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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윤여정, 한국배우 최초 오스카 품다…"운 좋았다, 두 아들 잔소리 덕분"
'미나리' 윤여정, 한국배우 최초 오스카 품다…"운 좋았다, 두 아들 잔소리 덕분"
  • 최민기 기자
  • 승인 2021.04.2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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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두 아들이 항상 저에게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게 아이들의 잔소리 때문이다.”

한국 배우 최초로 마침내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이 재치 넘치면서도 겸손한 수상 소감으로 박수를 받았다.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와 관련한 소신 발언도 잊지 않았다.

한인 2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서 온 할머니 순자역을 열연한 윤여정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25일(현시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온 역 등에서 개최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TV 중계에 따르면 브래드 피트의 호명에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드디어 브래드 피트를 만났다. 우리가 털사에서 영화를 찍을 때 어디 있었냐?”는 농담으로 소감을 밝히기 시작했다. 브래드 피트는 영화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했다.

한인 이민사를 다룬 영화 미나리로 39번째 트로피를 수집한 윤여정은 “아시다시피 나는 한국에서 왔고,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은 제 이름을 여영이나 유정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안겼다.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74세의 윤여정은 한국 배우로는 102년 역사상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손에 넣었고,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시아 여성 배우가 됐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친 결과다.

투표한 아카데미 관계자와 ‘원더풀’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한 윤여정은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 한예리, 노엘, 앨런, 우리는 모두 가족이 됐다. 특히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5명의 후보가 각자의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내가 운이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라며 동갑내기 배우에게 특별한 예의를 표했다.

또 "두 아들이 항상 저에게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데 이 모든 게 아이들의 잔소리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며 두 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그래픽=연합뉴스]

최근 아시아 영화의 약진과 할리우드의 다양성 확대와 관련한 발언도 곁들였다. 그는 이날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마련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심지어 무지개도 7가지 색깔이 있다.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동성애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여정은 할리우드의 스타 브래드 피트가 여우조연상 발표자로 나와 자신을 수상자로 호명한 데 대해 "그가 제 이름을 잘못 발음하지 않았다. (제 이름을 제대로 말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우스갯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브래드 피트와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장르를 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영어도 안 되고 나이도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은 꿈꾸지도 않았다"며 "그것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서 답변할 게 없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오늘 밤 저는 다른 후보들보다 운이 너무 좋았다"며 "이것은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의 환대가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는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스티븐 연)·여우조연상(윤여정)·각본상·음악상까지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여우조연상 1개 부문 수상만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 영예인 작품상의 주인공은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가 됐다. 남우주연상은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 여우주연상은 '노매드랜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각각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