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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젊은 꼰대' 당신의 대화와 소통 능력은 몇 점입니까?(上)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1.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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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행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 고행자입니다. 살다보면 온갖 역경과 좌절과 함께 고행의 소용돌이로 빠져듭니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도 늘어납니다. 인생커리큘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해하고 깨쳐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하죠. 그 성장을 위해 우리의 고민과 아픔, 상처를 그대로 마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정태겸 객원기자]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당신은 타인과 대화하는데 문제가 없는가? 직장동료와 선후배, 친구와 배우자(이성친구) 등등 주변 사람들과 잘 소통하며 살고 있는가?

잘 모르겠다면 질문을 바꿔 보자. 당신은 대화를 하면 마음이 통하는 이들이 주변에 얼마나 있는가?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당신을 찾아오는 이가 있는가? 마지막 질문이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비중이 어떻게 되는가? 대화 점유율이 거의 90% 이상인가?

불통의 시대다. ‘답정너’ 꼰대들이 도처에 널려 있어 소통이 어렵다고 한다. 여기에 젊은 꼰대들까지 가세해 진솔한 대화가 고픈 이들을 좌절케 한다. 속 깊은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쌓이고 배우며 익히고 성장하고 싶은데 상황은 여의치 않다.

특히 직장에서는 더 심각하다. 불통 상사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그 자체만으로 숨 막힌다. 열심히 듣는 척하다가 “한데 그건 말이야” 하면서 자기주장이나 의견을 앞세우면 ‘게임 오버’다. 일장 연설이 시작되면서 대화고 논의고 협의고 완전히 물 건너간다. 눈치 없는 신입이 “이렇게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돌발 제안을 하면 답정너의 답은 정해져 있다. 수많은 경험과 연륜을 앞세워 지그시 누른다. 결국 일방적인 지시와 지침만 내려올 뿐이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는 시대 흐름에 걸맞게 대화와 소통 잘 하는 리더란다. 그 장(場)은 주기적으로 열리고 말 할 수 있는 기회를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주기 때문이다. 일견 인내심 있게 열심히 경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는 길은 정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이 같은 패턴의 무수한 반복에 구성원은 결국 대화와 소통을 포기한다.

그 악순환에 매몰되면 점점 무기력해진다. 패기와 열정 가득한 쌩쌩한 신입도 서서히 입을 닫는다. 밝은 신입들의 얼굴에 다크 서클이 내려앉고 의욕이 급 저하됐을 때쯤이면 조직 적응 완료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럴 경우 상사는 단말마같은 비명을 지른다.

“왜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가 안 나오는 거야. 누구보다 열심히 대화하고 소통하는데.”

다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뽑는다고 한다. 그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인사 평가제도도 파격적으로 바꾼다고 한다. 한데 인재를 뽑아 놓은들, 인사 관리를 바꾼들 뭣 하겠는가? 불통 상사가 거느리고 있는 크고 작은 조직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거늘.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한데 내용은 어쩌지 못하고 때만 되면 형식만 바꾼다. 노소(老小)를 막론하고 꼰대들의 장점이 윗선과의 소통은 그 누구보다 잘 하는 편이라 구성원의 영혼은 갈기갈기 찢기고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갈리고 있다.

대화 단절과 불통이 심각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것은 직장뿐 아니라 가정 그리고 학교 등 모든 사회관계가 막히면서 우리를 지치고 아프고 결국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대화를 통해 마음이 서로 통하는 이들이 없다면, 또 당신과 대화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없다면, 특히 남들과 만나 이야기하거나 토론 할 때 대화 점유율이 70% 이상으로 독점적이고 그것에 내심 흐뭇해하는 이라면 당신의 대화, 소통 능력은 상중하 중 제일 낮은 하급을 면치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이 글은 대화와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들과는 정반대 성향인 이들이라면 굳이 시간 들여 읽을 필요 없다. 직원들과 함께 진정한 대화와 소통으로 멋진 퍼포먼스와 함께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거나 대화가 없는 부자 관계 개선 등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더 풍요롭게 하고 싶다면 찬찬히 읽어봐 주길 바란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 광경 하나.

