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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저점 통과론과 제조업 회복 눈높이 사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7.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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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하반기에 접어들자마자 한국 경제의 ’저점 통과론‘이 잇따라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은행이 5월 경상수지 흑자 전환을 발표하면서 “경상수지가 저점은 벗어났다. 회복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한 데 이어 이틀 뒤엔 국책연구기관이 “경기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외 가계부‘ 경상수지의 하반기 회복을 예고하는 통화정책당국의 전망이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시그널이라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기 저점 통과' 평가는 실물경제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긍정적 진단이다.

기획재정부의 그린북(최근경제동향)보다 한 달 앞선 지난 1월 정부보다 먼저 ’경기 둔화 진입‘을 진단한 KDI가 사실상 ’경기 바닥론‘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회복 시나리오에 바짝 다가서는 평가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근간인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저점 통과를 진단한 만큼 실물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경기가 저점을 지니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CG=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경기가 저점을 지니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CG=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다만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주도형으로 세계경기에 대한 민감도가 실로 크다는 점에서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변동성은 상저하고의 회복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KDI는 9일 내놓은 '7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 부진이 일부 완화되며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기 둔화기에 장기간 위축됐던 반도체 수출 등 제조업의 부진이 일부 완화되고 완만한 서비스업 증가세, 양호한 고용 여건이 이어지고 있는 평가다. 6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가 늘고 있다'고 평가한 데서 한 발 나아가 경기의 저점 도달을 진단한 것이다.

저점을 통과중이라는 경기 판단의 중심 배경은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의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는 진단에 맞춰져 있다.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로 3월(-0.7%), 4월(-1.3%) 감소세를 털고 5월 8.1% 반등했다. 반도체 생산 감소 폭도 –16.7%로 4월(-21.1%)보다 둔화했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0.6% 증가했는데, 출하가 6.1% 늘면서 재고율(재고/출하비율)은 130.1%에서 123.3%로 하락했다. 특히 5월 반도체 재고율은 출하가 전월 대비 19.0% 늘어나면서 4월(265.8%)보다 낮은 229.5%를 기록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4월 70.9%에서 5월 72.9%로 소폭 상승했다.

지난달 전체 수출은 9개월째 감소곡선을 그렸지만, 1년 전보다 내림 폭은 한 자릿수(-6.0%)로 둔화해 5월(-15.2%)보다 개선됐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했다.

제조업 경기는 이처럼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반등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하는 3분기 추세 전환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은 편이 아니다. 최근 나온 국책연구원과 경제단체의 제조업 부문 경기실사지수(BSI)에서 업황 개선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9일 공개한 ’제조업 BSI 2분기 현황과 3분기 전망‘에서 2분기 시황과 매출은 각각 86, 87로 1분기(77, 75)보다 상승했다. 내수는 87, 수출은 93으로 각각 4개 분기, 3개 분기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도 98로 4개 분기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하지만 3분기 시황과 매출은 각각 95, 97로 2분기 전망치(95, 98)와 비슷했다. BSI는 0~200 내에서 산출되는 제조업 BSI는 100을 기준(전 분기 대비 변화 없음)으로 200에 근접할수록 개선을, 0에 가까울수록 악화를 뜻한다.

전국 제조기업들이 체감하는 3분기 경기전망도 8개 분기 연속 기준선 100을 밑돌아 부정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307개 제조업체 대상으로 집계한 3분기 BSI(기업경기전망지수)는 91로 2분기(94)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금융업 제외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산출한 7월 BSI(기업경기실사지수)도 89.8로 16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 여전히 제조업 업황 개선 전망이 밝지 않은 상태다.

국내 경제가 성장 동력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을지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만 해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발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훼손으로 제조업 부진이 깊어졌지만, 올해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글로벌 통화긴축 기조 속에 지구촌 수요가 둔화하면서 제조업의 활로가 좁아진 상황이다. 고금리에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는 교역 침체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의 회복도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다.

KDI도 “세계경제는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와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며 “산업생산과 상품교역이 정체되고 제조업심리 등 경기 관련 선행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며 글로벌 경기 부진을 시사하는 지표를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제조업심리지수는 지난해 3분기 이후 기준선(50)을 밑돌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한국의 수출 회복 핵심으로 꼽혔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제조업 경기가 3개월째 수축 국면에 갇혀 있어서다. 중국의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0으로 전월(48.8)보다는 소폭 올랐지만, 경기 확장을 뜻하는 50을 넘지는 못해 석 달째 40선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한국의 중간재 등을 수입해 최종재로 가공해 내수에 활용하거나 수출하는 중국의 전형적인 경기 회복 패턴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제조업·수출 부진에도 영향이 깊어지고 있는 셈이다. KDI가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짚은 이유다.

한국 제조업 재고 관련 지표 추이 [자료=대신증권 제공]
한국 제조업 재고 관련 지표 추이 [자료=대신증권 제공]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라 우리나라 제조업 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다은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0일 ’길어진 경기 수축기가 한국 제조업 경기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 수축기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 내 통화 긴축으로 수요가 위축될 것을 고려할 때 제조업 회복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자본재 수입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추가설비가 필요할 정도로 출하 회복속도(상품에 대한 수요의 회복속도)가 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와 비슷한 업황 회복 속도를 생각하고 있다면 속도에 대한 기대감이 조정되는 구간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높게 쌓여 있는 재고와 약한 출하 반등 속도를 감안하면 제조업의 회복 속도는 더딜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6월 그린북에서도 "수출·제조업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는데, 국책연구원의 ’경기 저점 통과‘ 판단과 맞물려 오는 14일 하반기 첫 그린북을 통해 얼마나 달라진 진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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