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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식어가는 수출엔진에 커지는 '혹한의 역성장' 우려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12.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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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글로벌 수요 감소의 찬바람에 한국 경제를 이끄는 수출 엔진이 급격히 식으면서 ‘혹한의 역성장'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공급망·에너지 인플레이션이 불러온 긴축 소용돌이 속에 세계적인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수출이 긴 부진의 늪에 빨려드는 모양새다. 그나마 내수로 역성장을 겨우 틀어막아 왔지만 수출이 회복은커녕 두 달 연속 뒷걸음질로 더 악화하면서 10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10월 27일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속보치에 반영되지 않은 9월 산업활동 동향, 국제수지, 3분기 정부결산, 기업 영업 실적 등이 포함되면서 민간소비가 1.9%에서 1.7%로 소폭 하향되고, 설비투자는 5.0%에서 7.9%로 상향됐다. 수출(1.1%)과 수입(6.0%)도 1%포인트(p)씩 높아졌지만 6배가량의 큰 간극은 무역수지 적자를 키워 전체 성장에 타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가 일주일째를 맞은 지난달 30일 전남 광양항에 컨테이너가 반출되지 못하고 그대로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가 일주일째를 맞은 지난달 30일 전남 광양항에 컨테이너가 반출되지 못하고 그대로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3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각각 0.8%p, 0.7%p로 분석되면서 역성장만은 막아준 버팀목이 됐다. 전체 내수의 기여도는 2.0%p에 달했다.

반면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는 2분기(-1.0%p)보다 더 낮아진 -1.8%p로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3분기 성장률을 2% 가까이 갉아먹었다.

올해 1분기 0.6%, 2분기 0.7%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진 3분기 성장률은 이같이 순수출 기여도가 계속 떨어지면서 4분기 역성장 우려를 낳는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입이었던 2020년 1분기(-1.3%), 2분기(-3.2%) 내리 거꾸로 성장한 이후 9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수출 급락세를 볼 때 올해 마지막 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산술적으로 4분기에 소폭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도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6% 달성은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지만, 좀처럼 가시지 않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등과 맞물린 하방 압력 추세로 볼 때 내년 첫 분기까지도 성장을 되돌리는 혹한기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위기(1998년 -5.1%) 이후 최악의 연간 역성장(2020년 -0.7%)을 불러온 코로나 사태 초반과 같은 침체기를 다시 맞을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은 급격한 수출 엔진 냉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2분기 끝자락인 지난 6월 한 자릿수로 떨어진 수출 증가율이 3분기 하향 횡보하다 4분기 들어서는 10월 2년 만에 첫 감소로 돌아서더니 11월에는 두 자릿수 역성장까지 악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내놓은 ‘11월 수출입 통계'를 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4.0%나 급감한 519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10월 수출액이 5.7% 줄어 2020년 10월(-3.9%) 이후 처음 감소세로 전환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수출액이 내리막을 타면서 감소 폭도 커졌다. 코로나19 충격이 가시화하던 2020년 3∼8월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이상 연속 하락세에 빠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실적(603억3000만달러)이 전년 동월 대비 30% 넘게 급증해 11월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기저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출효자‘ 반도체 부문이 30%가량 급갑하자 급기야 수출전선이 무너져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약세 속에 D램·낸드플래시 등의 제품가격 하락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서 11월 수출은 29.8% 급감, 10월(-17.4%)에 이어 연속 두 자릿수로 하락 폭을 키웠다. K-반도체를 대표하는 메모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9.7%나 감소하면서 시스템부문(42억5000만달러)보다도 적은 38억4000만달러에 그치며 역전현상을 맞았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의 수출 감소는 IT 전방수요 약세와 그간의 재고누적 등의 복합적 영향에 따른 것으로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계획과 공급량 조절 등에 따라 내년 하반기 이후 차츰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래 성장동력인 시스템반도체의 꾸준한 신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텃밭인 메모리부문이 확장은 고사하고 크게 뒷걸음질 치면서 무역전선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졌다. 역대 11월 중 1위 실적을 낸 자동차(54억달러), 이차전지(7억4000만달러)의 선전도 이를 상쇄하지 못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기간이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길게 늘어나면서다.

지난해와 올해 수출증감율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지난해와 올해 수출증감율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지난달 수입이 589억2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7% 늘어나면서 무역수지는 70억1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마이너스 폭이 10월(67억달러 적자)보다 커졌다. 올해 무역수지는 통관 기준으로 2, 3월만 빼곤 매월 적자 행진을 이어왔는데, 11월 적자 규모는 8월(-94억달러)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컸다.

무역수지는 4월부터 8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1995년 1월∼1997년 5월 적자 기간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터널에 갇혀 있는 셈이다.

1∼11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426억달러를 기록, 400억달러 고지마저 허물어졌다. 1996년 기록한 역대 최대 적자 규모(206억달러)보다 배 이상 커졌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세계 경기 둔화로 제품가격이 하락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의 수출이 줄며 11월 전체 수출이 감소했다"고 진단하면서 "(지난달 24일 시작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차질 등이 발생하면서 12월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반도체(생태계 펀드 조성, 팹리스 육성)·이차전지(핵심광물 수입선 다변화) 등 주력산업별 맞춤형 수출지원방안을 차질없이 이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날 출범한 민관합동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을 중심으로 수출·수주 관리를 일원화해 신속한 지원과 애로 해소에 나서기로 했다. 이 장관은 ”무역금융, 마케팅을 확대하고 수출지원협의회를 구성해 전 부처의 수출 지원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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