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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홀로' 마이너스 금리시대 종언, '인플레이션 경제' 속으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4.03.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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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일본의 '나홀로'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금리 있는 시대’로 전환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대부분 양적완화 해제를 전격 결정하면서다.

19일 교도·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18~19일 양일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하고 수익률곡선제어(YCC)와 상장지수펀드(ETF)·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 등 금융완화 조치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19일 한 도쿄 시민이 BOJ 본관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19일 한 도쿄 시민이 BOJ 본관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1990년대 버블경제 이후 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하면서 2016년 2월부터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0.1%로 적용하는 등 경제 회복을 위해 단행된 일련의 조치인 금융완화가 긴축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로이터는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한 마지막 중앙은행이 됐고, 전 세계 정책입안자들이 값싼 돈과 비전통적인 통화 수단을 통해 성장을 뒷받침하려던 시대가 종식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역사적인 전환을 이뤘지만, 취약한 경제 회복으로 인해 중앙은행이 차입 비용의 추가 상승을 더디게 진행하게 되면서 여전히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고 전했다.

BOJ는 위원수 7대2로 내려진 이번 결정을 통해 마이너스 0.1% 단기 금리를 0.1%포인트(p) 인상해 0~0.1%로 유도하기로 했다.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통제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금융완화의 핵심으로 고수해 왔던 마이너스 금리 로드에서 탈출하게 된 것이다.

2010년 시작된 ETF와 REIT 매입도 종료됐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양적완화로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주창하면서 증시 부양 등의 지렛대로 활용해 왔는데, 매입 폐지로 정책 전환점을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장 기능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7개월 후 시작한 YCC의 폐지에서 두드러진다. '장단기 금리조작'으로 불리는 YCC는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만기 국채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도하게 설정됐던 목표가 사라진다. 시장 흐름에 반해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정책이 폐기되는 것이다. 

BOJ는 최근 몇 년간 미세 조정을 통해 변동 폭 상한을 1%까지 올리면서 긴축 전환 시 우선 폐기를 예고해 왔는데, 이제는 상한이 없어지는 만큼 금리 변동이 용인된다. 그간 정부가 시장을 직접 조작해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비판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잃어버린 30년'에 대응하기 위해 고수해 왔던 급진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폐기하게 된 것은 최근 여건 개선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BOJ는 물가상승과 임금상승의 선순환이 통화정책 변경의 기본 조건이라고 강조해 왔다. 

임금과 물가가 장기간 정체되면서 임금이 오르지 않아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았기 때문에 저성장도 탈출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물가상승률 목표치(2%대)를 달성하면서 물가지표가 4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올봄 '춘투'(기업·노조의 임금협상) 기간 임금인상률이 5%를 넘어서 33년 만에 최고수준을 보였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이 기업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임금 상승이 다시 물가에 반영되는 선순환 초입에 들어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HSBC의 프레데릭 노이만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정책 정상화를 향한 첫 번째 임시 조치를 취했다"며 "특히 마이너스 금리의 철폐는 일본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는 BOJ의 자신감을 나타낸다"고 평했다.

FT는 이번 통화정책 전환에 대해 "일부 일본 대기업의 근로자들이 1991년 이후 가장 큰 임금 인상을 확보한 이후 나온 것으로,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마일드(약한)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이라는 충분한 확신을 갖게 됐다"며 "최근 가장 논란이 많은 경제 실험 중 하나가 일본 경제에 더 폭넓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끝났다"고 짚었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BOJ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은 예견된 일이었기에 '출구전략'은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 유지를 통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금리를 좇아 해외 투자를 축적한 일본 투자자들이 그 돈을 고국으로 돌려보낼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고, 일본은 일본대로 공공부채에 대한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플러스 금리' 본격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SMBC의 스즈키 히로후미 수석 FX스트래티지스트는 "널리 예상했던 대로 BOJ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폐기했고, YCC를 제거하는 등 통화 정책 정상화에 착수했는데, 의심할 여지없이 역사적인 전환점"이라며 "이는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경제'에 진입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금리가 점진적으로 인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케다 아츠시 이토추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BOJ가 금리를 2% 인플레이션 목표로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단 한 번만 금리를 0.25%p 인상하고 내년에는 두 번 더 인상할 수 있지만, 금리 인상 속도는 그보다 훨씬 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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