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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보다는 ‘소장’, 평범한 체크카드는 싫다!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3.11.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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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광경. A씨(31)에게 학창 시절 교통카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었다. 통학을 위해 매일 갖고 다녀야 했던 만큼 크기와 모양, 즉 디자인이 중요했다. ‘예쁜’ 디자인이라면 더 좋았다. 실제로도 당시 다양한 디자인의 카드가 출시됐는데, 직사각형 모양의 기본형에서 탈피한 하트 모양 카드 등 제법 개성 있는 형태도 여럿이었다. 조금 더 감각이 있는 친구들은 기본형 카드를 골라 그 위에 자기만의 개성을 덧입혀 새로운 카드로 재창조 해내기도 했다. 뭐든 톡톡 튀는 나만의 색깔로 꾸미는 게 대세였던 시절이었다.

카드 꾸미기에 대한 흐름은 오늘날 ‘캐릭터 카드’에 대한 소장 욕구로 제대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카드사도 열띤 호응에 힘입어 연달아 캐릭터 카드를 비롯한 다양한 디자인 카드를 내놓고 있다. 범위는 익히 알려진 만화 캐릭터부터 유행하는 일러스트, 게임, 아이돌까지 다양하다. 소비자 욕망과 맞물린 캐릭터 카드 마케팅이 카드사에서도 제법 효과 있는 전략으로 그 영역을 새롭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

소비자 욕망과 맞물린 캐릭터 카드 마케팅이 카드사에서도 새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사진출처=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 욕망과 맞물린 캐릭터 카드 마케팅이 카드사에서도 새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사진출처=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처]

◆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출시 그 이후

캐릭터 카드 인기의 시초는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 후 발급을 시작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다. 카카오톡 앱에서 쓰이는 이모티콘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던 어피치, 무지, 프로도, 네오, 라이언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이 카드는 출시 일주일 만에 발급 수만 100만장을 넘어섰다.

캐릭터 카드 출시는 이후로 카드업계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번졌다. 그도 그럴 것이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최초 출시 이후 전체 카드 발급자 가운데 연간 한 번이라도 카드를 사용한 사람 비중(유실적률)이 과반수(64.3%)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발급이 곧 카드사 실적으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 3월에는 카카오프렌즈 1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도 출시됐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한정판답게 디자인도 소장 가치를 고려해 기존과 다른 3D 입체감을 구현한 가공법을 적용했다. 최초 출시 이후 무려 6년이 지난 시점인데도 한정판 카드를 출시할 만큼 여전히 캐릭터 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발급 수 누적 2400만장을 기록했다.

카카오프렌즈 1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한정판 카드 모습. [사진출처=카카오뱅크 이벤트 페이지 캡처]
카카오프렌즈 10주년 기념으로 출시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한정판 카드 모습. [사진출처=카카오뱅크 이벤트 페이지 캡처]

◆ 세대 구분 없이, 오직 ‘취향’ 따라 선택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성공이 증명하듯 카드 혜택 등 외에도 디자인에 사용되는 캐릭터도 소비자 선택에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지난 9월 ‘올해 출시된 캐릭터 카드 중 가장 선호하는 카드’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 1위를 달성한 ‘KB국민 마이 위시’ 토심이∙토뭉이 카드의 경우, 지난 6월 출시 이후 9월 말 기준으로 총 발급 좌수 4만9000천좌를 넘겼다.

토심이는 ‘분홍색 볼의 하얀 토끼, 좋아하는 건 딸기와 떡볶이’라는 콘셉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12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 밖에도 위 조사에서 2위는 ‘신한카드 픽 E/I 체크’의 짱구 캐릭터가, 이어 3위는 ‘우리 카드의정석 에브리 원’의 ‘망그러진곰’ 캐릭터가 차지했다. 역시 SNS 등에서 인기인 캐릭터다.

디자인에 활용되는 캐릭터 종류도 일반 만화에서부터 최근 유행하는 일러스트까지 실로 다양하다. 카드사 입장에선 캐릭터이니만큼 ‘귀여움’에 동화되는 MZ세대만이 타깃일 것 같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들어서는 너 나 할 것 없이 오직 취향에 따라 캐릭터 카드를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그 때문에 카드사에서도 “캐릭터 범위를 넓혀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 중에서도 캐릭터 카드를 한데 모은 ‘캐릭터랜드’ 페이지를 별도로 오픈했을 정도로 캐릭터 카드에 ‘진심’인 신한카드 관계자 또한 업다운뉴스 취재진에게 “같은 캐릭터일지라도 예를 들어 오랜 기간 연재된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만화를 좋아하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 그 만화를 좋아했던 나이 든 세대까지 수요층이 넓게 분포돼 있다”고 전했다.

◆ ‘예쁜 쓰레기’ 너머 실용성까지

캐릭터 카드에 대한 인기가 전 세대로 확대되면서 캐릭터 카드 마케팅 전략도 카드업계에서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 가는 중이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 출시 4일 만에 5만장 이상의 신청이 몰려 배송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던 △‘산리오캐릭터즈’ 캐릭터 카드를 비롯해 △만화 ‘짱구는 못말려’ 등장인물 캐릭터 카드 △만화 ‘포켓몬스터’ 에디션 카드 △대한제분 대표 브랜드 ‘곰표’ 캐릭터 카드 △‘쥬라기 월드’ 캐릭터 카드 △’미니언즈’ 캐릭터 카드 등 16종에 더해 최근에는 인기리에 20여년간 연재되고 있는 만화 ‘원피스’의 루피 체크카드도 출시했다.

‘신한카드 픽 E/I 체크’의 만화 '원피스' 루피 체크카드. [사진=신한카드 제공]
‘신한카드 픽 E/I 체크’의 만화 '원피스' 루피 체크카드. [사진=신한카드 제공]

KB국민카드는 2020년 출시 이후 1년 만에 발급 수 누적 40만장을 돌파한 △‘펭수 노리 체크카드’부터 △’토심이 첵첵 체크카드’ △일러스트레이터 샘 바이펜의 그래피티 아트 디자인을 담은 ‘샘 소영 체크카드’ 등을, 우리카드는 ‘카드의정석’ 시리즈로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피스퀘어와 협업해 제작한 ‘에브리체크’ 카드 △’다이노탱’ 캐릭터를 활용한 ‘오하체크’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의 신규 스킨 디자인을 적용한 ‘LCK 우리체크’ 총 3종 등을 발급하고 있다.

하나의 캐릭터가 몰고 오는 팬층이 두껍고 넓을수록 카드사가 투자하는 마케팅 비용 대비 ‘고객몰이’ 효과도 커진다. 캐릭터가 소비되는 방식이 보통 ‘굿즈’를 통해서다 보니, 굿즈처럼 카드를 취급하면서 일단 발급받고 나면 혜택이 좋아 사용까지 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목적은 ‘소장’이었지만, 발급 후에는 ‘예쁜 쓰레기’를 넘어선 실용성까지 갖춘 ‘소장 카드’가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도 본지 취재진에게 “일단 입소문을 타면 카드사 자체적으로 구사하는 마케팅 전략 외에도 캐릭터 IP(지적재산권) 소유 기업이 실시하는 마케팅,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SNS 인증샷 등으로 자연스럽게 홍보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카드 한 종이 일단 출시되면, 이를 둘러싼 모두가 이득을 본다. 캐릭터 카드 시장이 카드사부터 고객에까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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