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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사고 나면 폐업위기?’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의 명과 암

  • Editor. 박대연 기자
  • 입력 2024.01.3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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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박대연 기자] “자재 값 인상, 인력 부족 등 회사 내부 사정도 안 좋은 상황에서 중대재해법 확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2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대형 건설사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 같은 중소 건설사는 사고 한 번에 회사 존폐가 달린 문제다”(대구의 한 중소 건설업계 관계자).

건설경기가 혹한기를 겪고 있는 시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대재해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건설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내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경영 여건을 고려해 2년간 유예 기간을 주고 지난 27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최근 정부와 업계가 2년 추가 유예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지만, 여당과 야당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상시 근로자 수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사진=연합뉴스]

■ 확대된 중대재해법, 뭐가 달라지나?

앞으로는 건설업·제조업은 물론 음식점, 빵집 등 동네 식당 등 모든 업종 상관없이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특히 이전에는 50억원 이하의 건설공사는 법 적용이 유예됐으나 건설공사 금액 제한이 없어져 건설업도 제조업 등 다른 업종과 동일하게 상시 근로자 수 5인 이상이면 법 적용 대상이 된다.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도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최소 1명 이상 둬야 한다.

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사업주가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안전·보건 의무에 충실하거나 고의나 예견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경우 등은 처벌하지 않는다. 아울러 50인 미만의 모든 사업장이 안전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안전 관리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에선 20∼49인 제조업, 임업, 하수·환경·폐기업 등 일부 업종이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둬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새롭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 사업장의 규모는 83만7000곳, 종사자는 8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당되는 기업이 조속히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4월 말까지 ‘산업안전대진단’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전국 30개 권역에 '산업안전대진단 상담·지원센터'를 구성·운영해 안전보건관리체계 컨설팅·교육·기술지도와 시설개선을 포함한 재정지원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소기업대표들이 31일 국회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중소기업대표들이 31일 국회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대재해법 실시 2년, 사고는 여전히

전체 중대재해 중 절반가량이 건설업계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2년 전부터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고 있는 대형 건설사마저 상대적으로 안전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수가 오히려 늘어났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재해자 수는 지난 2020년 2만6799명에서 2022년 3만1245명으로 증가했다. 이중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망의 경우 2022년 전체 644명(611건)중 341명(328건)이 건설업계에서 발생했다. 2022년 사망자는 2021년보다 5.7% 감소했지만,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오히려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사고가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장의 자재들이 시행 전보다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중대재해법이 사고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를 아무리 예방한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닌 만큼 이번 중대재해법 확대는 중소 건설사들에 많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실제로 중소 건설사들의 현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완전관리 체계가 구축됐는지 의문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2022년 업종·규모별 사망사고 발생 현황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2년 업종·규모별 사망사고 발생 현황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 중소 건설사, “인력 확보 어렵고, 사고 한 번에 폐업위기”

안전사고 발생 확률이 높은 업계 특성상 안전·보건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에 비해 인력 확보 및 자금 압박이 늘어나고 있고, 형사처벌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지난해 11월 전문건설사 781곳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관련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6.8%가 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이유는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과 비용부담(24.4%), 전문 인력 부족(8.4%) 등이 꼽혔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확대로 인해 안전 관리자를 고용해야 하는데 마땅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안전 관리자를 채용해도 대형 건설사나 큰 규모의 기업에서 데려가니 몸값은 비싸지고 교육하기도 쉽지 않다”며 하소연했다.

중대재해법 전면 시행으로 현장 혼란이 잇따르자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제도 안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는 사고가 났을 경우 처벌을 받는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일각에서는 사업 규모에 맞는 현실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의 경우 사업 특성상 사고를 예방한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안전 관리자를 구하는 것은 둘째 치고 사고 한 번에 회사가 휘청거리고 폐업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컨설팅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장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안전관리자 확보 및 교육비용 지원 등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전 예방을 취지로 시작된 중대재해법은 현재 주객전도돼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중대재해법 확대로 인해 건설사를 비롯한 모든 업종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속에 과연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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