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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으로 이름 바꾸는 전경련…이미지도 바꿀 수 있을까

  • Editor. 천옥현 기자
  • 입력 2023.08.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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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천옥현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새날이 밝았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재계 뒤편으로 물러나야 했던 전경련이 이름 변경을 계기로 실추했던 이미지 쇄신에 성공할지 주목받고 있다.

22일 전경련은 총회를 열어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새 회장으로 추대하고 기관 명칭을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로 변경한다. 과거 관행을 근절하자는 윤리헌장을 발표하고,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에 흡수·통합하는 방안도 처리할 예정이다.

류진 풍산 회장 [사진=전경련 제공]
류진 풍산 회장 [사진=전경련 제공]

전경련은 2016년 이전만 해도 재계에서 맏형 역할을 하는 단체였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경유착의 뇌관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전경련을 가장 먼저 탈퇴한 것은 LG그룹이었다. 이어 삼성, SK, 현대차가 차례대로 탈퇴하면서 앙꼬 없는 찐빵으로 전락해 버렸다.

◆ 싱크탱크 단체 표방, 그러나?

지난 5월 전경련은 이름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싱크탱크형 단체’로 방향을 잡고, 윤리위원회 설치, 회장단 확대 등을 혁신안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싱크탱크는 사회적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정책 형성에 필요한 정책 지식을 가공하고 생산해 내는 조직체를 뜻한다. 

하지만 갈 길이 멀고 험하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우선 전경련이 미국 헤리티지 같은 싱크탱크 단체로 거듭나기엔 운영 구조가 다르고,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대기업 회비와 임대사업 등으로 운영된다. 4대 그룹이 나가기 전인 2016년 기준 사업수익은 937억원, 그중 회비수익은 408억원이었다. 이중 약 70%를 4대 그룹이 부담한 바 있다. 2017년 4대 그룹 탈퇴 후 전경련 회비수익은 100억원 안팎이다. 각 기업이 회비로 얼마를 내는지는 알 수 없다. 

반면 헤리티지 재단은 2021년 기준 개인기부가 전체수익의 76%를 넘어 재단(12%)이나 기업(1%) 후원금보다 훨씬 많다. 정부 자금을 받지 않으며 어떠한 계약 작업도 수행하지 않는 게 원칙이고, 외부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기부금 상한액도 정해져 있다.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을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져 있다. 또 멤버십을 그룹별로 나누고 1만달러 이상 기부자에 대해서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명단을 공개하는 등 기부금 수익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운영 효율성과 예산 사용 공개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전경련이 공개한 2022년 운영성과표에 따르면 당해 사업비용 416억원 중 사업수행비용은 5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인건비(84억원), 용역비(60억원), 일반관리비용(220억원)으로 나타났다. 헤리티지 재단은 총비용 중 정책활동에 32%를 사용한다. 사용 내역도 인쇄비나 운송료까지 공개할 만큼 자세하다. 

지난해 전경련 운영성과표와 헤리티지 연결재무제표 [사진=각 사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전경련 운영성과표와 헤리티지 연결재무제표 [사진=각 사 홈페이지 캡처]

◆ 양치기 소년이 된 전경련

일각에서는 전경련 혁신안을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처음 나오는 쇄신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2017년 3월에도 대대적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단체 명칭은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으로 변경하고, △조직과 예산을 40% 이상 감축 △회장단 회의 폐지 및 경영이사회 의사결정 △활동내역과 재무현황 연 2회 공개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름 변경은 2018년 정부와 시민단체의 부정적인 견해로 무산됐다. 연 2회 공개하겠다던 활동내역과 재무현황도 연 1회만 공개하고 있다. 회장단 회의를 없애겠단 의지와 달리 여전히 주요 기업 회장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주 4대 그룹 회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전경련은 위기 모면을 위한 보여주기식 쇄신안만 발표했으며, 지금까지 진정한 쇄신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비판하며 4대 그룹의 재가입 의향을 묻기도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혁신안이 실현될 가능성과 실천 의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다만 재가입 승인 여부에 대해서는 경영진에게 공을 넘겼다. 가입을 결정하더라도 정경유착 행위 발생 시 즉시 탈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서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혁신안은 개선에 대한 큰 틀이 발표된 것”이라며 “신임 회장님이 취임하고 난 후 액션 플랜을 만들어 실행하고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사진=연합뉴스]

◆ 전경련이 대기업에 필요한 이유?

그렇다고 전경련 가입 필요성이 없는 건 아니다. 미·중 패권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전경련은 기업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핵심 현안에 신속 대응하도록 돕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삼성을 시작으로 SK, LG, 현대차 등 나머지 그룹들도 전경련 복귀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가입 여부나 과정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기업을 대변하는 전경련만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대학교 김대종 교수는 “이전에 전경련이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못 했던 이유에는 정치권에서 불법적인 일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한경협 출범을 시작으로 정치권에서는 기업에 기부금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되고, 기업들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정도경영을 해 구실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경련은 국가 경제 정책에 있어서 혜안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자유경제 시장에 맞게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경협이 신뢰를 받는 싱크탱크 단체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의 새 이름 ‘한국경제협의회’는 삼성 故 이병철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을 때의 이름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나라를 올바르게 하고 백성을 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과연 전경련이 초심으로 돌아가 나라를 올바르게 하는 단체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진득하게 지켜볼 차례다. 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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