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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역주행과 제조·건설업 고용 뒷걸음질 사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6.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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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국내 경기 하강기에도 고용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취업자 수가 4월에 이어 5월에도 35만명대 증가하면서다. 한국은행의 상반기 전망치와 부합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38만명을 기록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일자리 활황’은 아니더라도 이례적으로 ‘성장 없는 고용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83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5만1000명 늘었다. 4월 취업자 증가 폭(35만4000명)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올 들어 취업자는 1월 41만1000명에서 2월 31만2000명으로 증가 폭이 둔화했다가 3월 46만9000명으로 높아진 뒤 두 달 연속 35만명대 증가세를 이어갔다. 1~5월 취업자 수는 37만9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5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5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발표된 14일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상담을 받기 위해 창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5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발표된 14일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상담을 받기 위해 창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저마다 올해 경제성장 눈높이를 낮추면서도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는 끌어올린 대로 견고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2월 1.6%에서 1.4%로 낮추면서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전년 대비 종전 13만명에서 25만명으로 높였다. KDI도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1.8→1.5%)에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 2월 10만명에서 27만명으로 대폭 상향했다.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저성장이 예견되는 경기 부진에도 예상외로 떨어지지 않는 고용시장 지표를 반영한 것이다. 5월까지 증가 규모만으로도 상반기 전망치(한은 35만명, KDI 37만명)를 웃돈다.

지난해 1.2월 증가 폭이 연속 100만명대까지 찍으며 상반기 평균 94만명 증가, 하반기 평균 69만명 증가로 연간 82만명이 늘어난 고용 호황의 여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그간 일자리 급감을 수반했던 경제 충격기 때와는 반대로 가는 ‘이상 호조’다. 경제가 역성장했던 시기 중 외환위기 때인 1998년(GDP -5.1%) 취업자는 127만명 급감하고, 역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코로나19 확산 첫해 2020년(GDP -0.7%) 22만명의 취업자가 줄어들었던 것과 견줘볼 때 ‘일자리 역주행’이 실로 끈적끈적하다. 특히 지난해 급증했던 기저효과까지 고려할 때 30만명을 넘는 일자리 증가세가 유지되는 것은 고용이 경기 후행지표로서 지니는 의미를 무색케 할 정도다.

이는 정부의 노인일자리 정책 등을 통해 증가한 고령층 취업 추세와 연관이 있다. 한은이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공개한 심층분석 ‘노동공급의 추세적 변화에 대한 평가 및 전망’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지난해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 대비 6.6%포인트 상승했다. 

요인별 분석 결과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 추진에 따른 요인이 전체 상승 폭 가운데 59%(3.9%포인트)를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일자리 사업 유형 가운데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공익활동·사회서비스형 일자리가 가장 큰 비중(2021년 기준 80.6%)을 차지했는데, 이는 대부분 공공시설봉사, 노노케어(노인돌봄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단시간 일자리를 제공한다. 한은에 따르면 정부의 직접일자리 규모는 2020년 94만명에서 2021년 100만명, 지난해 103만명에 이어 올해도 104만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 상황에 따라 신축성이 크지 않은 재정이 투입된 노인일자리 사업 중심으로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취업자 증감 지표의 경기 민감도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고용 착시 현상이 지난해 이후 일자리 호황에 맞물려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

5월에도 60세 이상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37만9000명 늘었고, 60대 이상을 제외한 연령대에서는 2만8000명 줄었다. 고령층 일자리 증가가 주도하는 고용 호조가 견고한 상황이다. 특히 고령층이 많이 종사하는 보건·사회복지업 취업자 수가 16만6000명으로 전월(14만8000명)보다 늘어나면서 전체 일자리 증가세를 주도했다.

취업자 수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취업자 수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일자리 호조에 고용률은 높아지고 실업률은 낮아지는 기조가 뚜렷해졌다. 기획재정부는 “5월 고용률(63.5%) 및 경제활동참가율(65.3%)은 1982년 7월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며, 실업률(2.7%)은 1999년 6월 기준 변경 이후 5월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고용 호조세가 지속됐다”며 “취업자 수는 작년 5월 기저(93만5000명 증가)에도 불구하고 27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호조세에도 고용이 경기를 후행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서 제 기능을 하는 부문은 제조업과 건설업이다. 수출 부진과 내수 회복 지체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일자리 지표가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3만9000명 줄면서 5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했다. 수출이 8개월째 역성장하면서 생산 부진이 심화된 탓이다. 제조업 생산지수는 올해 들어 매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하락 폭도 지난 3월 7.7%에서 4월 9.0%로 커졌다.

다만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20년 12월(-11만명)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던 4월(-9만7000명)보다는 감소 폭이 줄어들었다.

건설업 취업자도 6만6000명 감소, 2019년 11월(-7만명)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내림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지속됐던 2020년 2월~2021년 8월(7개월 평균 –3만4000명) 이후 최장 기간인 6개월 감소세(평균 –2만9000명)다. 감소 폭은 2월 –4000명, 3월 –2만명, 4월 –3만1000명, 5월 –6만명대로 커지고 있다. 기존 수주 물량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영향이 크다. 건물착공면적은 전년 대비 기준 지난해 4분기 –38.1%를 기록한 뒤 올해 1~4월 –34.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으로 건설업 일자기 감소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산업별 취업자 수 전망을 뺐지만 지난 2월 전망에서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수출 부진 등으로 소폭 감소하고 건설업 취업자 수는 부동산 경기 부진, 정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감소(지난해 28조원→올해 25조원) 등으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큰 틀에서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부진으로 관련 종사자의 취업도 위축되고 있다. 건설업계 종사자가 많이 포함된 일용근로자는 5월 13만3000명이 줄어 지난해 3월(–17만2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4월(-7만7000명) 감소 전환하더니 감소 폭도 배 가까이 확대됐다.

부동산업 취업자도 4월엔 2000명 증가로 반등했지만 5월 3만명 줄면서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2021년 2월(-4만7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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