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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김정은, '코로나 청정국' 실패 인정과 맞바꾸려는 것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5.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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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마스크를 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되면서 북한에 쏠리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추가됐다. 2년 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정국가’를 주장하던 북한이 마침내 처음으로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방역 이슈가 임박한 북한 핵실험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먼저 나서서 대외적으로 코로나 감염과 그 확산세까지 공개한 점에서 대미 메시지를 담은 공표로 읽히는 만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 진전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인도적 차원에서 백신, 진단키트, 치료제 지원 등 보건 이슈를 고리로 북미가 직접적인 대화채널을 연다면 양국의 ‘강 대 강’ 대립을 해소할 수 있다.

감염 사실을 공식 인정한 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로 무력 시위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북한이 확진에 따른 봉쇄조치 강화로 내치의 불안요인을 해소한 이후로 시기만 늦출 뿐 7차 핵실험으로 도발수위를 최고로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2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가 12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찾아 “4월 말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열병이 전국적 범위에서 폭발적으로 전파확대돼 짧은 기간에 35만여명의 유열자(발열자)가 나왔으며 그중 16만2200여명이 완치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현재까지 18만7800여명이 격리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6명이 사망했다"는 사실도 보고에 포함됐고, 사망자 중에는 BA.2(스텔스 오미크론) 확진자 1명도 있는 것으로 전했다.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열병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 동시다발적으로 전파확산됐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세워놓은 방역체계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전날 새벽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소집된 노동당 제8기 제8차 정치국 회의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공식 인정하며 국가방역체계를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처음으로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됐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공표한 당일 오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올해 들어 16번째 미사일 발사이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틀 만의 무력도발이다.

북한이 발신한 메시지는 중층적이다.

코로나 확진 사태를 공개하고 미사일 도발까지 이어간 12일은 미국의 주도로 ‘제2차 글로벌 코로나19 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열린 날. 윤 대통령은 다자 외교무대에 데뷔하면서 "시급히 백신이 필요한 국가들에게 충분한 공급과 안전하고 빠른 접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오는 21일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화상으로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났다.

그간 북한이 대외 메시지 발신에는 적재적소의 효과를 면밀히 따져온 만큼 이번에도 타이밍으로 볼 때 코로나 감염 사태 공개를 통해 간접적으로 한미의 백신 지원 등을 요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발생 상황에 대해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의 연장선상의 조치를 먼저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코로나19 정상회의에서 재원 추가 지원 및 시급히 백신이 필요한 국가에 대해 충분한 공급과 안전하고 빠른 접종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날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화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코로나19 정상회의에서 재원 추가 지원 및 시급히 백신이 필요한 국가에 대해 충분한 공급과 안전하고 빠른 접종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날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을 밝혔다. [사진=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코로나 다자정상회의 다음날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에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 의심자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 백신 지원 의향과 관련을 질문을 받고 "북한은 코백스(국제 백신 공동구입 프로젝트)의 백신 기부를 반복해서 거부했다"며 "미국은 현재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고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다. 다만 그는 "우린 취약한 북한 주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요청이 있으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이 국제 사회에 코로나 방역 실패를 인정한 북한의 선택지는 세 갈래로 좁혀진다. 북한이 방역 지원을 요청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에 이어 미국이 화답할 경우 한미 양국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한 추가 핵실험 대신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경우와 핵실험 시기의 일시적 연기, 체제 안정을 위한 핵무력 시위 강행하는 시나리오다.

북한이 아직까지 방역을 매개로 한 스탠스 변화가 모호한 상황에서 대북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로버트 킹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북한 정권이 자국내 코로나 발병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은 기존의 입장을 바꿔 백신 수용을 모색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현재 적극적으로 백신을 찾는 상황인지, 아니면 상황이 충분히 악화할 정도로 심각한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백신을 얻기 위해 도움을 청하려는 징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북한이 코로나 확진사례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 당국이 외부에 코로나 사례를 먼저 인정한 후 다음 단계로 지원에 대해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풀이했다.

북한 코로나19 발생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북한 코로나19 발생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VOA는 그간 중국산 등 여러 백신 제공을 북한이 거부한 사례를 지적하며 화이자, 모더나같은 국제적으로 신뢰가 높은 미국산 백신을 얻기 위한 움직임일 수도 있다고 짚은 로버타 코헨 전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가 “다음주 서울서 열릴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한국 정상이 인도적 지원, 특히 코로나 백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북한의 의도가 정권 기반을 흔들 만큼 악화될 수 있는 코로나 감염 대응에 초점을 맞춘다면 7차 핵실험이나 릴레이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르지 않는 조건으로 방역 지원과 맞바꿀 가능성이 있다. 수위를 높여가는 무력도발도 미국과 비핵화·관계설정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차원인 만큼 글로벌 보건 이슈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대화 테이블에 나올 명분은 충분해지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RFA와 인터뷰에서 “현재 코로나 감염 상황을 인정하면 북한으로선 중장기적으로 백신이나 치료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명분도 생긴다”고 분석했다.

아직 북한이 북미대화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많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체제 결속에 치중하면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도 상존한다.

RFA에 따르면 수 김 미국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국제사회가 코로나 관련 지원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은 김정은 정권”이라며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된다 해도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자제하거나 중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면서도 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해온 점에 주목하면서 “(북한 지도부는) 코로나 대응에 대한 인도적 문제와 핵·미사일 개발을 별개로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대북 지원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계획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지난 4,7,12일 세 차례 미사일 연쇄 발사 이후 매우 이례적으로 관련 보도를 일체 내지 않고 있어 코로나 지원 이슈와 맞물려 어떤 기류 변화로 이어질지 비상한 관심을 끄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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