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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수출 'OECD 최장' 뒷걸음, 수출강국의 그늘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4.01.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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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여주는 경상수지가 지난해 11월까지 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경기 회복 모멘텀을 키우고 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수출-수입)는 8개월 연속 흑자 행진으로 연간 경상수지 300억달러 흑자 전망치 달성을 예고했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경상수지는 141억달러 흑자로 그중 상품수지가 8개 분기 만에 최대치인 170억달러 흑자를 보인 반면 서비스수지는 2017~18년 역대 최대 적자 규모(분기 평균 -83억달러)에 육박하는 73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상품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최장 3개 분기 연속 적자에 빠졌다가 지난해 2분기 플러스 전환 이후 수지 중심축 역할을 회복하는 흐름이지만,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3분기까지 37개 분기 연속 만성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2000년 이후 상품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시기가 5개 분기에 그친 반면 서비스수지는 6개 분기만 적자를 면할 정도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상품 수출입의 흑자가 한국 경제를 떠받쳐 왔다면, 서비스교역에서는 적자가 고착화되면서 국가 대외가계부의 개선을 제약해 왔던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세계 교역이 활력을 찾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주력품목인 반도체 수출 플러스 전환에 따라 상품수지 흑자가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다시 커지는 서비스수지 적자는 경제 회복 경로에서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적인 예로 한국면세점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 단체 관광객 회복 기대감이 여행 트렌드 변화에 사그라들면서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4512억원으로, 팬데믹을 맞으면서 15조원대로 급감했던 2020년 수준에도 못 미쳤다.

수출에서 상품 부문은 가장 큰 경쟁력인 제조업을 바탕으로 회복세를 키우고 있지만, 서비스 부문은 역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품 무역이 수출강국의 위상 회복을 이끌고 있는 데 비해 서비스 수출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에서 잘 드러난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OECD가 자체 집계한 자료에서 지난해 3분기 한국의 국제수지 서비스 수출액(원계열·명목)은 300억1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 줄었다. OECD 39개 회원국 중 덴마크(-20.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서비스 수출은 국제수지 중 비거주자와 서비스 거래로 발생한 서비스 수입 항목으로 집계된다.

한국 서비스 수출액은 2022년 4분기(-5.8%)부터 지난해 1분기(-12.3%), 2분기(-8.3%)에 이어 1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긴 역성장으로 4개 분기 연속 서비스 수출이 줄어든 나라는 한국과 이스라엘 2개국뿐이다. 지난해 3분기에 감소한 나라도 한국을 포함해 6개국에 불과했다.

지난해 지구촌의 주요국 서비스 수출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회복세가 뚜렷하다. 한국이 마이너스에 빠져 있던 시기에 4.0%, 7.4%, 8.0%, 9.7%로 매 분기 오름 폭을 키웠다.

한국·OECD 서비스수출 증감률 비교 [그래픽=연합뉴스]
한국·OECD 서비스수출 증감률 비교 [그래픽=연합뉴스]

지난해 본격화한 경기 하강기를 맞으면서 한국 수출의 그늘이 뚜렷해졌다.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재화 수요 반등에 대응하면서 상품 수출이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지만, 서비스 부문의 취약한 경쟁력으로는 회복 탄력성이 미약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고용 비중은 꾸준히 확대됐지만 서비스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제조업에 비해 뒤처져 왔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한국은 상품 수출 규모로 2010년 글로벌 7위에서 2022년 6위로 올랐지만, 서비스 수출 규모는 같은 기간 세계 14위에서 15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비중은 글로벌 평균치가 22.3%인데, 한국은 20여년간 15% 안팎에서 정체돼 왔다. WTO는 전 세계 서비스 무역 비중이 2040년 최대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상품과 균형을 맞추는 서비스 수출 경쟁력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간 강점인 해운, 건설 중심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식재산권, ICT(정보기술통신) 등 지식서비스, 콘텐츠·보건의료 등 유망 분야로 다변화를 통해 외수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경제 충격기에도 한국의 수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부도 지난해 6월 서비스 수출 정책·지원체계 혁신 방안 발표를 통해 제조업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서비스 수출액을 2022년 1302억달러에서 2027년 2000억달러(세계 10위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정책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수출지원기관의 서비스업 지원 규모를 2027년까지 50% 이상 확대하기로 했는데, 특히 콘텐츠, ICT, 보건의료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5년간 역대 최대 규모인 총 64조원의 수출금융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제조업체와의 동반 진출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중심으로 진행됐던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을 서비스 분야까지 넓혀 제조·서비스 동반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 수요를 찾아내 제조·생산공정 등에 활용되는 인공지능(AI) 솔루션 등 서비스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같은 정책 방향은 제도적인 뒷받침을 통해 수출 패러다임을 바꾸고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 이후 뉴노멀이 된 비대면 시대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데, 서비스업발전기본법 등 관련 법률은 국회 논의에서 답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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