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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태영건설의 눈물을 믿지 않는 이유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4.01.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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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악어의 눈물’은 흔히 가짜 눈물이라는 의미로, 진실하지 않은 가식적인 행동을 할 때 자주 사용되고 있는 표현이다. 유동성 위기로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읍소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악어의 눈물’로 판단하는 모양새다.

태영건설은 3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을 대상으로 자궁안 설명회를 열었다. 최근 최고 경영자(CEO)로 복귀한 윤세영 창업회장이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호소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3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3일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은 모두 네 가지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계열사인 종합환경업체 에코비트 지분 50% 매각을 추진해 그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골프장·레저 사업을 하는 블루원 지분은 담보로 제공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과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인력 및 조직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채권단에선 냉랭한 반응이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세영 회장 말과 달리 태영건설 자구책은 알맹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측은 태영건설 자구안 약속이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했지만 확보한 자금을 티와이홀딩스 채무를 갚는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양재호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로 투입해야 했는데, 티와이홀딩스 채무 변제에 활용하고 400억원만 넣었다”며 “3일 낮 12시까지 1149억원을 넣으라고 했지만 티와이홀딩스 채무 변제에 계속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채권단 설명회 후 백브리핑을 통해 “태영그룹 측은 아쉽게도 구체적인 자구 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얘기했다”며 “구체적인 자구안 없는 워크아웃 계획안은 채권단 75% 동의를 받기 쉽지 않아 기존 제시한 자구 계획의 약속을 성실히 지키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알려진 자구책 수준 외 오너일가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등 새로운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됐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여부가 태영그룹의 자구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로 여겨졌기 때문에 산업은행과 채권단 측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자구안 외에는 워크아웃 반대매수청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에 워크아웃 반대매수청구권을 직접 매입하라고 요청했다. 일부 금융사의 경우 태영건설이 신청한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대 채권자와 찬성 채권자가 협의하면 제3자 또는 회사가 채권을 인수할 수 있는데, 태영건설이 책임지는 차원에서 이를 인수하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4일 “태영건설이 네 가지 방안을 갖고 왔는데, 그 조차도 이행하지 못했다”며 “추가 자구안이나 오너일가 사재 출연, SBS 매각 등도 우선 자구 계획으로 들고 왔던 것을 이행하고 다음 단계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일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해야 워크아웃이 개시될 수 있는데, 첫 단계부터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본 것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과 티와이홀딩스는 계속해서 자구 계획과 관련해 채권단과 협의하고, 오너일가 사재 출연, SBS 매각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과 협의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오는 11일이 (워크아웃) 의결 시점이니 계속 채권단과 의논하고 자구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와이홀딩스 측도 “사재 출연은 계속 협의하고 검토하는 부분”이라며 “다만 SBS 매각 관련해선 방송법상 허들이 존재한다. 방송통신위원회 허가가 있어야 하고, 매수자 조건도 맞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검토 중인 것이지 못 팔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절차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법정 관리로 가게 되면 워크아웃과 달리 협력업체 공사 대금 등 상거래 채권을 포함한 전 채권이 동결되고 추가 지원도 없어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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