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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부채비율 8년만에 최고치, 수익·안정성 악화 속 '활력 회복' 제약까지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3.06.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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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고물가·고금리의 복합위기가 밀려든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은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률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초기 수준인 5%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3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102.4%로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고, 차입금의존도도 28.2%로 2019년 찍은 역대 최고치에 육박하는 등 기업의 안정성 지표도 악화됐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속보)'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3만129곳(제조업 1만2199개·비제조업 1만7930개)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9% 늘었다. 증가 폭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1년(17.7%)보다 0.8%포인트(p) 하락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3.2%)의 역성장을 딛고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성장성을 가늠하는 다른 지표인 총자산증가율은 7.8%로 2020년(4.9%)보다 높았지만,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10.8%)보다는 다소 큰 폭으로 하락했다.

12일 오후 수출입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후 수출입화물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정성·수익성 지표는 1년 새 전체적으로 뚜렷하게 악화했다.

재무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이 2021년 101.0%에서 지난해 102.4%로 높아졌다. 기업이 조달한 전체 자본 가운데 이자를 내야 하는 차입금 비중의 수준을 보여주는 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27.6%에서 28.2%로 늘어났다. 부채비율은 2014년(106.5%)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고, 차입금의존도는 역대 최고치인 2019년(28.3%)에 불과 0.1%p차로 근접했다.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훼손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게 외부 차입 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빚 상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상반기에 집중된 원자잿값 상승에다 하반기부터 확산한 글로벌 수요 감소는 국내 기업의 수익성 하락을 불러왔다.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5.3%)과 세전 매출액순이익률(5.2%) 모두 1년 전보다 각각 1.5%p, 2.4%p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제조원가가 높아짐에 따라 영업이익율은 악화할 수밖에 없었는데, 제조업은 같은 기간 7.8%에서 6.3%로, 비제조업은 5.7%에서 4.2%로 나란히 1.5%%p씩 낮아졌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을 나눈 이자보상비율은 2021년 654.0%에서 455.4%로 큰 폭 하락했다. 특히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의 취약기업 비중은 34.1%에서 35.1%로 1.0%p 올랐다. 코로나19  쇼크가 밀려든 2020년 36.3%에서 2021년 34.1%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35%대로 높아진 것이다. 100~200% 미만 기업수 비중도 20.5%에서 20.9%로 확대된 반면 200~500% 미만 기업(20.8%→20.3%)과 500% 이상 기업(14.8%→13.1%)의 비중은 축소됐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기준금리 릴레이 인상으로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취약기업의 비중이 이렇게 높아지면서 ‘한계기업’으로 밀려날 워험도도 그만큼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은 기업을 말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좀비기업 전락’ 리스크가 확대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지난달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상장사 한계기업 비중은 2016년 9.3%에서 2018년(11.2%) 두 자릿수를 넘더니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 15.2%, 2021년 16.5%, 2022년 17.5%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당해 연도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은 '일시적 한계기업'은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30.8%에 달했다.

전경련은 “주요 5개국(미국·독일·일본·영국·프랑스)에 중국·한국을 더한 7개국 상황을 조사한 결과로는 2021년 기준 미국(20.9%), 프랑스(19.2%), 한국(16.5%) 순으로 한계기업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2016년 대비 2021년 한계기업 비율 상승 폭은 미국(12.0%p)에 이어 한국(7.2%p)이 두 번째로 가팔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은 미국(28.2%), 일본(11.4%)보다는 높았다.

국내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지표 [자료=한국은행 제공]
국내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지표 [자료=한국은행 제공]

이렇듯 외감대상 법인기업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 지표가 1년 전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악화한 가운데 기업의 활동성도 그만큼 위축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161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말 기준 재무상황을 분석해 전날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활동성 지표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4년 동안 최고 수준인 7.7%로 조사됐다. 2019년 6.3%에서 이듬해 5.9%로 낮아졌다가 2021년(6.7%)부터 높아지는 추세다. 

재고자산이 매출로 이어지는 속도를 보여주는 재고자산회전율도 10.6회로, 2019년(11.2회), 2020년(11.1회), 2021년(11.7회)보다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둔화 경고음이 커지면서 재고는 늘어나고 재고 소진도 지체되면서 기업의 활동성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내에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하기 전보다 더 악화한 수준이어서 단기간에 급반전은 어려워 보인다.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한 올해도 기업 활동성 회복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영업이익은 크게 깎이고 기업의 부채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기업현장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기업활력 회복과 경기진작을 위한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나마 물가 진정세에 지난 2,4,5월 기준금리가 3연속 동결되면서 기업의 금융 부담은 다소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지만, 수출 부진 장기화 속에 내수 회복도 더뎌지는 불황은 당분간 기업들의 부담 해소와 부진 탈출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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