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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5월까지는 '판단유보' 왜?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4.02.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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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6개월 정도는 금리 인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1월)

“상반기 내에는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2월)

올해 들어 ‘추가 인상 없는’ 기준금리 동결모드에 접어든 통화정책당국 수장이 내다보는 금리 인하 시기는 적어도 반 년 뒤로 밀려나 있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결문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 문구가 사라지자마자 사견을 전제로 금리인하 시기상조론을 ‘6개월 내 난망’으로 붙들어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안내)는 한 달 뒤에도 이렇듯 변함이 없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년 넘게 이어지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에도 시장의 조기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에 선을 그은 것이다. 석 달 전 제시한 올해 성장·물가 전망치를 유지할 만큼 경제전망이 종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시 수정경제전망이 나오는 오는 5월까지 금리인하 시기에 대해 ‘판단유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올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행 연 3.50%의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유지하기로 전원일치 의결했다. 2020년 8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 10차례 조정을 통해 금리를 3.00%포인트(p) 인상한 뒤 지난해 2월부터는 9회 연속 금리 동결 모드다.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에서 13개월째 이어진 동결 배경에 대해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가 목표수준(2%)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흐름, 금융안정과 성장 측면의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의결문에서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언급됐던 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가 ‘둔화 추세’로 완화됐지만, 긴축 장기화를 거둬들일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의결문과 더불어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물가 눈높이를 석 달 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한은의 2024년 성장률 전망치는 2022년 11월(2.3%) 이후 지난해 2월(2.4%), 5월(2.3%), 8월(2.2%)까지 등락하다가 11월 수정치(2.1%)가 이번에도 이어진 것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3%는 물론 정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동일하게 전망한 2.2%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지난해 11월 제시한 2.6%를 유지했다. 지난해 상승률(3.6%)보다 1%p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일시적으로 소폭 높아졌다가 이후 다시 완만히 낮아질 것”이라며 “향후 물가경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국제유가 및 국내 농산물가격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더딘 소비 회복세 등의 영향으로 종전 전망치(2.3%)를 다소 하회하는 2.2%로 제시했다.

이같은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금리 인하 시기는 늦춰지게 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6개월이라는 표현을 작년 11월 처음 했는데, 이번 2월 경제전망과 11월 전망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올 상반기에는 금리인하가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고 밝혔다. 석 달 시차를 둔 경제전망에서 기본적으로 변화가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반기 내 금리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5월 수정경제전망 때 숫자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같다”고 덧붙였다. 5월 이후 열리는 7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금통위 의장은 이같이 포워드 가이던스로 시장의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심리에 경계감을 나타냈지만, 내부에서는 소수의견으로 피벗 논의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의장을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은 향후 3개월 금리를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으로 주류를 이뤘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수준보다 높고, 기존 전망경로대로 둔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총재는 "나머지 1명은 (3개월 내)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고 전하며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 물가 압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에도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는 이 총재 설명이 이어졌지만, 이 소수 견해는 긴축 장기화 국면에서 성장 변수를 고려한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주목받는다. 수출 호조세에 비해 고금리 여파로 국내 소비 위축이 깊어지는 만큼 성장의 한 축을 이루는 내수 침체를 고려해 전향적으로 금리수단을 활용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 핵심 관전포인트는 금통위원 중 3개월 이후에는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 등장한 것과 전체 성장과 물가전망은 변화가 없으나 내수부진 여파로 근원물가 전망이 기존보다 낮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하반기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은 가운데 피벗 개시 시기와 관련해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경제전망 전 침체에 준하는 특별한 지표 급락 혹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상황 급변 등 이변이 아니라면 인하가 빨라질 가능성은 낮다”며 “지금으로서는 정책 변경의 판단을 내릴 만한 유인이 없고, 최소한 금리인하는 빨라도 7월 정도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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