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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열의 리셋] 현대 나이 계산법과 당신의 인생 전성기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10.05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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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인생 전성기요? 으음, 대략 45세쯤이 되지 않을까요?”

“인생 전성기를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뜬금없는 질문에 30대 중반 J는 잠시 고민 끝에 이렇게 말한다. 그는 늘 ‘의욕과 열정 가득’이다. 저렇게 일하다가 덜컥 탈이 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부르기도 한다. 마치 스프린터와 같아 평소 생각이 궁금하던 차였다.

주변에서 J같은 젊은 친구들을 종종 목도한다. 우리 사회에서 연령대별로 요구하는 목표와 성취를 위하여 온 힘을 다해 매진한다. 그것이 여의찮을 경우 남과 비교해 상처받고 또는 낙담하고 좌절하고, 또다시 심기일전해 내달린다. 참으로 눈물겹다.

​사진은 영화 ‘더 파더’의 한 장면이다. 안소니 홉킨스는 치매를 소재로 한 이 작품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생애 2번째로 수상했다. 아카데미 연기상 최고령 수상자다. 1937년 12월 31일 생인 그는 올해 85세다.​
​사진은 영화 ‘더 파더’의 한 장면이다. 안소니 홉킨스는 치매를 소재로 한 이 작품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생애 2번째로 수상했다. 아카데미 연기상 최고령 수상자다. 1937년 12월 31일 생인 그는 올해 85세다.​

오늘은 이 세상의 J들과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이대로 하면 자신이 목표한 것을 이루고 행복을 거머쥘 수 있을까. 확신이 없다면 잠시 짬을 내 읽기 바란다.

먼저 현대 나이 계산법을 아는가? 얼추 십 년전쯤 화제 된 바 있다. 현재 나이에 0.8을 곱하면 '진짜 나이'라는 것이 골자다. 당시 SBS는 현재 전체인구에서 8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정확히 50년 전, 85세에 0.8을 곱한 68세 이상과 비슷하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통계청 데이터에 의하면 1970년 60세 사망률(2.5%)은 2020년 75세 사망률(1.9%)보다 더 높았다.

‘내 몸 사용 설명서’의 저자인 마이클 로이젠은 이미 지난 2006년 저서 ‘달력나이 건강나이’(원제 ‘Real Age’)에서 ‘건강나이(Real Age)’ 개념을 제시했다. 건강나이는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한 ‘달력나이’가 아니라 신체 노화 정도를 측정한 몸의 생물학적 나이를 뜻한다.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고 생활하느냐에 따라 30세 중년 또는 60세 청년으로 살기도 한다.

장수 나라 일본에서는 한술 더 떠 ‘0.7 곱하기 인생 나이’란 계산법이 한때 회자했다고 한다.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이 시대에 인생 전성기를 달력나이 40대 중반으로 맞추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백세시대에 조로(早老)하거나 남은 절반 인생을 우왕좌왕 악전고투하며 보낼 수 있기때문이다. 현대 나이 계산법으로 달력나이 45세는 건강나이 36세에 불과하다. 60세에 맞춰야 건강나이 48세로 얼추 들어맞는다. 이것도 일반적인 평균치다. 세대가 뒤로 갈수록, 건강관리에 각별한 이들일수록 0.8, 0.7이 아니라 0.6 곱하기도 가능하다.

사실 달력나이 40대 중반을 인생 전성기로 삼는 것은 작금의 우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이 49.3세인 까닭이다. 공기업과 사기업 등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선에 맞추면 그렇다는 얘기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윤여정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한국배우로는 처음 받았다. 1947년 6월생인 그는 올해 나이 75세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윤여정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을 한국배우로는 처음 받았다. 1947년 6월생인 그는 올해 나이 75세다.

의료 및 경제발전 등으로 생애주기는 급변하는데 기존 구조와 체계는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현재 65세 노인연령도, 만 60세 법정 정년도 건강나이로 따지면 각각 52세와 48세에 불과한데 그 나이쯤 되면 사회와 단절하고 뒷방으로 내몰리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앞으로 평균 수명은 더 길어질 텐데 우리 생애주기가 ‘힘들게’ 공부하고 - ‘죽기 살기’로 일하다 승진하고 - ‘한순간’ 조기 퇴직하는 3단계 삶의 행로 등 기존 프레임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간 ‘미래의 나’는 큰 불안과 함께 대혼란에 고통받을 수 있다.

몸이 젊어졌으니 이제 마음도 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간 하드웨어는 21세기 최첨단인데 소프트웨어는 ‘쌍팔년도’ 것을 그대로 쓰는 최적화 실패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주변에는 일찌감치 자신의 생애주기 로드맵을 주도적으로 다시 짜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에 성공하며 사회가 정해 놓은 법정 정년과 상관없이 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백세시대에 걸맞게 인생 전성기를 60, 70대로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단단히 마음만 먹더라도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괴롭히는 대신 아끼고 소중히 다루게 된다. 중요하지 않으면서 ‘급한 것’보다 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된다.

그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는 이렇다. 첫째, 평소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게 된다. 둘째, 긴 호흡의 생애 설계를 함으로써 나이대별 성과에 대해 조급함이 사라진다. 타인과의 비교 경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다. 셋째, 열린 사고로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자 남다른 학습과 탐구력을 유지한다. 그밖에 일에 대한 열정과 열망이 방전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에 힘쓰게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전통 프레임에 들씌워져 유형무형으로 압박한다.

◇ 늙어가는 중기…60 대 이상 CEO 11.8만명, 70대도 2만여명

얼마 전 한 언론에 보도된 기사 본문의 소제목이다.

달력나이에 근거한 연령차별 주의를 물씬 풍기는 내용이다. 달력나이 60세 이상, 즉 건강나이 48세 이상 CEO가 백세시대에 맹활약하는 것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연령인구(15~65세) 감소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해 실효 은퇴 연령을 늦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머잖아 법정 정년이 조금씩 늘어나 향후 65세와 70세 정년, 더 나아가 ‘정년 폐지’ ‘평생 근로’의 날이 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기존 제도와 관행은 여전히 평균 수명이 낮은 과거에 맞춰져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다. 개개인이 현재의 사회 구조와 생애주기 프레임을 과감히 걷어차야 한다. 그리고 60, 70대 전성기 등 자신만의 로드맵으로 생애주기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야만 달력나이와 건강나이로 생긴 부조화와 간극을 메울 수 있다.

J들에게 진심으로 조언한다. 당신의 인생 전성기, 언제로 세팅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라!

발행인


■ 글쓴이는? - 40대 초반 첫 직장에서 나왔다. 수개월 후 복귀를 제안 받았으나 정중히 거절했다. 그 이유는 은퇴 뒤의 삶을 의도대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남들이 은퇴하는 55세쯤에 나만의 다른 삶을 살겠다는 열망이 뜨거웠다. 60세를 눈앞에 둔 지금, 성공은 개뿔! 그러나 얻은 것도 많다. 언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함께 일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건강을 챙기는 데 열심이다. 크게 쫓기지 않으며 누가됐든 무엇이든 도움이 된다면 열심히 듣고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다.

■ 후기 - ‘청춘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청춘’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78세에 시를 썼다는 시인은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오는 신선한 정신,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일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강조한다. 놀라움에 이끌리는 마음, 미지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 삶에서 환희를 얻고자 하는 열정을 청춘의 상징이라고 노래한다. 이 시구에 십분 공감하며 살고 있는가. 그러면 당신은 누가 뭐래도 만년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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