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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 두자릿수로 상향 재추진...실기는 한번으로 족하건만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01.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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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6%(2022년 종전 적용).

20%(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제시안).

10%(더불어민주당 제시안).

8%(정부안, 2022년 12월 23일 본회의 통과).

15%(2023년 첫 국무회의 보고, 정부 재추진안).

반도체 설비투자 관련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서 대기업에 적용되는 세액공제 규모가 지난해 말부터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롤러코스터 타틋 오르내리다 8%로 확정됐지만, 새해 들어 두 자릿수 감면으로 정부의 재추진 가닥이 잡혔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에 대해 미국 등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반도체 강국의 지위가 위협받는 가운데 정부가 투자액에 대한 세금 감면의 폭을 대폭 키우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 기준으로 투자액의 15%를 세금에서 감면받고, 추가 투자 증가분에 대한 혜택까지 고려하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은 최대 25%까지 높아진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경쟁국에 비해 감면 규모가 턱 없이 못 미친다”는 산업계의 비판이 거세진 가운데 ‘반도체보국론’을 펴온 윤석열 대통령의 세제지원 추가 확대방안 검토 지시가 나온 지 나흘 만에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했다. 11일 전 국회를 통과한 조특법 개정안의 폭보다 두 배 가까이 올려 다시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반도체 협치로 손잡지 못할 경우 ‘법인세 기싸움 2라운드’로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 주재로 새해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당기(연간)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현행 대비 2배 수준으로 올리는 법 개정안을 이달 내로 마련해 조속히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추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핵심 중추 산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및 국가 안보, 생존과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라며 "국가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함께 기업의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한 획기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현행 8%의 세액공제율을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까지 각각 상향 조정해 세제 혜택 폭을 확대하게 된다. 가령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생산시설에 1조원을 투자할 경우 이 조정안 입법화된다면 1500억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직전 3년 평균치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서는 올해 국가전략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10%의 추가 공제 혜택이 돌아간다. 당기분에 이 추가 세액공제까지 더해질 경우, 대기업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최대 35%까지 감면 혜텍이 늘어난다. 이 추가 세액공제안은 이미 정부의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내용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 투자 촉진 차원에서 올해 한시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12년 만에 재도입한다.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이 제도는 투자 업종이나 목적과 상관없이 기업 투자에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로 예전 경제 위축기에 활용됐다.

이에 따라 일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2%포인트(p)씩 올려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2%까지 상향 적용하게 된다.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대기업은 현행 3%에서 6%로, 중견기업은 6%에서 10%로, 중소기업은 12%에서 18%로 각각 상향 조정되는데, 국가전력기술처럼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 추가 세액공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반도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배경은 표면적으로는 세수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정부안대로 3%포인트(p) 낮추지 못하고 야당의 반대로 구간별로 일률적인 1%p 인하에 그쳤다는 점을 들면서 “세제 혜택이 이뤄지는 투자 세액공제율을 이번에 대폭 상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특법 개정안 논의에서는 야당이 한 자릿수 탈피하는 최소한의 수준(10%)을 제시했지만,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재부의 반대로 8%(대기업 기준) 상향에 그쳤다. 기재부는 R&D(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 30~50%를 들어 우리나라의 반도체 세제 지원이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미국이 지난해 반도체 설비투자에 세액공제율을 25%로 확정하는 등 경쟁국들이 세제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전반적인 반도체 세제 지원은 주요국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여권 일부에서도 비판을 불렀다. 윤 대통령의 사실상 재검토 지시까지 나오자 법인세 인하 변수를 들어 반도체 등에 대한 세제지원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는 게 기재부의 선회 배경이다.

추 부총리는 "반도체 업계 등에 3조6000억원 이상의 세부담 감소 혜택이 발생하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율 확대로 올해 줄어드는 세수입을 법인세 인하 폭 조정에 따른 세수 확보분으로 메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연도별 세수 감소분은 내년 3조6500억원에서 2025·2026년 1조3700억원씩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투자세액공제율 내용 [자료=기회재정부 제공]
정부가 추진하는 투자세액공제율 내용 [자료=기회재정부 제공]

우리나라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로 ’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292억달러로 전년도 기저효과 덕에 턱걸이로 증가세(1.0%)는 지켜냈지만, 지난해 9월까지 17개월 연속 이어오던 100억달러 수출 기조가 깨지면서 올해도 업황 회복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올해 반도체를 포함한 설비투자 전망에 대해 한국은행은 3.1% 감소, 산업은행은 2.6%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설비투자만 해도 산은은 5.1%까지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듯 길어지는 ’반도체 겨울‘을 넘어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취약한 비메모리 분야까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번 세제혜택 확대가 마중물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시스템반도체 부문 세계 1위국인 대만이 일본과도 손잡고 전방위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생산망 재편을 선언하며 반도체패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대대적인 반도체 투자 지원책에 담아내고 있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의 공제율 재조정안이 기존 야당안 수준을 크게 웃도는 만큼 원안대로 국회 문턱을 넘어 혹한의 반도체업계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경제위기 극복 명분과 맞물린 협치 차원의 설득 노력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건전재정 확립이라는 대원칙 아래 세수의 틀에 갇혀 ’한 번 실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정부로선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취지를 부각해 반도체 투자 세제 혜택에 ’파격‘이 절실하다는 공감대부터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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