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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연대투쟁 확대' 암초 만난 서울시 공공개발, 건설업계 관망·SH 속앓이

  • Editor. 장용준 기자
  • 입력 2021.08.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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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장용준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공공개발 시범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당초 사업 진행을 희망하던 시범사업 후보지들에서 사유재산 침탈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커졌고, 서울 흑석2구역을 비롯한 공공개발 반대 연대투쟁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사업 참여 시기를 조율중이던 건설업계는 민간 정비사업으로 선회하는 분위기이고, 사업을 주도해야 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내부 사정으로 속앓이 중이라 자칫 공공개발 자체가 표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흑석2구역·신설1구역·금호23구역 공공개발 반대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서울시청 본관 정문 앞에서 공공개발 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 3개 비대위는 서울시와 SH 및 국토부와 LH가 밀어붙이는 공공개발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를 언론에 발표하고 오 시장을 항의 방문해 공개 질의서를 전달했다.

최조홍 흑석2구역 비대위 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정문 앞에서 공공개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흑석2구역 비대위 제공]

흑석2구역 비대위는 공개 질의서를 통해 "인간의 생존권의 기반인 사유재산권을 침탈하는 결정을 단 10%의 주민들이 제안해 다수결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 이 나라 헌법 질서인가"라며 "서울시와 동작구청 및 SH공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를 실행하려고 하는데, 사유지 9400평 중 2000평도 미치지 못하는 토지 소유자의 다수결에 의한 횡포를 서울시는 정당하다고 보고 공공 재개발을 강행하려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 300여명 중 상가 및 주택소유자 140여명의 사유재산권 및 자영업자 400여명의 생존권의 문제를 임대아파트 500세대를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밀어붙여도 되느냐"면서 "원주민 정착률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재개발을 강행할 명분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여기에 상가소유자 대부분은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데 강제로 1가구 2주택의 '죄인'으로 만들려는 것은 현 정부의 명분이 있는 정책인지, 최근 몇 년 사이 지분을 취득해 급증한 투기적 수요를 조장하는 것이 서울시와 현 정부의 정책이 일치하는 것인지 답을 요구했다. 

최조홍 흑석2구역 비대위 부위원장은 "대한민국은 공산주의 국가인가? 서울시와 SH공사가 지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사유재산권 침탈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허울 좋은 공공개발을 핑계로 투기 광풍을 조장해 개발 이익을 보려는 일부의 사람들과 서울시, SH공사는 각성해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재국 금호23구역 비대위원장은 "일부 노후 단독소유자들이 다른 소유자의 뜻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는데, 서울에서 준강남으로 꼽히는 이 황금 자락에 공공 재개발이 무엇이냐"며 "왜, 우리의 재산을 3자가 개입해 이익을 가져가고 공공배분을 하느냐"고 토로했다.

김성렬 신설1구역 비대위원장도 "신설 1구역의 토지 등 소유자들은 평생 피와 땀을 흘려가며 한 푼, 두 푼 저축해 작게나마 길가에 본인의 소유건물을 가지고 소규모사업 및 영세 임대사업을 영위하며 살고 있다"면서 "일부 몰지각한 토지 등 소유자들이 지분 쪼개기, 투기 등을 일삼고 있는 가운데, 선량한 원주민들의 땅을 뺏어서 투기 세력에게 나눠주는 공공 재개발이 과연 맞는 건지, 근본 취지인지 생각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3개 구역 비대위 측은 서울시와 SH, LH가 주도하는 공공개발에 대해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도시재생 등을 통해 마을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힘을 모아 주민들 자체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들은 앞으로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다른 구역들과도 연대의 폭을 넓혀 나가며 매일 릴레이 1인 시위 등으로 공공개발이 철회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비업계에서는 정부와 서울시가 주도하는 공공개발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다른 공공재개발 후보지와 도심공공주택개발복합사업 후보지마저도 반발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4차 선도사업 후보지. [그래픽=연합뉴스]

2·4공급대책 당시 정부가 내놓았던 도심공공주택개발복합사업도 영등포구 신길4구역, 동대문구 용두역세권과 강북 미아16구역 등 9곳 1만6000가구에 달하는 후보지들이 모두 사업 철회를 요청한 상황이다. 이밖에도 잠재적인 사업 철회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후보지들까지 포함하면 18곳, 4만여가구가 사업을 이탈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건설사들이 공공개발에 대한 기대를 품었던 건 서울권 공급 부족의 대안이면서도 코로나에 따른 수익 저하를 감당할 수 있는 메리트를 봤기 때문"이라며 "다만 공공 주도형이다 보니 사업성이 떨어지는 점이 지적됐고, 주민들도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관망의 이유였는데 이젠 민간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돌아서는 수요가 늘어 고민이 따른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LH와 SH가 주도하는 사업 추진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원이나 원주민 입장에서는 재개발과 재건축에서 민간 주도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문제시하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을 주도해야 할 SH는 내부 사정이 녹록지 않다. 지난 4월 김세용 전 사장이 물러난 이후 공석인 사장 자리를 두고 김현아 후보자가 다주택 논란으로 인사청문회 뒤 중도 하차한데다 정부 주도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사업장이 확산세를 보이면서 추진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사옥 이전 추진 문제도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SH공사 제1노조는 ‘SH공사 이전 관련 성명서’를 통해 "비민주적, 비합리적, 비경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방적 사옥 이전을 즉시 중단하라"며 "강남북 균형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중랑구로의 SH공사 사옥 이전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해 SH공사 사옥을 중랑구로 이전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 가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SH공사 신사옥은 연면적 4만㎡ 이상 규모에 근린생활시설과 600석 규모 공연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이 수립됐고, 서울시는 내년에 건축설계 공모를 열고 2022년에 착공에 들어가 2024년 공사와 이전을 마칠 예정이었다.

SH공사 신사옥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SH공사 신사옥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하지만 제1노조는 "임직원들의 근로조건을 보호해야 하는 공사 경영진은 지난해 5월 '노동조합과 합의해 추진하라'는 공문 내용을 철저히 무시한 채 지난해 9월 노조 몰래 서울시·중랑구와 함께 '서울주택도시공사 중랑구 이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공사는 타당성 검토를 지방공기업평가원에 의뢰해 진행했는데, 그 결과조차도 경제적·재무적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공공주도 개발이 힘들다는 건 발표 초기부터 지적돼 온 것"이라며 "재개발 지역의 사업 추진의 90%는 주민동의서를 받는 것인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공공개발에서 누가 이 역할을 주도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 마찬가지로 건설사나 시행사도 미래 비전과 수익성을 따져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서 민간 정비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개발의 공정성 의도는 좋으나 실제 시뮬레이션을 좀 더 가동해 봤다면 이런 시행착오가 적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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