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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훈의 이야기力] 요즘 인기 있는 '데이팅 앱' 직접 해보니? (上)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11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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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시력, 청력, 근력, 정신력…. 사람이 지닌 힘의 종류는 많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여러분의 '이야기력'은 어떤가요? 이야기력은 '내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뜻합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쌓아왔고, 어떤 이야기를 꿈꾸며, 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여지훈의 이야기力]은 “좋은 이야기가 좋은 세계를 만든다”는 믿음 아래, 차근하고도 꾸준히 좋은 이야기를 쌓고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편집자 주>

"너도 데이팅 앱을 써 보는 게 어때? 우리 딸도 그거 써서 지금 좋은 남자 만나 잘 사귀고 있다."

1개월 남짓 됐을까.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차를 마시며 일상을 주고받던 중 나온 이야기였다. 지인과는 이미 십 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왔기에 평소 솔직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였다. 주말에도 기삿거리를 찾으며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는지, 스물이나 많은 연장자의 입에서 '데이팅 앱'이란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에이, 무슨 데이팅 앱인가요. 지내다 보면 어련히 좋은 사람 만나겠죠."

"누가 들으면 내가 신세대고 네가 구세대인 줄 알겠다. 인연이란 것 다 만들기 나름이다. 무작정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게 아니야. 편견 없이 봐봐. 요즘 젊은 애들은 그런 앱 통해서도 좋은 사람 만나 잘 살아가더라."

건성으로 고개를 주억거리긴 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기자 본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데이팅 앱이라니… 뭔가 작위적이지 않은가. 진정한 인연이라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러니까 부지불식간 ‘운명적으로’ 찾아오는 것 아닌가?

그 후로 며칠이 지났고, 은연중 마음에 담고 있었는지 편견 없이 보라는 지인의 말이 계속 뇌리에 맴돌았다.

‘그러게. 왜 나는 생전 이용 한 번 안 해 본 앱을 색안경부터 끼고 봤을까. 자연스러운 만남도 좋지만, 이미 누군가를 만날 마음의 준비가 된 이들끼리 만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새파란 20대 초부터 이선희의 ‘인연’이 애창곡이었을 만큼, 인연에 있어서만큼은 운명론자였던 30대 중년 아재의 오랜 편견이 깨져나가는 순간이었다.

서른 중반을 넘기기까지 서너 번의 연애 경험이 있었지만, ‘운명’이라고 느낀 이는 단 한 사람뿐이었고, 그이는 지금 다른 이와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홀로 뒤처진 채 ‘운명’이란 고리타분한 개념에 얽매여 스스로 벽을 치고 있는 순진함이 문득 어리석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시작한 데이팅 앱이었다. 여러 앱이 있었지만, 평점과 후기를 읽고 신중히 앱을 골라 설치했고, 11일 현재까지 한 달 가까이 이용해왔다. 일상의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는 기자란 직업의 강점을 살려, 이제 그 사용 후기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사용한 앱의 이름은 ‘썸데이’로, 기사 작성을 위해 앱을 운영하는 대표 및 운영진과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일체의 광고성 제의도, 금전 거래도 오가지 않았음을 미리 밝혀둔다.

최근 데이팅 앱이 많이 활성화됐다. [사진=언스플래시]
최근 데이팅 앱이 많이 활성화됐다. [사진=언스플래시]

자기소개

우선 앱에 최초로 접속하면 이용자는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자기소개를 작성해야 한다.

자기소개에는 성격과 외모, 특기와 취미, 휴일을 보내는 방법 등 간단한 신상 정보에서부터, 좋아하는 이성 스타일과 싫어하는 이성 스타일 등 호불호에 관한 질문, 또 사랑이나 행복에 대해 평소 지닌 가치관, 좌우명과 생활신조, 버킷리스트 등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질문도 있다.

그러나 이용자는 필수 항목으로 지정된 몇몇 질문을 제외하고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다. 기자는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필수 항목으로 지정된 질문에만 짤막하게 답한 이들이 훨씬 많았다.

이외에도 키, 몸무게, 혈액형, 음주 횟수, 학력, 직업, 연봉, 재혼 여부, 가족관계 등 좀 더 객관적인 정보를 요구하는 정보란이 따로 있었으며, 연간 독서량, 결혼 후 맞벌이 여부, 자녀 계획, 결혼관, 남녀의 데이트 비용 분담률에 관한 의견, 선호하는 데이트 방식이나 횟수 등을 묻는 심층 설문 조사도 있었다. 이 역시 필수 항목을 제외하고 작성은 이용자의 선택에 맡겼다.

단, 운영진 측에 문의한 결과 프로필 정보는 상호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기본적으로는 본인이 참여하지 않은 질문 내용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답변도 확인할 수 없으며, 따라서 상대의 답변이 궁금하다면 먼저 본인부터 질문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 다만 프로필 정보 중 본인에게 민감한 정보의 경우 비공개 처리를 할 수 있게끔 유연하게 시행되고 있다.

