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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아사건 재수사, 처절한 모성애의 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1.09.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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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아사건 재수사는 한 엄마의 고독한 투쟁 끝에 얻어낸 눈물겨운 결실이었다. 정경아사건 재수사를 위해 흘렸던 한 엄마의 뜨거운 눈물이 국민과 경찰의 마음을 움직였다.

때는 2006년 7월 21일 오후 6시 30분, 당시 스물 네 살이던 정경아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전 직장 동료 배씨부부(당시 30. 여)와 또 한 명의 직장 동료 조씨(당시 28. 남)와 함께 술자리를 갖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술자리 분위기가 노래방까지 이어진 후, 이들 모두는 오전 0시 18분 경,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배씨 부부의 아파트에 도착한다. 이로부터 불과 12분 후인 0시 30분에 정경아씨는 아파트 복도 8층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이 사건은 경찰에 의해, 정경아씨가 8층 복도 창문을 통해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판단되어, 자살사건으로 종결되었다. 당시 함께 있었던 일행은 “정씨가 핸드백 등 소지품을 모두 놓고 밖으로 나가기에 담배를 피우러 나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예전 남자친구인 이모씨를 만나러 간 줄 알았다“고 말하며, 자신들은 사건 다음날인 오후 1시 20분이 되어서야 경찰을 통해 정씨의 사망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정경아사건은 그렇게 자살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정경아씨의 모친 김순이씨는 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주장했다. 여러 가지 정황들로 미루어 보아 딸이 자살이었을 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던 것. 국과수 역시 ‘높은 곳에서 떨어져 장기 손상으로 인한 사망으로 사료되나, 사망하기 전 누군가에게 가해를 당했음을 의심할 정도의 흔적들도 인정된다’는 부검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경찰은 자신들의 판단을 뒤집으려 하지 않았고, 그때부터 김순이씨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됐다.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바로잡기 위해 청와대에 청원서를 쓰는가 하면, 대검찰청 앞에서 딸 정경아씨 시신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김씨는 “딸의 마지막 모습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내 심정은 칼로 도려내는 듯 했다. 하지만 내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한 그녀는 1인 시위를 하던 중 사법 경찰에게 무리하게 끌려 나가다 머리를 다쳐 뇌진탕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이러한 김씨의 노력에 국민들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정경아사건 재수사를 요청하는 국민들의 청원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재수사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김씨가 딸이 사망하기 전 함께 있었던 직장 동료 배모씨와의 전화 통화를 녹취한 기록이었다. 해당 녹취 내용에는 배씨가 사건 당일 정경아씨 올케와 오전 9시 40분에서 10시 사이에 통화를 했고, 당시 정경아씨가 숨졌다는 발언을 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경아씨 죽음을 다음날 오후에야 알았다는 배씨 일행의 증언은 거짓이 된다.

이렇게 해서 자살로 마무리 될 뻔했던 정경아사건은 5년 만에 재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정경아씨의 모친 김씨가 검찰에 증거 자료로 제시한 것은, 배씨와의 통화 녹취 기록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인터넷을 통해 딸의 죽음이 타살로 의심되는 몇 가지 단서들을 게재해 놓았다. 김씨가 제기한 정경아사건의 타살 의혹은 이러하다.
1. 딸의 사체 부검 결과가 심하게 맞아 죽은 사체의 부검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
2. 사체의 최초 목격자는 사체가 하늘을 향해 있었다고 했으나, 도착한 소방관은 사체가 엎드려 있다고 했다.
3. 아파트에서 심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 신경이 쓰인 이웃 주민이 나가보려 하는 찰라,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4. CC TV에 일행의 의심스러운 동작이 찍혀있다. 그들은 딸을 찾으러 나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벽에 머리를 찧거나,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등의 이상행동을 했다.
5. 딸의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배씨 남편이 전화를 걸어 ‘다시 경아하고 통화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와중에, 멀리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애원하는 정경아 목소리가 들렸다.
6. 투신했다는 아파트 복도 창문에서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
7. 167cm에 65kg인 딸이 뛰어내리기엔 창문의 크기가 작다.
8. 딸의 바지 지퍼가 열려 있었다.

김씨는 “일일이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의문점들이 있다”며 “경찰이 사건 당시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자살로 결론지었다면 나도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힘 있는 어미였어야 했는데, 그럼 내 딸이 이렇게 억울하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힘들었음을 고백했다. 정경아사건이 자살로 종결된 지 무려 5년 만에 재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은,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엄마의 뜨거운’ 눈물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기를 희생해 딸의 죽음을 규명하고자 했던 엄마의 처절한 모성애가 국민의 가슴을 울리고, 정경아사건 재수사 가능성을 열었다.

부디 정경아사건 재수사로 그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 모친 김순이씨의 가슴에 박힌 대못을 조금이나마 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안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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