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돌이] 꽃을 든 남자 20년, 아직도 맨얼굴로 다닌다고요?(上)

  • Editor. 김민주 기자
  • 입력 2022.02.21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돌이’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물밑에서 그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의미와 맥락을 짚고자 합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풍속도요, 미래 변화상의 단초일 수 있고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동향 분석이기도 합니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세상, 그 흐름을 놓치지 마세요.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김민주 기자] ‘그루밍(grooming)’이라는 이름으로 스킨과 로션만 알던 남자들의 화려한 변신이 화두가 된 지는 이미 오랜전 일이다. 화장품업계가 잇달아 남성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 하고 라인을 세분화하기 시작하면서 그 종류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만 해도 새 남성 모델을 앞세운 화장품 브랜드 여러 곳이 H&B(헬스앤뷰티) 온라인 매장에 입점하며, 남성 화장품 신제품 출시 소식들을 앞 다퉈 전해왔다.

또 유투버, 홈쇼핑 등에서는 남성 뷰티 인플루언서와 쇼호스트들이 눈썹 다듬는 법과 아이라인 그리는 법, 데일리 메이크업과 화장품 리뷰 및 추천에 적극 나선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남자들이 무슨 피부 관리를?” “남자들이 무슨 화장을?!”이라며 고깝게 보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남성 화장품 매출 추이를 보면 이미 세상은 달라진지 오래다. 같은 나라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남성화장품과 화장을 둘러싼 일련의 것들은 과연 동시대를 살아가는 남성과 그 주변인들로 하여금 어떤 의미와 해석을 낳게 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 현실을 살펴봤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그루밍 그리고 화장품의 역사

그루밍족은 꾸미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미 유행한 지는 10년을 훌쩍 넘어섰다. 그 어원을 살펴보면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미는 직업인 ‘마부(groom)’에서 유래된 말로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하는 남성의 미용용어다. 남성 화장품에 대한 요즘 시대상을 반영함과 동시에 이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과 문제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화장품 역사는 3만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름다움(beautifying), 향기(perfuming), 세안(cleansing) 혹은 제사를 위해 문명화의 기원부터 사용 돼 왔다.

화장품의 영어 cosemetic은 그리스어 Kosemtikos로부터 유래했으며, ‘얼굴을 정돈되게 하며 꾸미는 것에 능숙한’이라는 뜻이다. 요즘 시대에 정의하는 cosmetic의 목적은 신체의 치장을 통한 인간적인 매력 증진, 결점을 가리기 위해 본질로부터 향상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20세기 들어 그 목표는 피부 보습, 항 노화, 자외선 차단 등에 힘을 싣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화장품 법에 의한 정의는 “인체를 청결 또는 미화하고, 피부 또는 모발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도찰, 살포 기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의미한다.

■ 남자, 화장품 그리고 여자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란 대사를 주고받으며, TV광고에 전면 등장한 당시 최고 '꽃미남 스타' 축구선수 안정환과 배우 김재원은 뷰티업계 새로운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2002년 소망화장품(현 코스모코스)의 '꽃을 든 남자'가 '컬러로션'을 출시하면서 남성들은 자연스러우면서도 깔끔한 피부표현을 할 수 있는 색조 화장품에 관심을 두게 됐다. 당시 꽃미남 열풍과 함께 기존 터프하고 강한 이상적 남성상이 부드러운 이미지의 꽃미남 남성상으로 일대 변화를 불러왔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꽃을 든 남자’는 숱한 변화와 변신을 거듭한다. 그 요모조모를 현실 속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주제로 담아봤다.

01. 소비자와 구매자가 다른 대표적 상품 ‘남성화장품’

남성화장품에 대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복잡 미묘하다. 남성화장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남성들이지만 정작 이를 구매하거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은 여성인 경우가 많다는 게 그 이유다.

대형마트 화장품 코너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판매원 박혜림씨(30)는 “보통 40대 이상 남성분들은 아내분과 함께 오셔서 옆에 서 있을 뿐 모든 선택은 아내분의 결정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 이하 연령대의 커플 같은 경우 남성분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나 여성분들이 부추겨 구매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28세 남성 김준호씨(가명)는 얼마 전부터 화장 솜에 스킨을 적셔 아침저녁 얼굴 곳곳을 닦아내고 있다. 이후 세럼을 바르고 마지막엔 수분크림과 톤 업 크림으로 마무리한다.

