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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징계에 희비 갈린 증권사들, 향후 행보는?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3.12.0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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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KB·NH투자증권은 흐림, 대신증권은 맑음.’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관련 증권사 최고 경영자(CEO) 제재 수위를 확정한 가운데, CEO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맨파워’가 중요한 증권업계 특성상 각 증권사 판도 변화 및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제21차 정례회의를 열고 7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위반에 대한 조치를 의결했다. 징계를 받은 증권사 현직 CEO는 박정림 KB증권 대표(직무정지 3개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문책 경고),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주의적 경고) 등 3명이다.

KB증권 본사 전경 [사진=KB증권 제공]
KB증권 본사 전경 [사진=KB증권 제공]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경우 타 증권사보다 징계 수위가 높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계로 나뉘는데, 문책 경고 이상 징계는 중징계로 분류돼 연임과 3~5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각각 올해 말과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박정림 대표와 정영채 대표는 연임이 어렵게 됐다.

박정림, 정영채 대표 중징계로 KB증권과 NH투자증권에도 불똥이 떨어진 셈이다. 당장의 전력 공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향후 사업 구상과 업무에 적지 않은 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KB증권은 회사 이미지 관련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취임한 박정림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된 신뢰 회복 및 회사 이미지 제고, 소비자 보호 강화를 통한 선제적 위기 관리였는데, 중징계를 피하지 못하며 신뢰에 금이 가는 형국이 됐다. 특히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하고 펀드에 레버리지 자금을 제공했다는 것이 박 대표 징계 이유로 밝혀지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다시 손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올해 호실적 견인을 이끈 리테일 브로커리지(위탁 매매)와 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두 부문은 박정림 대표 전담 부문인데, 각자 대표 체제인 KB증권은 이번 제재 결과에 따라 김성현 대표가 박 대표 관할 업무에 대해 직무 대행하는 방식으로 경영상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김 대표가 KB증권에서 그동안 거둔 성과가 무시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경영 불확실성과 업무 가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H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정영채 대표는 이미 기업금융(IB) 업계를 움직이는 국내 톱 티어 인사로 정평 나 있다. 이 덕분에 NH투자증권 IB 수수료 수익은 정 대표가 취임하기 전 2017년 1103억원에서 지난해 3138억원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업계에선 IB 부문에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사업 악화로 대형딜 성사가 어려워질 우려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중징계에 불복해 제재에 대한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행정 소송을 통해 제재 효력을 멈추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금융당국과 대립한다는 면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KB증권은 각자 대표로 운영돼 왔고, 직무 정지 기간엔 내부적 규정 및 절차에 따라서 김성현 대표가 박정림 대표 관할 업무에 대해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며 “경영 공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행정 소송과 관련해선 개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아직 임기가 남아있어 업무나 경영에 있어 대책이 나오기엔 시기상조”라며 “행정 소송과 관련해선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문책 경고 이상의 징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상 관련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양 부회장이 대신증권 최대 주주이기 때문에 회사 지배구조나 사업 역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시름을 덜었다.

대신증권은 3세 경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양홍석 부회장은 올해 초 20년 가까이 대신증권 이사회 의장을 지낸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뒤를 이어 신임 의장 자리에 올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대신증권이 3세 경영을 본격화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 부회장은 이어룡 회장 아들이자 대신증권 지분 10.1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특히 이번 리스크 해소로 양 부회장의 경영 승계가 더욱 더 가까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증권이 올해 명가 재건을 외친 터라 리스크 해소의 의미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대신증권은 내년 상반기 중 중합금융투자사업자를 신청하는 단기 경영 목표를 설정한 뒤 올해 회사 상징인 본사 사옥 매각까지 추진하며 자기자본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종투사는 별도 기준 자기자본 3조원을 넘겨야 하는데, 대신증권의 올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은 2조1007억원이다. 양 부회장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종투사 자격 획득 이후 본격 행보에도 기대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종투사에 진입하면 기업 신용 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확대되고, 헤지펀드 자금 대출이나 대출 컨설팅 서비스인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등이 가능해진다.

대신증권 본사 전경 [사진=대신증권 제공]
대신증권 본사 전경 [사진=대신증권 제공]

대신증권은 이밖에도 최근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 인수를 통한 토큰증권 발행(STO) 신사업 진출, 리테일 강화 등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중이다. 아울러 양홍석 부회장은 이어룡 회장 뜻에 따라 부동산업 등 성장에 힘써왔다. 현재 공식 석상에 얼굴을 비치지 않는 등 일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으나, 부동산, 리츠, 대체 투자 강화 추진 등 주요 결정에 관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CEO 연임 불가로 경영 불확실성이 증대된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리스크를 소거한 대신증권이 종투사 자격 획득 등 명가 재건에 성공할지, 증권업계에서도 CEO 징계가 미칠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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