앱을 이용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많은 이용자가 필수 항목 위주로만 작성하고, 짧게라도 모든 항목을 성실히 입력한 이는 상당히 드물었다는 점이다. 이는 남녀불문하고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인데, 진지하게 발전할지도 모를 이성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성의 없이 자기소개를 작성한다는 사실이 기자에게는 무척이나 의외였다. 그 말인즉슨 프로필 사진만 보고 이성이 자기에게 연락해주길 바란다는 뜻일 텐데, 괜히 혼자 너무 진지한 건가 하는 의문마저 드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사정이야 어떻건 앱 이용자가 많아야 커플 연결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운영진 측에서도 부득이하게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지 않고 모든 항목을 필수 항목으로 지정할 경우, 지나치게 많은 설문 조사는 그 자체로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많은 이용자가 초기에 떨어져 나갈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와 함께 이용자는 최대 6개까지 프로필 사진을 올릴 수 있다. 이 중 적어도 2장의 사진은 얼굴 식별이 되는 정면 상반신 사진이어야 하며, 나머지 사진은 그보다는 제약이 덜한 편이다. 기자도 필수로 요구되는 2장의 사진을 제외하고는 선글라스를 끼거나 신체의 일부, 또는 실루엣만 나오는 사진을 올렸는데 모두 승인 처리됐다.

다만 사진의 경우에는 이용자가 수정하는 즉시 업데이트되는 다른 자기소개 정보와 달리, 반드시 운영진의 확인 및 승인 절차가 있어야만 등록과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이는 일부 이용자가 불건전하거나 혐오적인 사진을 올리는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과금 구조

썸데이의 평가와 후기가 다른 앱에 비해 남달랐던 이유로는 과하지 않은 과금 구조가 큰 몫을 했다.

앱 이용자는 매일 정오 최소 2명부터 최대 8명까지 지역, 나이, 이상형 설정 등을 기준으로 새로운 이성을 무료로 소개받는다. 만약 그중 호감 가는 이성이 있다면 본인이 작성한 메시지와 함께 상대방에게 '좋아요!'를 보낼 수 있다. 이때 ‘좋아요!’ 1회당 59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회당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좋아요!’를 30일간 무한으로 보낼 수 있는 상품, 또 90일간 무한으로 보낼 수 있는 상품 등 기간제 상품도 있다.

기자는 앱 이용 초기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란 생각에 그때그때 1회 상품권을 구매해 사용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호감 가는 이성이 상당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성과의 매칭이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이쪽에서 ‘좋아요!’를 보냈더라도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돈만 날리는 격이었다. 결국 도중에 3만원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30일 상품권을 구매했다.

썸데이가 호평을 받는 다른 이유 중 하나는 30일 상품권을 이용하는 경우, 여러 차례 '좋아요!'를 보냈음에도 단 한 건의 매칭도 성사되지 않는다면, 상품 기한을 무료로 계속 연장해 준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이용 후기가 매칭 단계별로 과금을 유도하는 다른 데이팅 앱에 비해 썸데이의 과금 유도가 훨씬 적은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일단 상대 프로필 조회는 몇 번을 하더라도 무료이며, 앱 내 채팅방을 열 때마다 3000~4000원씩 과금하는 다른 앱들과 달리, 썸데이는 매칭이 성사되면 당사자 서로 간 카카오톡 ID나 연락처를 주고받아 개인적으로 연락하게끔 하고 있다. 즉, 이성 간 연결해 주는 것을 끝으로 데이팅 앱으로서 썸데이 자신의 본분은 다 했다고 보는 셈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부 데이팅 앱은 닉네임 변경 등 프로필 정보 변경만으로도 상당 금액을 과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썸데이는 이용자가 기간제 상품권을 구매한 경우, 매일 소개되는 모든 이성에게 제한 없이 '좋아요!'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기자는 상당히 보수적이라 한 이성에게 ‘좋아요!’를 보냈다면 하루 또는 이틀 정도는 다른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더라도 '좋아요!'를 보내지 않았지만, 원칙적으로는 이용자 성향에 따라 원하는 모든 이성에게 '좋아요!'를 보내는 게 가능하다. 다만 이것을 장점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로 인해 기자가 ‘좋아요!’와 함께 나름 공들여 작성한 메시지가 종종 ‘단체 쪽지’로 오해를 받은 경우가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을 무료로 소개받은 뒤 24시간이 지나 다음날 정오가 되면, 새로운 이성들을 소개받음과 동시에 이미 소개받은 이성에게 '좋아요!'를 보내기 위해서는 '놓치지 않을 거야!'란 상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실제로 한 이성에게 '좋아요!'를 보내고 며칠간 연락을 기다리다 보니 새로 소개된 이성 중 마음에 드는 이를 놓친 적이 몇 번 있어 해당 상품을 구매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기간제 ‘좋아요!’ 상품 외에도, 특정 이상형을 설정하고 그 설정에 맞는 이성을 소개받도록 도와주는 상품, 이성들이 평가한 본인의 매력지수나 이성들이 남들로부터 평가받은 매력지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상품, 매일 무료로 소개받는 이성 외에도 본인이 원한다면 이상형을 계속 추가로 소개해주는 상품 등도 있다. 그러나 이런 상품들은 이용자 기호에 따른 옵션일 뿐, 앱을 이용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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