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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일본계 SBI저축은행의 배반?...'일등다움'의 겉과 속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1.10.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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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일본계 SBI저축은행은 "누군가의 일등인 당신처럼 힘이 되는 1등 저축은행 SBI"라는 브랜드 이미지 광고처럼 금융소비자 평가 '좋은 저축은행 1위'를 차지하는 등 2금융권을 선도하는 입지를 쌓고 있다. 불과 2년 전 '노재팬' 운동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서 꾸준한 실적 증가와 더불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서민금융 대출에 있어서는 '1등' 고금리를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정감사 시즌에 또 한 번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79개 저축은행의 전년 경영 실적공시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SBI저축은행이 2년 연속 ‘좋은 저축은행’ 1위를 차지했다고 5일 밝혔다. 저축은행 순위는 안정성(50%), 건전성(30%), 수익성(20%) 부문으로 나눠 부문별 가중치를 둬 종합순위를 산정하는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저축은행이 SBI저축은행이었다. 

SBI저축은행이 업계 1위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서민금융 고금리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BI저축은행이 업계 1위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서민금융 고금리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SBI저축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총자산, 자본총계, 당기순이익 부분에서 업계 1위를 기록하면서 건전성과 수익성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저축은행권 수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2년 전 노재팬 운동 당시 모기업 회장의 혐한 발언으로 위기를 겪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으로 다가오는 대목이다.

SBI저축은행은 SBI홀딩스가 모기업으로 경영권을 쥐고 있는데, 기타오 요시타카 SBI홀딩스 회장이 과거 개인 블로그에 "일본 교과서에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극우적으로 기술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독도는 일본 영토이고, 한국이 경비대를 파견했듯 자위대를 파견해 일본 영토를 지켜야 한다"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게시글이 2019년 7월 당시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맞서 일본이 대한 경제보복 조치에 나서 국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불붙었을 때, 화두로 떠올라 일본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다만 SBI저축은행은 한국 진출 이후 일본계 주주에게 배당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을 알리고 자체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그 위기를 현명하게 넘겼다. 

하지만 이렇게 순항하던 SBI저축은행이 최근 또 하나의 악재을 맞았다. 저소득·저신용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대출에 있어서 고금리 순으로도 1위를 기록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감을 앞두고 지난달 28일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받은 ‘2018~2021년 7월말 햇살론 대출실적’에 따르면, 직장인 햇살론을 취급하는 2금융권 중 평균금리가 가장 높은 곳이 SBI저축은행이다. 

직장인 햇살론은 서민금융상품으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저소득자나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인 자에게만 대출 자격이 주어진다.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금리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상품으로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이 취급한다. 

이같은 취지와 배경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 햇살론 취급 저축은행 상위 3사 기준으로 평균금리가 가장 높은 곳이 8.4%의 SBI저축은행이라는 지적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는 신한금융저축은행과 NH저축은행의 7.1%보다도 1.3%포인트나 높은 수치이며, 저축은행 외 상호금융 햇살론 금리가 이보다 더 낮은 신협(6.1%), 새마을금고(5.4%), 농협(5.1%) 순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와 관련해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취급하는 차주가 다르고 판매 형태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며 "지주계열 저축은행은 당연히 금리가 좋을 수밖에 없고, 지주사를 통해 우량차주들이 우회해서 받는 형태"라고 해명했다. 이어 "하지만 SBI·OK·페퍼저축은행 등은 4대 보험 미달자, 일용직 등 금리가 절대 좋게 나갈 수 없는 이용자라 대형 저축은행을 놓고 보자면 평균에 가깝고, SBI저축은행의 경우 금리가 비교적 좋은 비대면 대출자보다 온라인 이용이 힘든 이용자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SBI저축은행 여의도 지점. [사진=김지훈 기자]
SBI저축은행 여의도 지점. [사진=김지훈 기자]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SBI저축은행이 업계 1위로서 국내 서민금융을 보호해줘야 할 책임감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SBI저축은행의 모회사인 일본 SBI홀딩스는 2020년 결산 실적(2020년 3월~2021년 3월) 자료를 통해 2023년 결산 실적을 토대로 인수 후 첫 SBI저축은행의 배당이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금까지 국내 저축은행 업계 1위이면서도 결손금으로 인해 배당가능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이러한 결손금 부담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미처분 이익잉여금 21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583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하고, 자산이 11조원을 돌파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본계 저축은행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가운데 국부유출 논란까지 나올 수 있는 사안이다 보니 직접적인 언급은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BI저축은행은 올해도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고, 금융당국은 이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며 금융권의 책임있는 동참을 유도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SBI저축은행은 일본계 저축은행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국내 서민들을 위한 '믿음직하고 힘이 되는 금융'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할 업계 1위로서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더욱 절실해 보이는 시점이다. 2년 연속 금융소비자들이 뽑아준 '좋은 저축은행 1위'의 일등다움이 서민금융 '1등' 고금리 비판 속에 허상으로 드러난다면 지난 2년 동안 애써 쌓아올린 이미지도 한순간에 어제 내린 눈으로 녹아내려 바로 거센 역풍을 맞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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