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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만의 '2년 연속 고인플레'...더딘 물가 안정화에 새해도 고금리 장기화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3.12.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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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둔화했지만 연간 3.6%의 고인플레이션으로 해넘이를 하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물가로 지난해 5.1%까지 치솟았던 물가 기울기가 꺾였지만, 19년 만의 2년 연속 3%를 넘는 고물가 흐름이 경기 둔화기의 시름을 더 깊게 만든 한해였다. 

수출 회복세에도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이 더뎌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해에도 통화정책을 통한 고물가 대응은 중요한 경제 화두가 될 전망이다.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2.72(2020년 100 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지난 6,7월 2%대까지 떨어졌던 물가 상승률은 10월(3.8%)까지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오름 폭이 확대됐다가 11월(3.3%)에 이어 두 달째 둔화했다. 5개월째 3%대 상승 폭으로 고인플레이션기 2년째를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연간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1.59로 지난해보다 3.6%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상승 폭보다는 1.5%포인트(p) 떨어졌지만 2년째 고물가 흐름이 지속됐다. 2년 연속 물가가 3% 이상 오른 것은 카드대란이 경제를 위축시켰던 2003년(3.5%)·2004년(3.6%) 이후 처음이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사태 전후인 2019년 0.4%, 2020년 0.5%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 2년 연속 0%대에 머물렀지만, 전대미문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대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2021년 2.5%를 기록하면서부터 물가 상승기에 접어들었다.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는 3.4% 상승, 지난해(3.6%)보다 오름 폭이 둔화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3.6%)·2009년(3.0%) 이후 14년 만에 맞은 2년 연속 3%대 코어인플레이션이다.

2년 고물가 국면의 물가 변수는 석유류와 농산물, 공공요금으로 수렴된다. 지난해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공급망 훼손과 차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고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면 올해는 농산물이 하반기 물가 불안을 부추긴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 진정세를 지체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년 대비 22.2% 상승으로 1998년(3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던 석유류 가격은 올해 11.1% 떨어졌다. 하반기 들어 산유패권국들의 감산 연장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글로벌 유가가 한때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다시 끌어올리기도 했지만, 연간으로는 가장 큰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올해 공업제품이 2.6%로 지난해 6.9%에 비해 상승률이 많이 낮아졌다”며 “공업제품 안에 들어가 있는 석유류가 2022년에는 연간 22.2% 올라서 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데 기여한 반면 2023년에는 반대로 11.1%가 내리면서 연간 상승률 둔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은 올 하반기부터 폭염과 이상저온 등의 영향으로 이달(15.7%)까지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 폭을 보였지만, 연간으로는 6.0 상승했다. 이에 따라 농축수산물 물가는 3.1% 상승, 지난해(3.8%)보다 오름 폭이 둔화했다.

물가 기여도에서 공업제품은 지난해 물가를 2.39%p 끌어올렸다면 올해는 0.88%p 높이는데 그쳤다. 농축수산물의 기여도도 같은 기간 0.33%p에서 0.23%p로 소폭 떨어졌다.

상품 물가에서 공업제품·농축수산물과 달리 전기·가스·수도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높아졌다. 지난해 0.41%p에서 올해 0.68%p로 올랐다. 전기료(22.6%), 도시가스(21.7%), 지역난방비(27.3%), 상수도료(3.9%)의 전방위 가격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20.0% 상승, 관련 항목을 집계한 2010년 이후 역대 최대 오름 폭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6%로 찍은 최고 상승률을 1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3.3%로 지난해(3.7%)보다 떨어지는 등 전기·가스·수도 물가만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전년에 비해 상승률 둔화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전망대로 3.6%로 물가 둔화 기조를 가시화했지만 물가안정화 경로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올해 하반기처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기상여건에 따른 농산물의 작황 변수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뒤늦게 반영하느라 공공요금발 물가 상방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겨울철 난방 수요, 내년 총선 등의 변수로 전기·가스료 인상시계가 일단 멈춰서 있지만 내년엔 그간 지연된 공공요금의 점진적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눈높이를 석 달 전보다 0.2%p 높인 2.6%로 올렸다. 내년 상반기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면서다. 3%대의 고물가 국면이 내년 상반기 또는 중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긴축도 예상보다 길어지게 됐다. 한은은 이날 공개한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고서에서 “국내 물가는 수요측 물가 압력 약화 등으로 추세적 둔화 흐름이 지속되겠지만, 그동안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가격 전가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같은 전망을 반영해 내년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4분기 이후에나 물가안정목표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올해 7회 연속 동결한 현 기준금리(연 3.5%)를 장기간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미국발 긴축 종결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고 통화긴축 궤도를 유지하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선제 안내)인 셈이다. 더욱이 한은이 “가계부채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운용의 고려사항으로 가계부채를 처음으로 언급한 만큼 고금리 장기화 기조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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