여드름 성 피부에 고민이 많던 준호씨는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추천해 준 화장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화장 솜에 스킨을 뿌려 얼굴에 바르는 게 어색했지만 꾸준히 사용해 보니 피부 결 정리도 되고 스포이드처럼 생긴 세럼이 여드름 문제 완화에 많은 도움이 돼 전에 피부과에서 관리 받던 비용도 절약하며 셀프관리가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02. 귀차니즘 해결사 ‘올인원’, 편리성의 추구

30대 중후반 솔로 남성의 사정은 사뭇 달랐다.

37세 남성 이우남(가명) 씨는 ‘올인원’ 화장품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를 찾아 쓰는 것이 ‘귀찮아서’였다. 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경로는 온라인몰을 통해서였고, 화장품 선택 기준은 팝업창 등 광고에 의한 빠른 선택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 직접 테스트하고 살 필요는 못 느끼냐”는 기자 물음에 “특별히 얼굴에 트러블 난 적도 없고 굳이 직접 매장을 찾아 여러 상품을 비교하면서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일부 남성들은 얼굴에 들이는 시간과 공력에 관대하지 않았다. 가급적 접근이 용이하고 간편한 것에 대한 욕구가 컸다. 이런 경향을 반영해 남성 화장품에는 롤링 방식의 선스틱 제품이나 올인원 제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남성들은 답답함을 느끼는 것을 몹시 불편해했다. 얼굴이 허옇게 들뜨는 백탁 현상이 없는 선크림 등이 남성용 선크림에 적용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03. 남성화장품, 여성화장품에 호기심을 갖는 여성과 남성들

유니섹스(unisex)는 모든 패션에서 통용되며 최근 화장품업계에서도 젠더리스(genderless)제품이 부상하고 있지만, 대개 남성 전용으로 나오는 제품들은 그 특유의 향과 투박한 외형, 컬러가 주는 느낌이 부드럽고 우아한 여성의 그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경우가 많다.

아내가 쓰는 화장품과 남편이 쓰는 화장품 구분 없이 사용하면 어떨까에 대한 궁금증은 급하게 스킨로션이 떨어져 봤던 경험이 있는 남성 여성의 경우라면 더 깊이 공감할 것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여성보다 진피 층을 25% 두껍게 만든다. 또 다른 남성호르몬 안드로겐은 피지선을 왕성하게 만들고 피지 분비량이 4.3배가량 많아 모공을 넓어 보이게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용 화장품은 에탄올 및 변성 알코올 함량을 높여 청량감을 주고 피지를 조절한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피부가 얇고 피지가 적어 세균 등 외부 침입에 취약하므로 유분과 수분의 함량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 화장품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진=픽사베이]

■ 꽃을 든 남자 20년, 스킨케어 vs 메이크업 여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

화장품 범주를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색조화장)으로 구분지어 생각해 봤을 때, 남성의 피부 관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먼저 스킨, 로션·크림 나아가 선크림으로 끝내는 피부 보호적 성격의 선택이 첫 번째다, 그리고 컬러가 들어간 컬러로션과 파운데이션, 립 제품 등 색조를 통해 돋보이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 두 번째다. 그리고 마지막은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중간 형태다. 정식 명칭이 ‘블레미시 밤' 또는 '블레미시 베이스'(blemish balm 또는 blemish base)인 BB크림으로 잡티를 가리고 피부 톤을 정리하는 것이다.

남성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자신의 연령대와 직업적 특성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40대 직장인은 “대면 접촉을 많이 하는 직업 특성 상 스킨과 로션에다 BB크림을 얇게 펴 바르고 다닌다. 바를 때와 안 바를 때 피부 톤이 너무 달라 더 젊게 보이고 더 깔끔한 인상을 주기 위해 정성을 기울인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또 주변 남성들 중 “메이크업을 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람 상대를 주로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 트레이너, 방송 관련 직종 사람들에서 많이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