며칠 전 집 주변 인근 카페. 옆 테이블에 옷을 잘 차려입은 중년 부부가 들어와 앉았다. 그 테이블과 가까워 본의 아니게 부부 대화를 엿듣게 됐다. 부부의 대화는 영 매끄럽지 않았다. 대화라고 부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주고받는 것이 아닌,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만 각자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회사 이야기를, 부인은 자식들 이야기를 주로 했다.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나 호응은 서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화의 접점이 전혀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들렸고, 대화 중간중간 외로운 침묵이 흘렀다. 부부는 수많은 침묵 끝에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났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우리의 민낯이다. 대화와 소통을 말하지만 그저 말뿐이다. 심지어 외로움을 털어내기 위해 결혼하지만 부부 대화 단절로 고통 받는 이들은 주변에 널려 있다.

“외로움은 괴로움에 비하면 사치다! 결혼하면 대부분 외로움이 괴로움이 된다”(하***).

“결혼하지 마세요. 외로움이 채워지거나 해결되지 않습니다. 의무와 굴레만 가중될 뿐이죠”(보***).

‘결혼해도 외롭다’는 주제의 영상들에 달린 댓글이다. ‘결혼해도 외롭다’는 지상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주제다. ‘남편’을 두고 ‘남의 편’에 줄임말이라는 것이 희극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이 같은 비극이 따로 없다.

30대 유부남 직장인 오준석 씨(가명)도 그랬다. 함께 있고 싶어 결혼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도 외롭다는 것이다. 원래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고 해도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고 한다.

결혼해도 외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외로움의 원인으로 등장하는 단골손님은 바로 ‘소통의 부재’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는 모든 관계의 기본은 대화, 즉 소통에 의해서 형성되고 유지된다. 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니 대화가 사라진다고 한다.

# 광경 둘.

30대 초반 직장인 김현철 씨(가명)는 자신은 ‘소통능력이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필요하다면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회사생활을 하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소통이 될 것 같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편식 관계를 맺어 왔다는 것. 또 조금 이야기하다가 대화가 될 것 같지 않으면 바로 관계를 끊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소통의 방법과 관점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이 관계를 잘 유지해야 했다.

문제가 되는 가장 심각한 요인은 소통에 대한 기본 관점의 차이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인데 한쪽이 일방만을 고집한다면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토론교육이 흔치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이견은 논쟁으로 번지는 일이 빈번하다. 자칫 얼굴 붉히기 십상이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 고집불통이거나 완고한 상사에게 이견을 말하는 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결과적으로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듣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사실 일방적인 말은 ‘이야기’ 보다 ‘소리’에 가까워진다. 함께 나눴다고 착각한 이야기가 한 귀로 흘러가는 무의미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는 “사회로 나와 인간관계가 늘면서 여러 버릇이 생겼다. 말을 중간에 끊는 사람 때문에 끊길까봐 불안해 말의 속도는 더 빨라졌고 이야기하는 도중 딴청을 피우는 사람 때문에 목소리도 더 커지고 제스처도 과하게 쓰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 대화와 소통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이 관계를 맺고 소통을 원하는 것은 본능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정신분석학적으로 풀면 ‘대상을 찾으려’ 한다는 의미다. 인간은 타인과 소통하며 존재감을 느끼기를 원한다. 인간이 얼마나 사회적인지, 관계와 소통이 행복과 불행에 얼마나 커다란 역할을 하는지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요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 행복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다섯 가지 요인이 있다.

△신체적 안녕 △웃음의 공유 △대화의 공유 △목적의 공유 △성적 즐거움의 공유다. 건강을 제외한 4가지 요인 모두 타인과 ‘공유’를 필요로 한다.

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신의 저서 ’심리학의 원리‘에서 소통의 부재가 사람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사회에서 밀려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것보다 더 잔인한 벌은 생각해 낼 수 없을 것이다. 방 안에 들어가도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을 해도 대꾸도 안 하고, 무슨 짓을 해도 신경 쓰지도 않고, 만나는 모든 사람이 죽은 사람 취급을 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상대하듯 한다면, 오래지 않아 울화와 무력한 절망감을 견디지 못해 차라리 잔인한 고문을 당하는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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