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취업 방해” vs “회사 고유권한”…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의 온도차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4.02.15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쿠팡의 ‘블랙리스트’ 문서 작성 의혹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MBC 보도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서 근로 부적격자에 대해 취업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는 물론 정당성을 두고 공방을 펼치는 중이다.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쿠팡은 블랙리스트 문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유통업계에선 일찍이 CJ대한통운, 컬리가 비슷한 사례로 곤욕을 치렀던 만큼 쿠팡을 둘러싼 논란의 향방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에 제기된 의혹은 CFS에서 블랙리스트에 담긴 노동자 개인정보와 함께 ‘사유1’, ‘사유2’로 나뉜 두 개의 정보로 노동자의 CFS 재취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사유1은 ‘대구 1센터’, ‘대구 2센터’, 그리고 ‘두 개의 점선’으로 구분했고, 사유2는 ‘폭언, 욕설 및 모욕’, ‘도난사건’, ‘허위사실 유포’, ‘고의적 업무방해’ 등 총 48종류로 구분해 작성됐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서 노동자 재 채용을 방해하는 '블랙리스트' 문서 작성 및 운영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에서 노동자 재 채용을 방해하는 '블랙리스트' 문서 작성 및 운영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C 보도에 의하면 사유1은 채용 제한 기간을, 사유2는 채용 제한을 위한 사유로 해석하며 문서 이름은 ‘PNG 리스트’라고 공개했다. 역시 암호처럼 느껴지는 ‘PNG’에 대해선 외교전문용어인 ‘기피인물’을 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라고 추정했다. 즉 쿠팡이 블랙리스트의 성격과 같은 문서로 취업을 방해해 노동자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먼저 불법적인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다. 근로기준법 40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근로자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쿠팡은 보도된 바와 같은 비밀문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쿠팡은 지난 14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CFS의 인사평가 자료는 해당 보도에서 제시된 출처 불명의 문서와 일치하지 않으며, 어떠한 비밀기호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인사평가 자료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는 회사의 고유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는 주장이다.

대중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해당 기사에는 블랙리스트 문서 존재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댓글을 보면 “회사 입장에서는 거르고 싶은 사람들을 거르는 거다. 이왕이면 일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지 않겠나”, “내 돈 들여 사람 쓰면서 사람 골라 뽑으면 안 되냐”, “누명이라면 안 되겠지만 대충하는 사람, 편 가르기로 물 흐리는 사람, 폭언 및 욕설하는 사람, 도둑질하는 사람은 당연히 걸러야 하지 않겠냐” 등 쿠팡 주장처럼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상식적 조치라는 내용이 다수다.

반면 인사평가 기준이 적절치 못했다는 점에선 문제 될 소지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실제 PNG 리스트 명단에 올랐다는 당사자들 인터뷰 내용에선 불합리한 근로환경에 대해 건의한 이후 채용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우수 사원으로까지 뽑혔지만 갑작스레 채용이 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는 등 답답함을 호소한 사례도 여럿이었다.

이 때문에 재취업 불가에 대한 명확한 ‘통보’ 또한 필요하다는 것인데, 기업들로선 통보라는 것은 구체적 잘잘못을 따지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용직∙계약직∙정규직 등 수많은 형태로 인력들이 스쳐 가는 물류센터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보다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인사평가라는 자료를 통한 관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쿠팡 또한 입장문에서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는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도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모양새다. 쿠팡이 입장을 발표한 이후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및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쿠팡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따라 쿠팡을 상대로 집단 고소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대책위가 법 위반이라며 주장하는 지점도 ‘취업 방해’ 행위에 대한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및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 대한 고소 및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및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 대한 고소 및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쿠팡도 형사고소를 예고하며 이날 서울 송파경찰서에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쿠팡대책위를 연 권영국 변호사 외 3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는 허위 주장이며, 해당 문서에서 실제 인사평가 자료에는 없는 ‘노조 직함’ 항목 또한 임의로 추가해 조작한 자료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는 사실 등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하고 있다.

앞서 CJ대한통운, 컬리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무혐의 받은 바 있다.

물류센터 근로자를 위한 복지 증진 프로그램 등에 92억원가량 투자하고, 물류센터를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지역발전 효과도 상당하다고 홍보했던 쿠팡으로선 이번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이전투구의 수렁으로 빠진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