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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의 고물가 5.1%로 해넘이, 공공요금발 상방압력 커진다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2.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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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올해 휘몰아친 소비자물가 상승률 고공행진이 5.1%로 해넘이를 하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4%대 수준을 훌쩍 넘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7%대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체감물가를 반영한 생활물가 상승률6.0%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높아졌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들은 세계 금융위기 수준으로 회귀, 당분간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새해 들어서도 공공요금이 줄인상을 앞두고 있어 물가 불안 심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밑에 정부가 내년 1분기에 42년 만의 최대 폭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키로 발표하면서 내년 정부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3.5%) 경로에 미치는 공공요금발 물가 상방 압력은 커지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이달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5.0% 오르면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1%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승률(2.5%)보다 무려 두 배 웃도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7%를 뛰어넘어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7.5%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새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30일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자식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새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30일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관계자가 전자식전력량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3.6%로 시작해 3월 4.1%, 5월 5.4%, 6월 6.0%로 계단식으로 치솟으면서 7월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5.7%), 9월(5.6%), 10월(5.7%), 11·12월(각 5.0%) 둔화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상반기까지 국제 에너지·곡물 가격의 급등 영향에 국내 석유류·식품 물가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심화되다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농축수산물·석유류 등 가격 안정되며 물가 둔화 흐름으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연간 상승률로는 여전히 1990년대 중반(4~6%대) 수준과 비슷한 고물가 흐름이다. 2019년(0.4%), 2020년(0.5%) 통계 작성(1995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에 머물 때까지 8년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2.0%)를 하회하는 저물가 시대를 맞기도 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2.5%로 올라선 뒤 1년 새 두 배 넘게 로킷 상승하며 각종 물가 지표를 끌어올렸다.

지출 비중이 높고 자주 구매하는 품목(144개) 위주로 구성돼 대표적인 체감물가지표로 꼽히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0% 올라 역시 1998년(11.1%)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거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 지표는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1년 만에 4.1% 상승, 2008년(4.3%) 이후 가장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도 6.0% 올라 역시 2008년(3.6%) 이후 상승 폭을 최대로 키웠다.

연간 기준으로 주요 품목의 물가도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올랐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 폭은 5.4%로 1996년(7.6%)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았는데, 그 중에서 외식 물가는 7.7% 오르면서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품 물가 부문에서 공업제품은 6.9% 상승했는데, 경유(31.9%), 휘발유(13.6%), 등유(56.2%) 등 석유류가 22.2%나 뛰며 1998년(33.4%) 이후 최고 상승률를 보였다. 

농축수산물이 3.8% 증가한 데 비해 전기·가스·수도 전체가 두 자릿수로 급등하면서 상품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전기료(12.9%), 도시가스(15.8%), 상수도료(3.6%), 지역 난방비(12.2%) 등이 모두 오르면서 12.6% 상승, 2010년 관련 통계 분리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0년 –1,4%, 지난해 –2.1%로 줄어들던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올해 급반등한 결과, 연간 물가 기여도에서 공업제품(2.39%p), 개인서비스(1.67%p)에 이어 세 번째 높은 0.41%p를 차지했다. 상품 부문 가운데 농축수산물(0.33%p)보다 높게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올해 상승률을 봐도 1분기 2.9%, 2분기 8.7%로 커지더니 3분기 15.3%로 두 자릿수를 돌파한 뒤 4분기에는 23.1%까지 오름 폭을 키웠다.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 흐름을 타고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이처럼 갈수록 상승 폭이 커지고 있는 것은 내년 ‘요금 현실화’ 이슈와 맞물려 고물가 진정세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평가되는 이유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브리핑에서 내년 물가 전망과 관련해 "경기 둔화가 우려되면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상승률이 굉장히 높았으니 내년에는 역기저 효과가 작용해 올해보다는 물가 상승 폭이 낮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기요금 인상 영향이 반영되면서 하락 속도는 기대보다 더딜 수 있을 것같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 뒤에도 정부와 통화당국은 당분간 5%대 높은 물가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년 물가 경로가 ‘상고하저’ 흐름으로 관측하는 가운데 정부의 현실반영론에 따른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은 경기 둔화 속에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시름을 깊어지게 만드는 중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에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다고 이날 발표하면서 세밑부터 공공요금 인상 신호탄이 터졌다. 산업부와 한전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kWh당 51.6원)의 4분의 1 정도이며, 올해 인상액(kWh당 19.3원)과 비교하면 2.7배 높은 수준이다.

가정용과 산업용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번 조정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률(9.5%), kWh당 인상액(13.1원), 4인 가구 기준 인상액(4022원) 등은 역대 인상 회차 중에서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81년 이후 최고치이자 최대 폭이다.

다만 가스요금은 내년 1분기에는 일단 동결하기로 했다.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동절기라는 시기와 전기요금과 동반해 한꺼번에 대폭 오르면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30조원대 한전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한 만큼 내년 2분기 이후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인상분을 제외하더라도 ㎾h당 30원 넘게 요금을 추가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2분기 이후 인상 폭과 가스요금 인상 시기가 물가 경로와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불러온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에너지분야 현안 브리핑에서 “한전과 한국가스공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에너지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기·가스요금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기요금과 관련해서 정부의 가장 큰 원칙은 2026년까지 지금까지 형성된 누적 적자를 해소한다는 게 가장 큰 원칙”이라며 “그래서 2분기 이후에 얼마를 올릴 것이냐 하는 문제는 2분기 이후에 국제 에너지 가격 동향과 그 다음에 기업 재무구조 상황, 물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여부와 수준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인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15%p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부의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3.5%)에 이번 조정 내역이 포함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의 유럽권 전쟁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과 그에 따른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 훼손 장기화 등으로 원가 압력이 치솟는 가운데 국내 전기·가스요금의 인상은 시기적으로 늦었고, 조정 폭도 제한적이었다.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관을 틀어쥐면서 ‘에너지 몽니’를 부리는 과정에서 가스요금 폭등의 고통을 유럽의 경제주체들은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원가 보전 지연과 최소한의 인상이 가계운용과 산업활동에서 비용충격을 최소화해 버티게 하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 차원에서 구조적인 보완과 손질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현실론이 물가억제 정책기조 아래에서도 고개를 들면서 속도조절을 통해 인상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다른 공공요금도 인상론이 꿈틀대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르면 내년 4월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8년 만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카드 기준으로 지하철 요금이 1550원으로, 시내버스 요금이 1500원으로 300원씩 오르는 인상안이 현실화돼 다른 지방정부로 확산할 경우 지자체발 공공요금 상승압력도 물가 연착륙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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