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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플레이션에 판매 호조 PB 우유, 지각변동 일으킬까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10.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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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원유 가격 인상으로 흰 우유 가격 또한 상승하면서 PB(자체브랜드) 우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PB 우유란 유통 업체가 자체브랜드로 물류와 마케팅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해 더욱 저렴하게 출시한 제품을 뜻한다. 경기 둔화에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PB 우유를 찾는 소비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여서 향후 우유 시장의 판도가 PB 우유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7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 품목별가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6일 일반 흰 우유 1ℓ의 평균가는 3023원이었다. 1년 전(2759원)과 비교해 264원이 오른 가격으로 그 배경엔 원유 가격 상승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낙농진흥회는 원유 가격을 1ℓ당 996원에서 88원(8.8%) 올린 1084원으로 결정했고, 이달 1일부터 흰 우유 제품을 비롯한 유제품 가격에 원유 인상분이 일제히 반영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 코너. [사진=현명희 기자]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우유 판매 코너. [사진=현명희 기자]

서울우유의 흰 우유 ‘나100%’는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2890원에서 2980원으로 3% 인상됐고, 매일유업은 우유 제품 가격을 4~6%, 남양유업도 흰 우유 제품인 ‘맛있는우유GT(900㎖)’ 출고가를 4.6% 인상했다. 빙그레는 지난 6일부터 흰 우유 제품인 ‘굿모닝우유(900㎖)’와 ‘바나나맛우유(240㎖)’ 가격을 5.9%씩 올렸다.

편의점 기준으로는 ‘나100%’가 3050원에서 150원 상승한 3200원으로 공급가가 책정돼 3000원 선은 이미 넘어선 상황으로, ‘밀크플레이션(우유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란 단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에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PB 우유에 손이 가고 있는 실정이다. 

PB 우유는 얼마나 쌀까.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피코크 에이 클래스(900㎖)’는 2840원,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1ℓ)’는 1790원이다. 홈플러스 PB 제품인 ‘홈플러스시그니처 1A우유(900mℓ)'는 2150원, '심플러스 1등급우유(900mℓ)'는 두 팩 묶음으로 3790원에 판매하고 있어 한 팩 가격으로 환산 시 1895원가량으로 일반 흰 우유보다 1000원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편의점 PB 우유도 마찬가지다. GS25는 ‘유어스925(925mℓ)’와 ‘1974 우유(900mℓ)’, CU는 ‘HEYROO흰우유(1ℓ)’, 세븐일레븐은 ‘굿민 우유(900mℓ)’, 이마트24는 ‘아임e하루e한컵우유(1ℓ)’를 판매하면서 가격은 최소 2400원에서 최대 2600원으로 형성돼 있다.

다만 GS25는 원유 가격 인상 부담을 이기지 못하면서 일반 흰 우유뿐만 아니라 PB 우유까지 12월 1일부터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이중 유어스925와 1974 우유는 2600원에서 5.8%가 상승한 2750원으로 가격이 인상된다.

이에 따라 GS25를 시작으로 업계 내에서 우윳값이 전체적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자아냈으나 CU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24 관계자 역시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우유 가격)인상 계획이 없으며, 올해 말까지 최저가 2400원으로 동결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드러내고 있다. 대형마트로만 봐도 PB 우유에 대한 인기는 지난해와 비교해 지속 증가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피코크 우유 제품은 전체 우유 판매량 중 9%를 차지하면서, 전년 대비 판매량은 5%가 신장했다. 노브랜드 우유 제품 또한 전체 우유 판매량 중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1~9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 상승했다. 홈플러스는 PB 우유는 전년 동기 대비 26% 이상 성장했고, 9월 말을 기점으로 PB 우유 판매 비중은 21%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곳은 이랜드킴스클럽이다. 이랜드킴스클럽 PB 우유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8%에서 올해 10월 40%까지 성장했다. 관계자는 “지난달 락토프리 PB 상품 ‘소화가 잘되는 우유’가 출시된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킴스클럽 PB 우유 제품 ‘더 고소한 목장우유(900mℓ)’와 ‘소화가 잘되는 우유(900mℓ)’ 가격은 각각 1990원, 2590원이다.

이랜드킴스클럽 PB 우유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8%에서 올해 10월 40%까지 성장했다. [사진=현명희 기자]
이랜드킴스클럽 PB 우유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8%에서 올해 10월 40%까지 성장했다. [사진=현명희 기자]

그렇다면 PB 우유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흰 우유에 쓰이는 원유와 동일한 원유가 PB 우유에도 쓰이고 있어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고물가 시대 알뜰 소비자에게 강한 어필을 한다고 지적한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쿼터제’(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제조사가 전량 사들이도록 하는 것) 때문에 자사 흰 우유 제품으로 나가는 것 외에도 전체 물량 자체가 좀 많다”며 “원유를 재고로 보관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PB 우유로도 생산해 판매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품질은 비슷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PB 우유가 일반 흰 우유 판매량을 앞지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생필품에 속하는 우유는 가격이 올라도 계속 구매가 일어날 테지만, 경기 둔화와 고물가 영향으로 조금이라도 저렴한 우유를 찾는 소비자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CU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가격 측면에서 고객 부담이 커지다 보니 조금 더 저렴한 PB 우유 쪽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 역시 “제조사 제품이나 유통사 PB 제품에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저렴한 PB 우유 구매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매일유업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PB 우유는 유통 과정에서 물류비나 광고비가 들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지만 “대신에 마진이 적어 힘들기는 하다. 그래도 일반 흰 우유와 PB 우유 중 어떤 것이 판매량이 늘어나는 게 (제조사 입장에서)더 좋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PB 우유 인기 상승엔 제조사의 고충 또한 녹아 있어 마냥 긍정적으로만 보기에는 복잡 미묘한 상황이다. 그러나 PB 우유를 필두로 가격을 둘러싼 우유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차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인배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는 본지 취재진에게 “밀크플레이션은 원유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것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우유 가격은 덜 올랐다”며 “우유 자체가 비탄력적인 식품이라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은 계속 구매할 것이다. 다만 수입산도 늘고 있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우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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