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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기저효과 덕에 2%대 '눈앞'...피벗 변수는 근원물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6.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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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지난해 5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5.4% 치솟으며 13년 10개월 만에 ‘5%대 물가시대’를 열더니 7월 고점(6.3%)까지 내달렸다. 4개월째 오름세로 1.8%포인트(p)를 끌어올리며 고물가 불안을 최고조로 키웠던 5월의 상승률은 1년 뒤 물가 진정세를 가속하는 터닝포인트로 바뀌었다. 1년 7개월 만의 최저 상승률인 3.3%를 찍으며 4개월째 내림세로 1.9%p를 떨어뜨려 ‘2%대 물가’ 진입을 예고한 것이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둔화 속도가 더뎌 전체 물가 안정화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 경기 둔화기에 절실한 통화당국의 대표적인 피벗(정책전환)인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3.3%로 둔화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3.3%로 둔화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온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3(2020년 100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2021년 10월(3.2%)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년 동안 이어진 지리한 '5%대 횡보'를 접은 지난 2월(4.8%)부터 4개월 연속 둔화세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물가상승률이 2%대에 다가서면서 안착한 데는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대표적으로 석유류가 1년 새 물가국면을 바꿔놓는 핵심요인이다.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5.4%)을 보였던 1년 전과 달리 석유류 가격 하락으로 전체 물가가 전월(3.7%)보다 상당 폭 떨어질 수 있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8.0% 떨어져 2020년 5월(-18.7%) 이후 최대 내림 폭을 보이며 5월 소비자물가를 1%p가량 끌어내렸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가 –0.99%p로 전월(-0.90%p)보다 물가하락 효과가 더 커진 것이다. 산유패권국의 감산 예고에도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도 연장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3.2% 상승, 8개월째 20%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물가기여도는 0.80%p로 5월 전체 물가를 0.8%p 높였다. 1년 전에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이연에 따라 전기료(2.7%),도시가스(2.5%) 인상 폭이 낮았지만, 지난달에는 전기료(25.7%), 도시가스(25.9%), 지역난방비(30.9%)가 전체적으로 크게 올랐다. 2분기 전기·가스 ‘지각’ 인상분이 앞으로 반영되고, 공공요금 현실화 기조 속에 추가 인상이 예고된 만큼 물가상승률 둔화에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근원물가의 둔화 속도다. 

한국은행이 소비지물가지수, 기대인플레이션율과 더불어 주시하는 핵심 물가지표가 근원물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넉 달째 큰 기울기를 그리며 떨어지고, 향후 1년간의 물가 전망인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월(3.9%), 4월(3.7%), 5월(3.5%) 연속 하락하면서 물가 진정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기조적 흐름만 개선이 더딘 상태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제외지수는 3.9% 올랐다. 석 달 동안 4.0%에서 요지부동이었던 근원물가가 0.1%p 하락했지만, 소비자물가에 비하면 둔화 속도는 한참 떨어진다. 피크아웃(정점 통과) 추세로 보면 더욱 뚜렷하게 대비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정점(6.3%) 이후 10개월간 3.0%p 낮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고점(4.3%) 이후 6개월간 0.4%p 둔화하는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등락률 추이.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OECD 기준 근원물가. [자료=통계청 제공]
소비자물가 등락률 추이.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OECD 기준 근원물가. [자료=통계청 제공]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다가 다시 높아지면서 연말께 3% 안팎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5%를 유지하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 3.0%에서 3.3%로 올린 이유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같은 날 기준금리를 2,4월에 이어 3연속 동결(현행 3.5%)하면서 향후 물가경로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대부분의 이유가 작년 6∼7월 이후에 많이 올라간 유가 상승에 대한 기저효과”라며 “그 기저효과가 지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하고 근원물가 상승률이 거의 같이 움직일 텐데, 근원물가 둔화 속도는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등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근원물가도 5월 이후에는 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근원물가의 역전현상으로 볼 때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만큼 당분간 물가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의 둔화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통화정책 운용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리스크 요인 중의 하나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한은 블로그를 통해 “근원물가는 둔화 흐름이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며, 특히 지속성이 큰 외식, 여타 개인서비스 등 서비스 물가의 오름세는 최근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리제외 근원물가 등 8개 기조적 물가지표의 평균 상승률이 지난해 10월 이후 완만한 둔화흐름을 나타내고 있지만, 지표 간 편차가 크게 확대돼 있다는 점을 들어 추세적인 둔화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국제 유가 등 공급충격의 근원물가 파급영향이 지속성과 크기 측면 모두 과거보다 커진 점도 근원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 8월부터 9개월 동안 4.0~4.3%의 상승 폭에 갇혀 ‘끈적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하다가 가까스로 3%대로 진입한 근원물가의 하향 안정화에 속도가 붙지 않을 경우 연내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물가전망 경로에서 근원물가가 계속 뒤처진다면 물가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피벗 여력은 떨어지게 된다. 수출 부진 장기화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에 활력소가 될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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