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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1년만에 안보리 재입성...한계론에도 주목받는 기대효과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6.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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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으로 11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재입성한다. 내년엔 안보리에서 한미일 3국이 27년 만에 함께 이사국으로 활동하며 한층 강화된 대북 공조 등 3각 협력·연대를 넓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92개국이 투표한 결과, 아시아태평양그룹에서 단독 입후보한 한국이 3분의 2 이상인 180개국의 찬성표를 획득, 알제리·시에라리온·슬로베니아·가이아나와 함께 2년(2024-25년) 임기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고 7일 밝혔다. 한국으로선 1996~97년, 2013~14년 임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이다.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오른쪽)가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오른쪽)가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국제법적 구속력을 지닌 결정 권한으로 국제 평화·안보 질서를 다루는 최상위 국제기구인 유엔 안보리에 세 번째 진입하는데 얻은 지지는 역대 최대치다. 한국은 유엔 가입 4년 만인 1995년 단독 출마로 156표의 찬성표를 얻어 첫 입성에 성공했다. 2012년에는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149표로 재진입했고, 이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러시아와 서방세계 간 대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여러 변수에도 득표율을 93.7%로 높인 것이다.

안보리는 절대적인 비토권(거부권)을 갖는 5개의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거부권 행사만 빼고 표결에서 상임이사국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 비상임이사국은 평화유지에 대한 회원국의 공헌과 지역적 배분을 고려해 아프리카(3국)·아시아(2국)·중남미(2국)·서유럽 및 기타지역(2국)·동유럽(1국) 등에 할당되는데, 연임 불가 원칙으로 매년 5개국씩 총회에서 투표로 선출된다.

한국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 시작되지만, 임기 개시 5개월 전부터는 안보리 이사국 대상 문서 배포망에 포함되며, 3개월 전부터는 예비 이사국 자격으로 이사국 간 비공개회의, 결의안·의장성명 문안협의 등 안보리의 모든 회의를 참관할 수 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유엔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보편적 가치와 국제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해 왔다”며 “우리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은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은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내년부터 2년간 북핵 위협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고 다자외교 차원의 협력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상 두 번째로 안보리 내에서 머리를 맞대는 한미일 공조가 한층 강화될 발판을 마련한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가장 두드러진 기대효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그간 냉각된 한일 관계가 올해 들어 셔틀외교 복원 등으로 다시 공고해지는 틀을 마련하면서 한미일 3각 공조 체계는 재전환점을 맞게 된 만큼 내년에는 15개국의 국제안보 협의 무대 현장에서 예전보다 원활하고 신속한 대응을 모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도 “2024년에는 1997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미일 3국이 동시에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되며, 3국 간 다양한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과 연대를 확대할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북한의 핵 개발 위협에 대한 안보리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이사국들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중 패권경쟁과 러시아-서방국가 대립 등으로 격화되는 ‘신냉전’ 기류 속에 비상임이사국의 역할 한계론이 상존한다.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여오고 있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관련 논의가 상임이사국 중국·러시아의 ‘도돌이표’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무산돼 온 상황이다. 안보리에서는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 찬성하고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새로운 결의가 채택될 수 있는데, 현재는 ‘식물 안보리’ ‘안보리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으니 비상임이사국 한국의 역할도 그만큼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국은 월별 순회 의장국을 맡아 회의를 소집하고 의제도 직접 설정해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핵실험 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도 추가 북한 제재에 등을 돌리는 중국·러시아에 대해 활발히 문제 제기를 하고, 또 이들 두 북한 우방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국제적인 여론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안보리 수임 활동에 대비해 '안보리 TF(태스크포스)'를 발족, 그 임시조직을 중심으로 안보리의 주요 현안에 대응하고 의제별 논의 진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본부-주유엔대표부-각 공관 간 협업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유엔 안보리 현황과 내년 진입하는 5개 비상임이사국 [그래픽=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현황과 내년 진입하는 5개 비상임이사국 [그래픽=연합뉴스]

대북 대응 공조와 더불어 한국은 다자외교 역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에도 의미를 둘 수 있다. 비상임이사국의 한계론에도 이른바 ‘6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임이사국 5강이 찬성해도 비상임이사국 중 7개국이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지면 어떤 사안도 안보리를 통과할 수 없다. 뉴욕 유엔본부 안팎에서 비상임 10개국에 대한 외교전이 치열한 이유다. 비상임이사국의 연대를 주도할 수 있다면 그만큼 외교적 리더십도 높아지게 된다.

일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지난해 총회 투표에서 6년 만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돼 올해부터 사상 최다인 12번째 임기에 들어갔다. 세 번째로 높은 유엔 부담금을 내는 일본은 20년 넘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면서 권한 분산의 ‘안보리 개혁’을 명분 삼아 추가 상임이사국의 문을 두드려 왔고, 지난해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외교부에 따르며 한국은 지난해 유엔 분담률(2.574%)이 9위까지 올라설 만큼 위상도 높아져 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는 설립 67년 만에 처음으로 2021년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했다. 선진국이 개도국과 국제기관에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톱1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유엔 예산 분담 기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국민의 국제기구 진출도 늘고 있다. 2013년 59개 국제기구에 480명(고위적 44명)이 진출했는데. 2021년에는 81개 기구 1039명(고위직 63명)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우리나라는 안보리 내에서 평화유지와 평화구축, 여성·평화·안보 등뿐만 아니라 사이버안보, 기후와 안보 등 신흥안보 논의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최빈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여국으로 성장해 나간 경험을 토대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촌에서 어느 지역보다 위험하고 역학구도가 복잡한 안보질서에서도 고도성장을 이어온 한국이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넓히는 다자외교를 강화한다면 안보리 진출을 계기로 실리 측면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엔조달시장은 외교적 역량 확대가 필요한 곳으로 꼽힌다. 유엔본부와 40여개의 산하기구, 30여개의 평화유지군(PKO)에 물품·서비스를 공급하는 이 시장은 2021년 기준 296억달러에 달하며 증가 추세에 있다. 선진국 벤더가 38%를 납품하는 시장으로 한국 기업들의 참여 논의도 안보리 진입을 계기로 활발해질 수 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현실적인 역할 한계론에도 한국이 높아진 국제적 기여 위상에 걸맞게 외교 지평을 넓힐 경우 기대성과를 높일 수 있는 포인트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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