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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피플] 채용자 우위 시대의 종말과 양극화(下)

  • Editor. 조근우 기자
  • 입력 2022.12.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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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근우 기자] “한국의 채용시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작다. 사람 뽑는데 돈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인구는 계속해서 줄고 있고, 과거와는 회사의 의미가 달라졌다. 기존에는 그냥 막연히 회사 다니며 돈 많이 벌고 승진할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커리어 성장에 대한 목표가 단순 승진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회사는 이를 위한 계획의 일부다. 그렇기에 채용자 우위의 시대는 끝났다. 회사들도 노력을 해야 되는 시대가 왔다.”

사람인 사업부 인재풀팀은 채용시장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만히 앉아 구직자가 오기만을 기다린다면 인재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실제 일부 기업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커지는 만큼 채용시장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사진=사람인HR 제공]
사람인HR 인재풀팀 오소정(왼쪽부터)과 이상하, 김예원 [사진=사람인HR 제공]

-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어 망해가고, 대기업들은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보인다.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오소정 : 소위 유망기업들은 다른 기업보다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가 많다. 네임밸류나 처우, 복리후생 등이 다를 수밖에 없고, 쌓이는 직무 경험이나 네트워크 등 여러 부분에서 나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균형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요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처우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IMF 이전까지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80% 수준은 됐다. 그런데 지난해 5월 발표한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중소기업 평균 월소득(259만원)은 대기업(529만원)에 49%수준으로 내려갔다. 다만 중소기업 중 유망하고 처우 좋은 ‘강소기업’도 많이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아 구직자 지원이 적은 곳도 있다. 실제 인재풀 서비스에서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제안에 대한 응답 및 수락률이 상승하고 있다. 최근 기업 채용 조건과 구직자 경험에 맞춘 키워드 검색으로 서비스를 개편하고 이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기업규모에 대한 구직자의 선호도는 분명히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건 지원자에게 얼마나 적합한 조건을 제시했는가가 관건이다.

- MZ세대가 떠오르며 선호하는 회사 등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의 조건에는 뭐가 있나?

■ 이상하 : 사람인이 지난해 말 2030세대 구직자 1865명을 대상으로 ‘직장 선택 기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봉’(33.8%)이 1위였다. 다음으로 ‘워라밸’(23.5%), ‘고용안정성’(13.1%), ‘직원복리후생’(10%), ‘커리어 성장 가능성’(8.7%) 등의 순이었다. 연봉이 가장 높고, 워라밸이나 안정성 등을 꼽은 비율도 높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많지는 않아도 적당한 연봉에 워라밸을 누리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이른바 ‘소확행’을 누리고자 하는 기조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 커리어를 쌓아 더 좋은 곳으로 점프할 수 있는지 등도 신경 쓴다.

- 어떤 회사는 1년 내내 특정 직군과 직무를 채용중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 김예원 :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 직무들이 ‘상시채용’을 진행한다. 개발자가 좋은 예시다. 팬데믹과 디지털 전환으로 IT기업은 물론, 제조와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개발자를 구하면서 구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인력은 한정적이라 1년 내내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다. 이런 직군은 ‘자발적 퇴사’가 잦다는 특성도 있다. 어느 정도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으면 스카우트가 빈번히 일어나 수시로 빈자리가 생긴다. 또 구직자들이 기피하는 직무이거나 비인기 산업인 경우도 채용이 쉽지 않아 상시 채용문을 열어두기도 한다.

채용정보를 보고 있는 취준생 [사진=연합뉴스]
구직자가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구인이 힘든 중소기업 특징과 이를 해결할 현실적인 방법은?

■ 이상하 : 근무 강도에 비해 처우가 아주 좋지 않거나 비인기 산업의 경우 구직자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소 제조업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책은 연봉을 올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연봉이 아니더라도 수직적 사내문화 등도 기피 요인이다. 문제는 많은 기업들이 사내문화를 바꿀 생각을 잘 안한다는 점이다. 재택근무나 탄력근무제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사내문화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오소정 : 어쨌건 중소기업 경쟁력은 대기업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중소기업의 경우 채용브랜딩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 구직자들에게 어필을 해야 되는지를 잘 알아야 좀 더 매력적인 제안이 갈 수 있다. 요즘에는 다양한 채널의 콘텐츠로 자사의 매력을 지원자들에게 알리는, 채용브랜딩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다. 현직자들의 브이로그나 직무 설명 콘텐츠들이 대표적인 예다. 직원들이 직접 지인을 직원으로 추천하는 내부 추천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대기업 목표로 오랜 기간 취업준비 하는 것과 작은 기업에서라도 당장 커리어를 쌓는 것 중 무엇이 유리할까? 또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으로 이직 하는 것도 가능한가?

■ 오소정 :경력을 1년이라도 쌓는 걸 추천한다. 단순하게 밖에서 한 기업만을 바라보고 준비한다고 해서 그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느냐? 그것도 아니다. 관련된 직무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경력을 쌓고 준비하고 있으면 언제든지 도전해볼 수 있는 타이밍은 온다.

■ 이상하 : 데이터로 봐도 중고 신입이 전혀 경력이 없는 상태의 신입보다는 유리하다는 게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으로 이직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 주변에서도 작은 기업에서 시작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이직한 경우를 많이 봤다.

- 이 외에 이직할 때 팁이 있다면?

■ 이상하 : 구직자들은 자신이 구직 중인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좋다. 채용 플랫폼에 이력서를 공개하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알리는 것이다. 고전적으로 보이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소개 효과도 은근히 강력하다. 이외에 인재풀 서비스와 같은 헤드헌팅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적극 권장한다.

 

■ 취재후기 – ‘중요한건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취재를 마치고 이 한 마디가 떠올랐다. 기자 또한 30대 초반에 커리어를 시작해 늦은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뒤처졌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변화하는 채용 시장을 보며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련 직무의 지식을 습득하고 기회를 노린다면 얼마든지 내가 꿈꾸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기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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