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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커리큘럼] 말하기만 좋아하는 '답정너' 당신을 위한 조언(下)

  • Editor. 정태겸 객원기자
  • 입력 2022.01.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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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정태겸 객원기자] ■ 당신은 들을 줄 아는 사람인가요?

“사람들은 자기를 이해해주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존중해준다고 생각하는 경우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변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를 느낄 때 변화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대화의 심리학, 더글라스 스톤>

“대화를 잘 한다는 건 말을 잘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자꾸 자신의 얘기를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내 감정을 상대방이 그대로 인정해주고 수용해 줄 때, 존재가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 말을 주고받지 않더라도 감정을 느끼고 대응해주면 대화의 질이 올라간다.”<영상 ‘이것만 알아도 상대를 편하게 만드는 말 습관’에서,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심리학자들은 대화에서 정말 중요한 건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라고 강조한다. 타인이 말을 잘 들어줄 때, 사람은 존중받는다고 느껴 대화의 질이 올라가고 더 나아가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쉴 새 없이 떠들 수 있는 사람을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라고 말한다. 학창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1시간 동안 진행되는 교장선생님 훈화를 듣고, 대화와 소통능력이 뛰어나다고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대화의 목적은 지식 또는 정보 전달과 함께 감정 전달에 있는데 대다수는 지식 정보 전달 대화에만 신경 쓰지, 감정 전달 대화에는 영 시원찮다는 지적이다.

[이미지 = 픽사베이]
[이미지출처 = 픽사베이]

“대화가 안되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방의 얘기를 잘 안들을 뿐더러 매번 가르치려하는 사람과는 대화가 힘들고 대화하기가 싫어지죠”(O****).

“내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나한테 뭐라 하는 걸 알아도 그걸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같은 말이더라도 조심스럽고 좋은 분위기에서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게 좋은 것 같다”(신***).

“선생님 말씀처럼 ‘심정’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생각이 들어요.”(s***)

한성열 교수가 나온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이 외에도 댓글을 살펴보면 누구도 소통 대상으로 일방적인 훈시형인 교장선생님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성열 교수는 대화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설득과 생각 전달 등을 하는 ‘사리대화’와 감정을 나누는 ‘심정대화’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며 배우는 대화의 기술은 대부분 사리대화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사회는 감정을 나누는 심정대화가 서투르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친밀한 관계일수록 감정을 나누며 마음이 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은?

우리는 얼마나 주변 사람들과 마음이 통하며 잘 소통하고 살아갈까?

“상담심리를 공부하다 보면, 다른 사람 말을 있는 그대로 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돼요.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판단하지 않아야 하거든요. 하지만 판단 또한 사람의 본능이고, 계속해서 의식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다른 사람의 말을 판단하고 있어요. 사실상 상담 심리 공부는 듣기 공부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상담 심리를 공부하고 있는 한 대학원생의 말이다.

그는 타인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잘 들어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만 해도 상담의 90%는 성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원인은 뭘까?

그건 듣는 사람의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태도’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셜 B. 로젠버그(Marshall B. Rosenberg, 로젠버그)는 사람들의 특정한 대화 방법이 사람들을 서로 폭력적으로 행동하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건 바로 대화 상대에 대한 ‘도덕주의적 판단’이다. 이 같은 판단이 들어가는 대화를 ‘삶을 소외시키는 대화’라고 부른다. 그 대화는 사람들의 마음속 도덕적 잣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나쁘다거나 틀렸다며 타인을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인간에겐 교정반사 본능이 있는데 상대방 문제를 적극 고쳐 주고 싶어 하는 것이다.

■ 대화의 기술, 비폭력대화(Nonviolet Communication)

그렇다면 상대방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닌,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를 이루는 대화 방법은 뭘까? 로젠버그는 비폭력대화(Nonviolet Communication, NVC)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NVC의 네 단계는 △관찰 △느낌 △요소 △부탁이다.

[이미지 = 연합뉴스]
[이미지 = 연합뉴스]

첫째, 어떤 상황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나한테 유익하든 그렇지 않든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나아가 상대방의 행동을 내가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를 떠나 판단이나 평가를 내리지 않으면서 관찰한 바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한다.

둘째, 상대방의 행동을 보았을 때 어떻게 느끼는가를 말한다. 가슴이 아프다거나 두렵다거나 기쁘다거나 등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다.

셋째, 스스로 알아차린 느낌을 내면의 욕구와 연결해 말한다.

위 세 단계를 묘사하자면 아래와 같다.

“아들, 네가 쓴 수건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구나. 그걸 보면 엄마는 짜증난다. 왜냐하면 다 같이 사용하는 공간이니까 최소한 자기가 쓴 물건은 정리했으면 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넷째로 구체적으로 부탁한다.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해 주기 바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위 상황과 연결지어 보자면 이런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 수건들을 좀 치워줄 수 있겠니?”

로젠버그는 NVC는 고정된 공식이 아니고, 개인이나 문화적 특수성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요한 것은 네 가지 요인을 우리가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에서 이렇게 하기 쉽지 않다. 가령 자녀들의 귀가 시간이 늦으면 부모들은 다짜고짜 “지금 몇 시야?” “왜 이렇게 늦었어?” 등 비난 또는 질책 투로 쏘아붙인다.

“늦었네. 네가 늦게 들어오면 엄마아빠는 걱정이 돼서 아무 것도 못한다. 혹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닌지 밤잠을 설친다. 조금 일찍 다니면 안 되겠니?”하면 어떨까. 전자보다 후자가 서로 감정 상할 일도 없거니와 자녀들이 귀가 시간을 앞당길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실제로 로젠버그가 개발한 NVC는 인종·종교·정치적으로 아주 심한 긴장상태에 있는 전 세계에 여러 지역에서 유용한 분쟁 해결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태어나면서 여성은 침묵하는 법을 익히고 남성은 감정을 도려내는 법을 배운다. 말하기를 익히지 못한 여성과 공감을 배우지 못한 남성과 동료 시민으로 살아가자니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맞추어 살자니 공부가 끝이 없다.”

은유 작가가 자신의 저서 ‘다가오는 말들’에 쓴 문구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사회는 표현이 서투르고 대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글을 읽지 못한다거나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고, 상대방 마음이나 생각을 잘 읽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삶이란 다른 사람들과 관계의 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특히 좋아하는 이들과의 시간 말이다. 내 마음과 생각을 진정으로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에서도 외롭지 않을 테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로운 무인도처럼 느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괜스레 힘들고, 허무하고 부질없다고 느껴지는 경험을 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마 스스로 충족할만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우리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무인도에 홀로 남겨져 있지 않도록.

 

# 글쓴이는 – 30대 초반의 남성이다. 20대 후반 유일무이하게 말을 ‘잘 들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했다. 그때 처음으로 대화란 무엇인지, 잘 듣고 좋은 질문을 해주는 것이 한 사람의 삶에서 얼마나 경이로운 경험이 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지금은 ‘잘 듣고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취재 후기 - 스스로 말하고 듣고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잘 듣고 대화 나눌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우리가 남에게 선의로 하는 조언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자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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