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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래미안 원베일리는 왜 증권사 집결지가 되었나?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1.29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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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말끔한 정장 차림의 중년 신사가 점포 안에서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다. 상담이 끝난 뒤 관계자로 보이는 직원과 인사를 나눈 뒤 점포를 나선다. 모피코트를 입은 여성 둘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점포를 나서며 서로 얘기를 나눈다. 바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에 입점한 증권사 점포 풍경이다.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는 작은 여의도로 불리고 있다. 증권사들이 앞 다퉈 아파트 내 상가인 원베일리 스퀘어에 둥지를 틀면서다. 상가 대부분 계약은 끝났지만 아직 입점하지 않은 공간이 다수였는데 증권사만큼은 다르다. 4개 증권사가 빠르게 입점해 입간판과 디스플레이 등을 동원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점을 나눠 1층과 4층에 자리했고, 삼성증권이 2층, 한국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이 5층에 자리 잡았다. 내년 2월엔 KB증권도 입점할 예정이다.

서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에 입점한 미래에셋증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사진=김준철 기자]
서울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상가에 입점한 미래에셋증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사진=김준철 기자]

최근 증권사 기조는 ‘몸집 줄이기’다. 주식 거래 및 상품 가입 등이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과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으로 가능해져 고객들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게 됐고, 이에 따라 임차료와 인건비가 투입되는 오프라인 지점 수가 날로 줄어들게 됐다. 29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3분기 영업보고서에 명시한 영업소를 포함한 국내 지점 수는 842개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57곳이 줄었다. 영업을 영위하던 점포도 줄이는 형국에 한 곳에 많은 증권사 점포가 몰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증권사들이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에 모인 이유는 초고액자산가, ‘슈퍼 리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슈퍼 리치는 금융 자산 30억원 이상을 가진 부자를 이르는 말인데, 국내 부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2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을 의미하는 ‘한국 부자’는 2021년 42만 4000명으로 2020년 39만3000명 대비 3만1000명이 증가했다. 전체 인구에서 한국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0.82%로 2020년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실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엔 부자들이 몰리고 있다. 아파트값이 입주민 소득 수준을 증명한다. 지난 23일 기준 59㎡(24평)가 매매가 31억원에 형성돼 있고, 보증부월세(반전세)는 14억5000만원에 공시됐다.

원베일리 스퀘어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금 물량의 80%가 빠졌고, 상가도 대부분 계약이 마무리되는 단계”라며 “영앤리치, 신혼부부들이 모이는 경향이 있고, 현재로선 반포 지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고 밝혔다.

높은 상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슈퍼 리치들의 수요가 있으니 증권사들이 냄새를 맡고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단기적인 수익성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일반 영업소 및 지점과 다른 고객 니즈를 만족시켜 준다면 슈퍼 리치는 몰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증권사들이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자산관리(WM) 부문이다. WM은 수수료를 취하고 고객 자산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로 고객과 금융사 입장에서 모두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니즈가 발생한다. 증권사들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영향으로 향후 증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WM 부문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증권사가 공들이고 있는 기업금융(IB)과 달리 거시 경제 영향을 덜 받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슈퍼 리치들은 주식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상품군과 비교적 높은 수익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을 메리트로 생각한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지점 PB나 전문가가 다양한 상품군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준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본사 상품, 신탁, 펀드 관련 전문가와 연계해 슈퍼 리치를 대상으로 맞춤형 WM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엔 영앤리치나 어느 정도 규모의 자산가가 다수 모여 있어 VIP 특화 점포를 낸 것”이라며 “특화 WM 서비스나 본사 연계형 관련 특화 상품들을 만들고 서비스를 진행하는 중이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PB들이 직원으로 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슈퍼 리치는 절세를 우려하고 있다. 고액자산가의 절세가 탈세 여지가 없는지 과세당국이 항시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에 입주한 증권사들도 세무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절세, 승계, 증여 등 모두 세무와 관련된 업무로 국내 법무법인, 회계법인과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고 있다. 실제 삼성증권에는 연말까지 세무 및 부동산 전문위원이 상주하고, 미래에셋증권은 PB들의 자산 관리와 더불어 가업승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WM 영업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슈퍼 리치들은 세무나 절세, 상속 등 VIP 서비스들까지 필요로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전담 부서도 따로 만들어 그들의 수요에 맞춰 서비스해주고, 본사와 연계해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사진=연합뉴스]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투자자들과 벤처 사이 접점을 증권사에서 만들 수 있다. 슈퍼 리치가 모인 반포 지구라 사업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사업가와 투자할 곳이 필요한 투자자 니즈가 존재하고, 서로의 수요가 증권사에서 모이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IB를 통해 연결해 줄 수 있다”면서 “리테일과 IB 연계도 가능하다. 만약 니즈가 필요하면 해당 부서를 연결해 블록딜 등 IB 업무들을 연계해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대표가 퇴직 연금이 필요하다고 하면 관련 부서가 붙을 것이다. 크로스된 연계 영업이 가능하다는 여지가 있으면 어렵지 않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에 입점한 점포들은 인수합병(M&A), IB 조달, 리테일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를 연결하는 등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 부동산, 세무, 주식, 투자 관련 세미나를 열어 슈퍼 리치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과 업계에선 국내 슈퍼 리치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집결지로 압구정과 개포, 잠실 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슈퍼 리치 모시기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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