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재계는 지금 세대교체 중, 그 배경과 숙제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3.12.13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국내 주요 그룹들의 하반기 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오너 일가(家)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오너 일가의 책임 경영으로 미래 성장을 도모하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돌파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SK, 롯데, 한화, GS, HD현대, LS, 코오롱 등 주요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인사에서 오너 일가를 전면 배치했다. 그룹의 신사업과 미래 먹거리 등 핵심 부서를 맡으며 경영 범위를 확대하고 본격적인 승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구동휘 LS MnM COO,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사진=각 사 제공]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신유열 롯데케미칼 전무,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구동휘 LS MnM COO,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먼저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34)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1989년생인 최 본부장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신규 투자와 사업 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바이오 부문 미래 신사업 개발과 투자를 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37) 롯데케미칼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1986년생인 신 전무는 지난해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투자 계열사 대표직을 역임하며 재무 전문성을 키워왔다. 앞으로 신 전무는 롯데지주 내 신설되는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며 그룹 내 중장기 비전과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34)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전무)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89년생인 김 부사장은 2021년 5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갤러리아 상무로 발령난 뒤 1년 5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했고,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성과를 인정받아 또 다시 1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이외에도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까지 겸하며 한화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이끌게 됐다.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 인사를 단행한 GS그룹도 오너가 4세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배치됐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허윤홍(44) 사장이 GS건설 대표에 올랐고,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 허철홍(44) GS엠비즈 대표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46) 부사장은 GS리테일의 경영전략서비스유닛장으로 이동해 경영지원본부와 전략 부문, 신사업 부문 등의 조직을 한데 모아 관장한다. 이외에도 허명수 GS건설 상임고문의 장남 허주홍(40) GS칼텍스 기초화학 부문장과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치홍(40) GS리테일 본부장도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HD현대그룹에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41)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82년생인 정 부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고, 2021년 10월 사장으로 승진한 뒤 2년여 만에 부회장이 됐다. 정 부회장은 조선업계가 불황일 때 위기 극복에 앞장섰고, 선박영업 및 기술개발을 지휘하며 경영 역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도 맡는다.

LS그룹은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의 장남 구동휘(41) LS일렉트릭 비전경영총괄 대표(부사장)는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다. 1982년생인 구 부사장은 LS일렉트릭 경영전략실 차장, 중국 산업자동화 사업부장, ㈜LS 밸류 매니지먼트 부문장, E1 COO 등을 두루 거치며 미래 성장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인사가 승진은 아니지만 그룹이 역점을 두고 육성 중인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싣고자 3세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코오롱그룹도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39)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을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 전략부문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84년생인 이 부회장은 계열사 경영을 차례로 맡으면서 골프 브랜드 지포어 출시, 수입차 브랜드 다변화 등을 주도하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다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오너 일가 세대별 입사 및 임원승진 이력 조사. [사진=리더스인덱스 제공]
오너 일가 세대별 입사 및 임원승진 이력 조사. [사진=리더스인덱스 제공]

오너 일가 3·4세들이 그룹 경영 전면에 배치되며 고속 승진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산 순위 100대 그룹에 재직 중인 오너 일가 827명 중 사장단에 포함된 199명 이력을 분석한 결과, 오너 일가 3·4세들은 평균 28.7세에 입사해 4.1년 뒤인 32.8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2세들이 입사에서 초임 임원이 되기까지 평균 4.7년(34.7세)에 임원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승진 간격이 당겨졌다.

임원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속도는 2세에 비해 느려졌지만, 승진 나이는 어려졌다. 임원에 오른 3·4세가 사장으로 승진하는 기간은 평균 8.4년이 걸렸으며, 평균 나이는 41.2세였다. 2세의 경우에는 평균 7.8년이 걸려 사장으로 승진했으나 평균 나이는 42.6세로 조금 더 많았다. 반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오르는 기간은 3·4세가 더 빨랐다. 2세들은 평균 6.5년이 소요되었으나, 3·4세들의 평균 기간은 4.8년으로 1.7년이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오너 일가 3·4세들의 초고속 승진과 신사업 전담은 기업 승계 절차를 밟기 위한 전형적인 방식이고, 이들의 최우선 과제로 경영 능력 입증을 꼽았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글로벌 복합위기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한 세대교체와 책임경영 강화를 이유로 오너 3·4세들을 등판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신사업을 맡기며 경영권 세습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전문경영인 수업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 직원들과 달리 경력이 짧기에 산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다소 부족하다는 리스크도 있다”며 “경영자로서 성과를 내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영 전면에 나서는 오너 일가 3·4세들이 본격적인 리더십과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른다. 과연 그룹의 미래 산업을 주도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지. 경영성과를 인정받으며 승계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