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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물가 두달째 내림세...‘홍해 리스크’ 더 커진다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4.0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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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지난해 12월 수출·수입 물가가 전월 대비 나란히 하락했다. 11월에 이어 두 달째 동반 내림세다. 경기 측면에서 수출물가의 하락은 경제 회복을 주도하는 ‘수출 우상향’에는 부담 요인이지만, 물가 측면에서 수입물가의 하락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의 안정화를 뒷받침할 긍정적 요인이 된다.

지난해 막바지 환율 안정세와 국제유가 하락세 영향으로 지난해 5, 6월 이후 반 년 만에 2개월 연속 수출입물가 동반 하락이 나타났지만,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해상 물류비가 들썩이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상방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부산항 [사진=연합뉴스]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부산항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23년 12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2.46(2015년 100 기준)으로 전월 대비 1.7% 내렸다. 넉 달 연속 올랐던 수입물가는 11월(-4.4%) 하락 전환한 뒤 내림세로 지난해를 마감했다.

지난달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77.33달러로 전월(83.55달러)보다 7.4% 떨어진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원재료는 광산품(-5.2%)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4.6% 떨어졌고, 중간재는 화학제품(-1.2%), 석탄·석유제품(-1.4%) 등이 내리며 0.4% 하락했다.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0.3%, 0.1% 떨어졌다.

환율 효과를 뺀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는 11월보다 1.5% 떨어졌다. 지난달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03.98원으로 전월(1310.39원)보다 0.5% 하락했다.

수출물가지수는 115.07로 전월 대비 0.9% 하락했다. 역시 넉 달 연속 증가세 뒤 11월(-3.5%)에 이어 두 달째 내림세를 보였다. 농림수산품이 1.7% 오른 반면 공산품은 유가 하락 영향으로 석탄·석유제품(-6.0%)을 중심으로 0.9% 내렸다. 환율 효과를 제한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0.7% 하락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8.2%,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9.0% 하락했다. 연간 수출물가지수는 7.9% 내렸는데, 하락률은 2006년(-8.2%) 이후 가장 컸다. 계약통화 기준 수출물가는 8.7% 떨어졌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수출·수입물가는 물가 상승기의 2022년 기저효과도 더해져 지난해 2월부터 11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입물가가 지난해 마지막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지만, 물가 안정화의 모멘텀으로 굳혀질지는 불투명하다. 환율,유가,국제정세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수입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수입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 1300원 밑에서 마감했지만 새해 들어 3거래일만 빼고 상승 거래를 이어가며 2.5%가량 올라 있는 상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1.6원 오른 1331.8원으로 거래를 마감, 지난해 11월 14일(1328.90원)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는 현실론 속에 위험선호 심리 위축으로 달러화 강세가 재부각되고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원화가치 하락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00일을 넘긴 이스라엘-하마스간 가자지구 전쟁이 서방과 주변국의 가세로 중동정세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은 국제유가 불안요인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새해 들어 배럴당 평균 77.86달러를 기록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반이스라엘 예멘반군 후티 근거지에 대한 미국·영국 연합군의 첫 전면 공습이 단행된 지난 12일에는 배럴당 79.03달러까지 치솟는 등 80달러대 재진입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교역의 핵심 해상루트인 홍해발 물류 위기가 문제다. 수에즈운하를 거쳐 글로벌 해상무역의 15%가 통과하는 홍해에서 군사적 충돌이 잇따르면서 가자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 전 세계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불러온 것처럼 해상 운송비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가능성이 다시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를 지지하면서 홍해를 항해하는 민간선박에 대해 30차례 가깝게 공격을 감행해온 후티반군은 이틀에 걸친 미·영 공습 이후 14,15일(현지시간) 미국 군함에 이어 미국 상선을 미사일로 연쇄 보복 공격하면서 물류 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세계 3대 액화석유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의 경우 안보상 이유로 홍해상 LNG 운송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후티의 상선 공격을 피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대체 항로를 택하면서 물류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날 관세청이 내놓은 ‘12월 수출입 운송비용 현황’에 따르면 유럽연합(EU)에서 출발하는 물류비는 지난달 40피트 컨테이너 개당 129만8000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던 전월(110만9000원)보다 17.0%나 급등한 상태다.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과 미국 서부를 오가는 15개 항로의 스팟(spot·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을 반영한 글로벌 물류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2206.03으로 전주 대비 16.4% 급등했다. 지난달 15일(1093.52)보다 두 배 넘게 치솟았으며, 가자전쟁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 연저점(886.85)과 견주면 2.5배 오른 수준이다.

‘홍해 리스크’ 고조로 치솟는 해상 운송비용이 수입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후티반군 배후의 이란이 참전하고 중동전쟁으로 확전할 경우 수입물가 하락에 따른 전체 물가 안정화 경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지만, “누적된 비용압력의 파급영향 등으로 둔화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상반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3%대 물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몸 담았던 조너선 오스트리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2022년 11월 국제통화금융저널에 게재한 논문 ‘해상 물류비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운송 비용의 증가는 소비자 가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수입품의 현지 가격이 운송 비용에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수입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운송 비용이 1표준편차(21.8%포인트) 증가하면 일반적으로 12개월 동안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5%포인트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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