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매출감소’ 발란∙트렌비∙머스트잇에 지금 중요한 것은?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11.01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코로나19 이후 하늘길이 막히면서 명품으로 향했던 ‘보복 소비’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아 다시 해외여행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코로나 특수’로 날개 단 듯 급성장했던 명품 플랫폼 3사(발란∙트렌비∙머스트잇)는 엔데믹을 기점으로 실적이 고꾸라졌다. 이후 명품 플랫폼들은 이커머스 업체에 하나둘씩 입점하면서 새 활로를 찾고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핵심은 기업에 대한 ‘고객 신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트렌비는 지난달 23일 11번가와 손잡고 명품 전문관 ‘우아럭스’에 판매자로 입점했다. 우아럭스는 올해 3월 11번가가 시작한 서비스로, 럭셔리 부티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트렌비에 앞서 명품 직구 서비스 포워드, 리볼브, 구하다가 입점한 바 있다.

지난달 23일 트렌비는 11번가와 손잡고 명품 전문관 ‘우아럭스’에 판매자로 입점했다. [사진=11번가 제공]
지난달 23일 트렌비는 11번가와 손잡고 명품 전문관 ‘우아럭스’에 판매자로 입점했다. [사진=11번가 제공]

머스트잇은 지난 5월 CJ온스타일 모바일 앱에 전용관을 신설했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6월 머스트잇에 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4.7%를 확보하기도 해 이에 따른 연장선의 행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9월에는 명품 전문 라이브 방송 ‘머스트잇 LIVE’도 출시했다.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도 지난 2월 SSG닷컴에 공식 스토어를 연 이후로 지난 8월부터는 롯데온 ‘온앤더럭셔리’ 전문관에서도 명품을 판매하고, 지난 23일 G마켓∙옥션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기간 호황을 맞았던 명품 플랫폼 사가 일제히 이커머스 업체와 손을 잡게 된 계기는 이 시기 명품 구매에 집중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해외여행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매출과 이용자 감소를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매출은 발란 891억원, 머스트잇 331억원, 트렌비 225억원이었으나 영업적자는 발란이 188억원 늘어나 374억원을 냈고, 트렌비는 적자폭을 줄여 207억원을 기록했으며, 머스트잇은 68억원 증가해 영업손실이 168억원에 달했다.

이용자 수도 줄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9월 명품 플랫폼 3사의 누적 이용자 수는 694만7480명으로 작년 동기(1332만787명)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실적 악화로 발란과 머스트잇에선 합병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으나, 의견 차이로 무산됐다는 전언이다. 이에 명품 플랫폼들은 이커머스 업체 입점을 통해 새 이용자를 확보하고, 부진한 매출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 쉬이 호황기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명품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 신뢰’ 면에서는 아직도 부족한 실정인 까닭이다.

유통 시장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도가 바뀌는 추세에 있지만, 명품 구매에서만큼은 여전히 소비자 선호가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11월 오픈서베이가 20~49세 6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명품 쇼핑 앱 트렌드 리포트 2022’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명품 구매 경험 채널은 오프라인이 54%, 온라인이 50.2%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에서도 백화점이 38.9%로, 온라인 채널 중에서 구매 경험이 가장 많았던 명품 전문 쇼핑몰(15.3%)을 크게 앞질렀다.

다만 명품 전문 쇼핑몰이 전체 채널 중에서는 백화점 다음으로 가장 구매가 많았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여전히 소비자 관심은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온라인 구매 시 진품 및 정품에 대한 신뢰 역시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온라인에서 덜 구매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높았던 응답이 ‘정품 여부를 신뢰∙확인할 수 없어서’(73.9%)였다.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명품 플랫폼 3사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기도 하다.  

물론 명품 플랫폼은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관련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발란은 구매한 상품이 가품으로 판정될 경우 금액의 200%를 보상하는 ‘200% 책임 보상제’를 시행한다. 고객 케어 서비스인 ‘발란 케어’의 사전검수 기준을 강화한 ‘발란 케어 플러스’도 지난 2월 새롭게 도입했다. 트렌비는 ‘케어비 서비스’를 통해 무료 감정 서비스를, 머스트잇은 ‘머스트 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가품 검증에 나서고 있다.

발란∙트렌비∙머스트잇 3사는 각각 가품에 대비한 자체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출처=머스트잇 유튜브 동영상 캡처]
발란∙트렌비∙머스트잇 3사는 각각 가품에 대비한 자체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출처=머스트잇 유튜브 동영상 캡처]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명품 시장에서 플랫폼이 혜성처럼 등장한 데다, 가품 논란까지 잡음이 적지 않았던 탓에 신뢰도 확보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명품 구매에 대한 온라인 수요는 이미 존재하며 증가 추세에 있지만, 공급이 부족한 실정은 이를 더 부추기기도 한다. 3사 플랫폼 외 신뢰도 측면에서 이미 업계 내 안정적 입지를 구축한 네이버 크림과 오케이몰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사용자 기준 지난 9월 발란 앱 MAU(월간 실사용자 수)는 18만8천878명, 트렌비는 17만1천227명이다. 머스트잇은 9만8천537명으로 한참 적은 수준이다. 반면 크림 앱 MAU는 64만7천884명으로 발란의 약 3.5배다. 오케이몰은 같은 기간 10만7천263명으로 머스트잇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소비자 반응이 보다 긍정적이다.

실적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크림은 2021년 매출 33억원에서 지난해 14배 증가한 460억원을 달성했다. 오케이몰은 2021년 매출 2886억원, 영업이익 214억원을 기록하면서 화제에 올랐지만 지난해 매출은 3157억원으로 약 9%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약 40억원 감소한 177억원을 기록해 명품 매출 한파는 피해가지 못했다. 그러나 타 플랫폼과 비교해 18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선 훨씬 우세한 입장이다.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결국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도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명품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신뢰도"라며 "신뢰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본지 취재진에게 “여전히 백화점에서 명품 소비가 주로 나타난다는 것은 가품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온라인 플랫폼에는 가품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정품 인증 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가시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일정 가격 이상으로는 고가인 명품 특성상 제품 구매 경험이 중요할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 제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백화점이 여전히 우위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명품 플랫폼 3사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는 있으나, 각각 국내에선 단 1곳만을 운영하고 체험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대조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으로만 인식되던 명품 구매의 새 시장을 개척하고, 온라인 시장으로의 판로를 확보하고 넓혔다는 점에서 이들의 존재 의미는 여전히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명품 플랫폼 3사의 행보는 세인의 시선을 끌고 있기에 충분하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