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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코로나로 빗장은 열린 비대면 진료·약 배달...국민편의냐 오남용 방치냐
[포커스] 코로나로 빗장은 열린 비대면 진료·약 배달...국민편의냐 오남용 방치냐
  • 김혜원 기자
  • 승인 2021.07.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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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혜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진료가 어려워지면서 '원격 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반 진료 등 제한적이나마 그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25년 한국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대면 진료 발전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단체들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확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대면 진료 관련 비급여·의약품 오·남용과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플랫폼 업체 광고에 대한 규제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유행) 여파로 진료의 비대면화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찾지 않고 전화로 상담하고 처방까지 받을 수 있는 원격의료를 일시 허용했다. 한시적으로 원격의료의 빗장이 열린 것을 기점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 개발기업 제이엘케이는 지난 5월 31일 AI 원격 의료 솔루션이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해 임시허가를 취득했다. [사진=제이엘케이 제공]
국내 의료 인공지능 개발기업 제이엘케이는 지난 5월 31일 AI 원격 의료 솔루션이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해 임시허가를 취득했다. [사진=제이엘케이 제공]

다만, 위급 상황에 대비한 한시적 허용이다 보니 언제든 종료될 수 있다. 현재 4차 유행 단계까지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지만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향후 감염병 위기 단계가 하향 조절될 경우 원격의료가 재고될지, 보완·유지될지 여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업들은 앞서 원격의료를 도입해 시행 중인 국가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의 범위나 수준을 확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상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관련 사업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개발기업 제이엘케이는 AI 기반의 원격의료 솔루션이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해 임시허가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제이엘케이는 제한적이나마 AI를 활용한 비대면 진료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인공지능 의료 솔루션 인허가 4개를 추가, 국내외 총 49개의 인허가를 보유하게 됐다. 제이엘케이와 더불어 AI 기반 문진 정보를 제공하는 비플러스랩도 규제특례를 인정받았다. 두 기업 모두 재외국민에게만 서비스할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렸지만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는 "의료환경이 열악한 국가로 나간 재외국민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언어·문화적 차이, 현지 의료체계 미비 등으로 의료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재외국민이 국내의 우수한 의료진과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원격진료에 대한 사용자의 심리적 허들도 낮아지고 있다. 

약사법 위반 등으로 약사회와 갈등을 빚어 한 차례 서비스를 중단한 뒤 지난해 11월 재개한 원격 진료·약 배달 앱 '닥터나우'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0만명, 누적 이용자 수 30만명을 기록 중이다. 원격 진료 및 처방전 원격전송, 처방한 약 배달까지 원격진료 전 과정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 진료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 진료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하지만 의·약사 단체는 기업들의 원격진료 서비스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산업육성 기조의 의약품 배달정책이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약사회, 경기도약사회 등 지역약사회는 닥터나우에 대규모 탈퇴 신청을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약사회는 시도약사회에 공지를 통해 의약품 배달행위가 위법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약 배달 플랫폼에 가입한 회원들의 탈퇴를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의약단체들과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를 열어 심장초음파 시행주체, 대체조제 관련 약사법 개정안, 코로나19 한시적 비대면 진료 관련 비급여·의약품 오·남용 개선방안(약사회 제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약사회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을 두고 비급여·의약품 오남용, 처방전·약 배달 등 관련 플랫폼 업체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규제챌린지 발표에도 의료계는 반발했다. 지난달 국무조정실이 규제챌린지 추진을 발표하면서 과도한 규제 15개 개선 과제에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과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을 포함시키자 철회를 촉구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원격의료는 지난해 의료계가 결사 저지한 '4대악 의료정책'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정협의체를 통해 발전적 방안에 대해 논의키로 합의한 바 있다"면서 "이번 규제챌린지 발표는 이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일방적이고 경제논리에 매몰된 규제챌린지 추진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의료계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통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의약품 판매가 면허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배달앱을 통한 처방전 전송·조제, 의약품 대리수령 등이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플랫폼 기업 측은 "원격의료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며 "실제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측의 입장이 대척점에 서있는 만큼 합의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