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제6공화국 출범 이래 직선제로 처음 선출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이에 따라 1980년 한국 정치를 상징하던 '1노 3김' 시대도 마침표를 찍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을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의료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26일 오후 1시 40분 유명을 달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김영삼 전 대통령(201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2018년)에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영면하면서 ‘87년 체제의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1955년 육군사관학교(11기), 1968년 육군대학을 졸업하고,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육군 9사단장이던 1979년 12월12일 육사 11기 동기생인 전두환씨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 세력의 핵심으로서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
신군부의 제2인자로 떠오른 노 전 대통령은 수도경비사령관, 보안사령관 등을 지냈다. 정무2장관, 초대 체육 장관,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 민정당 대표를 거쳐 정치 전면에 나선 고인은 1988년 2월 제13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당시 그는 전국 득표율 36%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를 물리쳤다.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노 전 대통령은 제6공화국 출범 이래 직선제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다. 북방외교 등으로 외교적 지위 향상, 토지공개념 도입 등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통령 퇴임 후 1995년 내란 혐의로 전두환과 함께 구속 기소됐다. 1997년 징역 17년과 추징금 2600억원을 선고받았다. 1997년 12월 퇴임을 앞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다. 최근까지도 추징금 미납 논란에 시달리다가 뒤늦게 완납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소영, 아들 노재헌이 있다. 노소영은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노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과 장례 정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가장법'에 따르면 국가장은 전·현직 대통령이거나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 사망했을 때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후 대통령이 결정한다. 지금까지 치러진 국가장은 지난 2015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뿐이다. 오 전 대통령이 반란수괴, 내란, 비자금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인물인 만큼 국가장 실시 여부는 유족과 정부의 논의가 필요하다.
국립묘지 안장 또한 미지수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형법 제87조에서 90조까지의 죄를 범한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형법 제87조가 내란죄로 국립묘지 안장이 법률적으로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