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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게임' 흥행을 둘러싼 엇갈린 시선

  • Editor. 현명희 기자
  • 입력 2024.01.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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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현명희 기자] 게임은 예술 작품일까?

오래된 논쟁거리다. 기존 게임 유저들에게는 특별하게 ‘애정’하는 게임이 하나쯤 존재할 정도로 게임을 향한 마음이 각별하고, 그만큼 새로운 게임에 대한 기대 수준도 예술 작품을 평가할 때처럼 높다고 알려져 있다. 게임사들 역시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러한 유저들의 기대와는 달리 ‘방치형 게임’이 대형 게임사들을 통해 속속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자, 아쉽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방치형 게임이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요구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방치형’ 형식에 유저의 단순 쾌락 충족에 의존하는 게임인 까닭이다.

하지만 게임사들로선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게임 업황 부진이 계속 되면서 수익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 속에서 방치형 게임이 하나의 수익원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방치형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이야기할 만큼 게임 퀄리티에도 나름 우수하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방치형 게임'이 최근 게임업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게임. [사진출처=구글플레이]
'방치형 게임'이 최근 게임업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게임. [사진출처=구글플레이]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치형 게임, 즉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이며 동작을 수행하고 플레이어는 자원을 모아 캐릭터를 강화하는 방식의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인기 게임 순위 톱 자리를 석권하고 있다. 단순한 구조로 빠르게 보상을 제공해 유저를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방치형 게임의 특징이다.

대표적 사례가 중국 게임사 조이나이스게임즈가 지난달 22일 출시한 ‘버섯커 키우기’다. 이 게임은 애플과 구글 양대 앱 장터에서 한국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해 화제가 됐다. 중국산 게임이 한국에서 이러한 성과를 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후 컴투스홀딩스가 지난 17일 출시한 ‘소울 스트라이크’도 3일 만에 구글 플레이(한국 기준) 인기 다운로드 게임 1위에 오르면서 방치형 게임은 트렌드가 됐다는 해석이 등장했다. 넷마블 역시 지난해 9월 ‘세븐나이츠 키우기’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55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어 방치형 게임 흥행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방치형 게임이 인기를 끈 데에는 플레이가 어렵지 않고, 방치형이기 때문에 게임하는 데 수고로움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보상을 제공해 캐릭터를 키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기존 RPG 게임들에서는 안정적으로 게임 하나에 정착할 수 있게 되기까지 플레이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진입장벽을 제거한 방치형 게임이 다수의 유저가 게임 분야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한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로서도 방치형 게임의 등장은 반가울 만한 소식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짧은 시간 즐기면서도 다양한 보상으로 캐릭터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서 오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계속된 방치형 게임의 인기에 이를 리뷰한 게임 전문 유튜버들 영상에는 유저들의 부정적 평가가 담긴 댓글이 적지 않다.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대해 이제는 회의감이 든다”, “모바일 시장은 여전히 암울한 것 같다”, “이 나라 게임업계의 현실이 이렇다는 게 안타깝다”, “게임성은 사라지고 상업성만 챙기는 시장이 돼가는 게 마음이 아프다” 등으로 방치형 게임 인기와는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키우기의 경우 기존 세븐나이츠 지식재산(IP)을 활용한 게임으로, 과거 그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했던 추억을 되살리면서도 시대에 맞춘 빠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이는 세븐나이츠 키우기에 한정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양산형 게임’이라는 다소 비난적인 요소가 담긴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게임사들의 의견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소울 스트라이커는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 제작한 게임으로 콘텐츠의 양과 질 측면에서 다른 게임들과 차별적이다. 양산형 게임이라는 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얘기다”고 말했다. 넷마블 관계자도 본지 취재진에게 “양산형 게임이라 함은 퀄리티를 생각하기보다 빨리 찍어내기 급급한 게임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로, 비하하는 표현이다”면서 “넷마블로서는 일단 론칭한 게임은 오래 가져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일반적인 양산형 게임과는 결이 다르며, 넷마블에 대한 팬층이 두텁다보니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게임’이라는 인식만으로도 장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리플에이급 게임에 미치는 퀄리티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양산형 게임이라고 할 만한 수준도 아니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방치형 게임'이 양산형 게임이라는 비판에 게임사들은 퀄리티부터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컴투스홀딩스의 '소울 스트라이크' 게임. [사진=컴투스 제공]
'방치형 게임'이 양산형 게임이라는 비판에 게임사들은 퀄리티부터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컴투스홀딩스의 '소울 스트라이크' 게임. [사진=컴투스 제공]

올해 ‘팔라딘 키우기’, ‘용녀 키우기’ 등 방치형 게임 론칭을 계획하고 있는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커넥트 관계자도 본지 취재진에게 “기존 RPG 게임들은 그래픽도 훌륭하고 가볍게 플레이하기에는 무거운 감이 있어 이걸 5~10분 즐긴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방치형 게임이 상대적으로 난도나 퀄리티가 떨어져 보일 순 있지만 짧은 시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유저들이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시장 트렌드에 따른 것이 방치형 게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게다가 게임사들로서는 방치형 게임이 실질적인 수익성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있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요소들 외에도 세븐나이츠 키우기 흥행 실적도 실적 개선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게임사들은 방치형 게임 인기에 힘입어 이를 하나의 수익원으로 만들기 위해 게임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방치형 게임에 대한 게임사와 유저 간의 온도차는 미묘하다. 게임업계 하향평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변곡점이 될지, 아니면 단순히 새로운 수익 창구로서 게임사들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면서도 더 많은 유저를 게임 분야로 끌어들이는 유인 요소를 갖춘 킬러 게임으로 남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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