서 구글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한 사건"이라며 "이번 조치는 모바일 OS 및 앱마켓 시장에서 향후 경쟁압력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2016년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자신의 안드로이드 OS 탑재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정황을 인지하고 직권 조사에 돌입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조 위원장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구글 제재를 위해 지난 5월 12일, 7월 7일, 9월 10일 등 3차례에 걸쳐 심도 있는 심의를 거쳤다. 이는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전체에 미치는 경쟁 제한 효과와 법원 소송 결과까지 고려하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조치의 실효성, 국제관례 등을 고려해 국내 제조사는 국내외 시장에 대해 해외 제조사는 국내 출시기기에 대해 시정명령이 적용되도록 범위를 정했다.

이번 과징금은 공정위가 2016년 퀄컴에 부과한 1조311억원에 이어 시장지배력 남용 및 불공정행위 사건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구글은 공정위의 이번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공정위의 글로벌 사업자, 플랫폼 제재 사례. [그래픽=연합뉴스]

구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하며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유감스럽게도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이 전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갖는 중요성 및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간의 경쟁을 간과했다"며 "앱 개발자, 기기 제조사 및 소비자들이 입은 혜택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훼손할 수 있는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눈부신 혁신의 원동력이 됐고 국내 기기제조사 및 앱개발자들의 세계적인 성공을 가능케 했다"고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들을 무력화함으로써 앱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를 위한 앱을 개발할 유인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저해하며 애플 iOS 및 다른 경쟁 사업자들과의 플랫폼 간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정위는 2019년 11월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을 출범시킨 이후 거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시장 진입의 기회를 넓히지 않고, 독점으로 치달으면서 그 피해가 중소영세상인과 소비자에게 되돌아온다는 우려가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앞서 공정위가 지난해 10월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바꿔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는 최상단으로 올린 네이버에 과징금(쇼핑 265억원, 동영상 2억원)을 부과한 것이 그 시작으로 보인다.

최근 규제의 칼날은 카카오로 향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혐의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계열사 지정자료 신고 누락 혐의 등도 조사중이다. 

여기에 해외 공룡 플랫폼 구글까지 사정 대상에 들어가면서 규제의 칼날이 전방위로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