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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둔화에 따른 올해 경제성장률 시나리오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1.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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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우리나라 수출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전선에 지난해부터 먹구름이 밀려들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지구촌의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난해 한국의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472억달러)의 늪에 빠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집계한 수출입물가지수(2015년=100)에서 주력생산 품목인 메모리반도체 D램의 수출물가(58.42)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51년 만에, 플래시메모리(낸드) 수출물가(61.51) 역시 관련 통계가 공개된 지 22년 만에 각각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인 2015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지수가 떨어지며 반도체 수출여건이 악화된 것이다.

2021년 전년 대비 2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1% ‘턱걸이’ 증가에 그쳤던 반도체 수출은 새해 들어서도 악화했다. 관세청의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집계에서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4.1%나 급감했다. 이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가 예고되는 가운데 감소 폭은 지난해 11월 28.6%, 12월 27.8%에 이어 점점 확대되는 흐름이다. 넉 달째 수출 역성장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무역적자는 해가 바뀌고 20일 동안에만 100억달러를 넘겨 벌써 지난해 연간 적자의 5분의 1를 웃돌았다.

이렇듯 커지는 반도체 수출 감소세는 새해초에도 전체 수출과 무역수지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올해 경제성장 기상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체크포인트가 된다.

반도체 수출 둔화 폭이 예상보다 더 커질 경우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도체 수출 제외시 한국 경제성장률 추산 [자료=대한상의 제공]
반도체 수출 제외시 한국 경제성장률 추산 [자료=대한상의 제공]

25일 대한상공회의소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브리프 보고서 '반도체 산업의 국내 경제 기여와 미래 발전전략'에 따르면 산업연구원의 전망(-9.9%)에 근거해 반도체 수출이 올해 10% 감소할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에 0.64%포인트(p)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수출이 5% 줄어든다면 성장률을 0.25%p 낮추는 데 그치겠지만 15% 감소로 커질 경우 0.95%p 하락시키고, 20% 감소로 확대된다면 1.27%p까지 떨어뜨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한 가운데 보고서는 이에 근거해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고려할 때 반도체 수출 둔화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GDP성장률이 1% 초반까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은 2013년 다시 두 자릿수 비중을 회복한 이후 줄곧 경제 성장을 주도해왔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13년 10.2%에서 지난해 18.9%까지 커졌다. 이렇게 반도체가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국내 경기는 반도체 산업 사이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도 국내 산업에서 특정 부문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그 산업의 경기변동과 충격 발생 시 위험을 분산시키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실제로 과거 조선업 호황 이후 침체, 반도체 치킨게임 등 특정 산업의 문제로 국내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의 경우 2010년 이후 침체를 겪으며 2012~2016년 국내 수출 침체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IT 수요둔화, 기업 간 경쟁 격화 등으로 여러 차례 침체를 겪었는데, 2001년 IT버블 붕괴 때 반도체 수출이 40% 이상 급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08년과 2012년 반도체 기업 간 치킨게임 때는 침체의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2019년 글로벌 반도체 수요둔화 시기에는 칩 수출이 20% 이상 떨어졌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1977년 이후 반도체 산업의 경기 사이클 주기를 추계해볼 때 평균적으로 10차례 경기 상승기는 약 3년(38.7개월), 10차례 하강기는 약 1년(12.1개월)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반도체의 겨울’이 이같은 사이클을 따른다면 올해 상반기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찍은 뒤 하반기에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둔화, 통화 긴축 행보 등의 변수에 따라 혹한의 침체가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은 2010∼2022년 국내 경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 3.0% 중 0.6%p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올해는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성장률 평균치(3.0%)에서 반도체 수출에 대한 기여를 제거할 경우 성장률은 2.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 추이 [자료=대한상의 제공]
반도체 수출 증가율 추이 [자료=대한상의 제공]

반도체 수출이 늘어나면 직간접적인 생산을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부가가치 증가가 유발된다. 이 기간 반도체의 성장기여율은 28.3%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2.6%인 GDP 성장률의 경우 반도체 부문을 제외할 경우 1.9%까지 낮아진다.

아울러 보고서는 투자 측면에서도 국내 반도체 산업의 침체에 따른 민간투자 축소를 우려했다. 국내 전산업 대비 반도체의 설비투자 비중은 2010년 14.1%에서 지난해 24.7%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5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51조8000억원으로 5.1%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보고서에서는 대응전략으로 메모리 편중 구조 해소, 반도체 산업 투자 지원, 전문인력 적기 공급, 중소 반도체 업체 리쇼어링 지원 등이 제시되면서 기업의 투자, 정부의 지원, 정치권의 협력이 어우러질 필요성이 강조됐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이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 표준 확보, 첨단 하이테크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과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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